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노동’에 의욕 잃는 사회 초년병 [경영전략노트]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입사해도 3년을 버티지 못한 채 이직하는 사례가 숱하다. 이런 현상을 빗대 ‘대퇴사(Great Resignation)의 시대’라는 말이 나왔다. 경영진은 젊은 인재를 붙잡기 위해 임금을 올려주거나, 다양한 복지책을 제시한다. 이 방안이 효과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많은 인사 전문가들은 “물질적인 혜택으로 승부를 거는 건, 현장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지 않은 단편적인 수준”이라며 “조직원이 ‘진짜 일’을 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시 말해 ‘가짜 노동(Pseudowork)’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원은 직관적으로 가짜 노동을 판별할 수 있다. 결과 도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데 습관적으로 열리는 회의, 내용과 상관없이 예쁘게 만드는 데만 공을 들이는 보고서 작성, 내 일이 다 끝났는데도 상사 업무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모니터 앞에서 허송세월하는 일 등이다.
한 3년 차 대기업 전략실 대리는 보고 자료를 만들 때면 ‘긴장 모드’에 돌입한다. 디자인부터 문구 하나하나 챙기느라 수정 버전이 10회를 넘어가기 일쑤다. 내용을 충실하게 보완하기 위해서라면 밤을 새서라도 하겠지만, 본질과 상관없는 ‘상사 취향 저격’ 보고서를 만들 때면 ‘내가 힘들게 입사해 무슨 일을 하는 거지’라는 회의감이 든다고 했다. 그는 “인간이 누구나 공평하게 가진 건 100년 안 되는 시간뿐인데, 소중한 시간을 무의미한 업무에 허비하는 게 너무도 아깝다”고 토로했다. 어쩌면 ‘가짜 노동’을 하느니 최대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라도 챙기자는 게 젊은 세대의 본심인지 모른다. 이런 사회 초년병의 시간 낭비는 관리자의 무심함에서 비롯된다. 젊은 후배의 업무를 세심하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들이 가짜 노동에 시달리는지 알기 어렵다. 가짜 노동을 줄이는 일이 인재 유치뿐 아니라 회사 경쟁력에 기여한다는 점은 말할 필요가 없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3호 (2023.11.08~2023.11.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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