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를 가슴에 묻는 대신... 국가의 책임을 물을 겁니다"
[유소희 기자]
▲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
ⓒ 조수범 |
간담회에서 장애진씨와 장동원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9년 동안의 시간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태원 참사와 세월호 참사의 유사성을 언급하며, '한국 사회에서 '참사'는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고, 어떻게 대처되는지', '그 속에서 국가는 어땠는지',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털어놓았다.
"없던 일로 할 수도 없고, 내 잘못도 아니니까..."
장애진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인천항에는 안개가 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때가 아니면 다시는 수학여행을 못 갈 것 같아서 우리는 계속 가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장애진씨는 큰 배가 그리 기울 줄 몰랐다고 한다. "창문 밖으로 컨테이너 박스가 떨어지고, 물이 차는 게 보였다. 불은 꺼지고, 헬기 소리도 들렸다.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도 들었다. 끝 쪽에서 비명소리도 들렸다. 유리창에서 물이 들어왔고, 물이 차올랐다."
장애진씨는 대피하던 순간의 기억이 없다고도 했다. 배가 거의 90도로 기울었는데, 장씨가 밟았던 것은 '벽'이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비상구 앞에 해경이 있었다. 나오라고 하는데, 바로 앞이 바다라 무서웠다는 게 장씨의 설명이다. 그때 한 번 물이 싹 들어왔던 적이 있었는데, 몇몇 친구들은 밀려들어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안 나오면 진짜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생존자'라는 말이 따라오는 게 싫다. 하지만 없던 일로 할 수 없고, 내 잘못도 아니니까 받아들이고 살고 있다." 장애진씨에 따르면, 현재 다른 친구들은 취업 준비를 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더 이상 국가를 믿을 수 없다"
"9년 전에 생존자 가족들은 유가족들에게 미안해하고, 유가족들은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미안해했다. 또다시 피해자가 피해자한테 미안해하는 상황이 됐다."
장동원씨는 이태원 참사 당시, 9년 전 세월호 참사 일이 생각나서 힘들었다고 한다. "9년 동안 국가에 책임을 묻고, 책임자들이 처벌되도록 싸워왔는데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참사가 일어났을 때,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이제 대한민국은 국민 스스로가 자신의 안전을 지켜야 될 때'라는 생각 밖에 안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동원씨는 더 이상 국가를 믿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이태원 참사, 세월호 참사에 대해 '놀러 가다가 죽은 것 가지고 왜 그러냐. 보상받으면 되지'라거나 '죽은 아이들을 가슴에 묻어라'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장씨는 "어떻게 가슴에 묻나... 이런 말들이 굉장히 힘들었다. 우리는 국가에 책임을 명확하게 물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동원씨는 조경미씨와 이지현씨에게 "이런 자리에 자꾸 나오셔야 한다. 나와서 내 동생 잊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고, 답답한 부분들을 다 얘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제 세월호 참사 10주기가 다가오고 있다. 장동원씨는 유가족이 고통받으며 진상규명을 외치고, 또 다른 약속을 지키려 하는 이 상황이 가장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한국 사회에선 모든 피해자들이 뭉쳐서 국가에 책임을 묻고, 진상규명을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국가가 알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뭉쳐서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 모순적이다."
"지금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겪어봤지 않나. 그래서 이에 '대응'하는 거라 생각한다." 장동원씨는 항상 '가족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힘들겠지만, 시민들과 함께 오직 가족만 바라보고 뚜벅뚜벅 가다 보면, 언제일진 모르겠지만, 이 참사에 대한 진상이 꼭 밝혀질 거라고 본다."
▲ 참석자들은 롤링페이퍼를 전달했다. |
ⓒ 김민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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