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도입한 北 '지방인민회의 선거'…실질적 변화일까 [南가희의 北스토리]

남가희 2023. 11. 1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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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선거법 개정…향후 최고인민회의에도 적용
심화하는 경제난 속 민심 다독이려는 의도인 듯
지성호 "또 하나의 웃음거리 될 것"
통일부 "실질적 선거권 보장과는 거리 있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도·시·군인민회의 대의원선거가 열린 2019년 7월 21일 함경남도 제201호 선거구 제94호분구선거장에서 선거에 참가했다고 조선중앙TV가 2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TV

북한에 처음으로 경선과 유세가 있는 경쟁 방식의 공직 선거가 도입됐다. 오는 26일 우리의 광역·기초의회 의원에 해당하는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을 뽑는 선거를 앞두고 북한은 이례적으로 '복수 후보'를 허용했다. 그러나 이것이 실질적 변화를 이끌지를 두고는 시선이 엇갈린다.

북한 도·시·군 인민회의는 우리나라의 지방의회에 해당하며 4년에 한 번씩 진행되는 선거다. 북한은 최근 해당 선거에 변화를 꾀했다. 북한은 지난해 8월 열린 제14기 제27차 전원회의에서 대의원 선거법을 개정했다.

과거 선거자 회의는 사실상 노동당이 정해서 내려보내는 후보자 1명에 대해 자격심사를 하는 과정에 그쳤고, 주민들은 선택지가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찬성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선거구에서 복수의 후보를 놓고 선거자 회의에 참석한 지역 주민들이 투표로 최종후보를 결정하게 됐다.

이렇게 선정된 후보자는 기존처럼 주민들에게 사진과 이름·성별·직장과 직위 등을 공개함과 동시에 간단한 자신의 경력도 밝힐 수 있게 됐다. 유권자들에게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최종 후보자는 1~2일간 선거구에 나가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유권자들과 상봉 모임을 가지며 직접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도 거쳐야 한다. 우리나라의 유세와 비슷한 환경이 형성된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선거 과정은 국회의원 선거 격인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8일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높은 정치적 열의와 노력적 성과로 맞이하자'는 제목의 사설에서 "새로 수정 보충된 각급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법에 따라 처음 실시되는 이번 선거는 진정한 인민의 정권으로 강화 발전시켜 나가는 데서 중요한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번에 진행되는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우리식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더욱 높이 발양시키기 위한 보람찬 사업"이라며 "새로 수정된 각급 인민회의 대의원선거법에 의하여 주권기관의 인민적 성격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각급 당 조직들과 근로단체조직들에서는 이번 선거가 갖는 의의와 중요성, 수정 보충된 인민회의 대의원선거법을 깊이 인식시키기 위한 정치사업을 실속있게 진행해야 한다"면서 새로 개정된 법에 대한 학습을 당부했다.

신문은 또 "이번 선거가 인민의 주권을 인민 자신이 억세게 떠받드는 우리 국가의 인민적 성격을 더욱 굳건히 하는 데서 중요한 계기로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높은 정치의식을 가지고 참가해야 한다"면서 "새로 보충된 선거법에 깃든 당과 국가의 인민대중제일주의 이념을 잘 알고 선거 질서를 자각적으로 지킴으로써 공화국 공민으로서의 본분을 다해 나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의도는 심각한 식량난 속 민심 달래기
국제 사회 비난 피하려는 의도도

북한 선거제 변화의 의미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심화하는 경제난 속에서 민심을 다독일 필요성이 있었고, 국제사회의 인권상황 비판을 일부라도 잠재우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북한의 경제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주민의 식량난이 특히 심각한데,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식량난은 최근 목선을 타고 동해상으로 귀순한 북한 주민의 발언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동해상으로 귀순한 북한 주민 4명은 정부 합동 조사에서 "너무 배가 고파서 살려고 왔다"고 토로했다고 전해졌다.

이에 대해 탈북자 출신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것은 잘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며 "같은 노동당이라는 한 정당에서 복수 후보가 나온다는 것인데, 실질적인 변화일 수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북한이 이런 것을 던지는 것은 북한 주민들의 민심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러한 시점에는 항상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국제 사회의 여론 때문이라도 이런 것을 도입했어야 했을 것인데, 그저 또 하나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북한의 선거제도 개선에 대해 "실질적인 주민의 선거권 보장과는 거리가 있다"며 "국제사회의 여러 (선거제도 관련) 비판과 경제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민 민심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조치로서 약간의 제도를 변경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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