임영웅 콘서트 친절에 깜짝…'아이돌 팬' 묵혔던 공분 터졌다
“임영웅 콘서트 현장에 보호자로 온 젊은 여자들이 모두 놀라버린 바로 그 부스.”
지난 3일 엑스(X·옛 트위터)에 가수 임영웅 콘서트 ‘분실 티켓 재발행 부스’ 사진과 함께 올라온 이 글은 2만 건 넘게 공유되며 논란이 됐다. 부모님을 모시고 공연장에 다녀온 ‘아이돌 팬 경력’ 자녀들이 “티켓 재발행이 가능했던 일인가”라며 팬을 배려하는 콘서트 풍경에 깜짝 놀랐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5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임영웅 콘서트는 상대적으로 고령인 팬을 위해 분실한 티켓을 재발행해주는 것은 물론, 직원들이 휠체어를 밀어주고, 가족대기소를 마련하는 등 세심한 배려로 호평을 받았다.
아이돌 팬 대우 논란…“불쾌하고 수치심”
임영웅 콘서트의 ‘친절’은 아이돌 팬들이 그동안 참아왔던 불친절한 대우에 대해 공분을 터뜨리는 계기가 됐다. 특히 팬들은 콘서트 입장 시 신분 확인, 몸수색 과정에서 “인권과 개인 정보가 침해됐다”며 묵혀왔던 증언을 잇달아 분출했다.
청소년 팬 이가진(19)씨는 “5년 전 BTS 팬미팅 입장을 위해 학생증을 냈는데, 직원이 ‘위조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며 담임선생님 번호를 받아 확인 전화를 했다. 통화했는데도 ‘선생님도 섭외한 사람 아니냐’더니 ‘저번 주 급식 뭐 먹었냐’, ‘교가 불러봐라’ 등의 질문을 받았다”며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고 수치스러웠다”고 전했다. 이채연(20)씨는 ”신분증 사진과 안 닮았다며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와 주소를 말해 보라고 했다”며 “살짝 버벅대니 본인이 아니라고 압박해서 입장을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이보다 더한 경우 신분 확인을 위해 금융 인증서까지 요구한다고 전했다.
휠체어 탑승 장애인 강모(28)씨는 “4년 전 엑소 콘서트 티켓을 타인에게 양도받았다는 이유로 공연장 입장을 거부당하고 직원이 눈앞에서 티켓을 찢었다”고 털어놨다. 당시엔 검사를 심하게 하지 않을 때라 다들 티켓을 양도받고도(규정상 금지) 그냥 들어갔는데 강씨는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다가 ‘본인이 맞냐’는 직원 질문에 딱 걸렸다는 것이었다. 강씨는 “직원이 눈앞에서 티켓을 찢을 때 충격적이고 폭력적으로 느껴졌다”며 “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을 혼내는 것도 아니고 소비자한테 할 수 있는 행위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암표 방지 위해” vs “개인 정보 침해”
지난 7월 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의 아이돌 그룹 ‘앤팀’의 팬 사인회에서는 소속사 측이 녹음기 소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팬들의 속옷 검사를 했다가 논란이 빚어졌다. 이소정(20)씨도 지난 5월 카메라를 소지했다는 이유로 더보이즈 콘서트 입장을 거부당했다. 이씨는 “팬들이 항의하자 현장에 있던 안전 요원이 팬들의 사진을 찍으며 ‘말 안 들으면 유포할 것’이라고 협박했다”며 “물론 규칙을 안 지킨 것은 잘못했지만, 초상권이 침해되고 기분이 불쾌했다”고 말했다.
티켓 신분 확인 절차는 암표 거래 방지를 위해 각 소속사에서 4~5년 전 도입했다. 티켓 구매 명의자와 실제 공연을 보러 온 사람이 일치하는지 확인해서 팬들 간 양도를 막으려는 조치였다. 하지만 확인 과정에서 직원들의 거친 대우에 팬들 사이에선 “아이돌 팬은 불가촉천민”이란 자조적 표현까지 나왔다. 공연 현장에서 스태프, 안전 요원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대부분 소속사가 외주로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엄청난 웃돈을 붙여 암표 거래를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팬들이 박탈감을 느끼고 회사에 비난을 제기했다”며 “회사 입장에선 이런 (신분 확인) 시스템을 철저하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린 여성 팬이라?…“K팝 미성숙한 잔재”
장서윤 기자 jang.seo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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