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굿즈 열풍, 책임은 팬들에게?

인가현 2023. 11. 1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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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K-콘텐츠 시장에 따라 굿즈 소비 증가... 그러나 책임은 소비자에게 떠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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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가현 기자]

 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올라온 다양한 굿즈 펀딩들.
ⓒ 사이트 갈무리
 
#. 배송 지연에 불량 논란까지 일었는데... 환불은 안 되고 교환만 가능하다?
#. 힘들게 팝업스토어 방문했더니, 환불도 현장에서만 가능하다?

위는 크라우드 펀딩과 팝업스토어를 통해 '굿즈'를 구매한 나의 경험담을 요약한 것이다. 올해 7월 초 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내가 좋아하던 애니메이션의 음원 굿즈를 후원했다. 후원 당시만 해도 한껏 들뜬 마음으로 물건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중간 과정에서 갑자기 기존 음원 가수와의 협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공지가 올라오는 등 진행이 매끄럽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제작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했으나, 제대로 된 안내가 부족했다. 10만 원이 넘는 가격의 상품을 후원한 팬의 입장에서 창작자 측의 대응에 실망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환불을 요구하기도 어렵다. 크라우드 펀딩은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데 사용되는 자금 조달 방식이다. 따라서 기존의 상품 또는 용역을 거래의 대상으로 하는 매매에 해당하지 않아 전자상거래법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펀딩 중단, 취소, 후원금 지급유보 및 반환조치와 관련하여 펀딩 중개 회사는 창작자 및 후원자에게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이용약관에 명시했다. 펀딩 완료 이후 후원금 반환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후원자 입장에서는 창작자 측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위험 부담을 고스란히 안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펀딩 물품에 불량이 발견되어 환불 대신 교환이 대대적으로 진행된 한 크라우드 펀딩 사례의 경우 교환을 위해서 팬들이 직접 하나하나 불량을 검수하고 교환 조건과 비교해야만 했다. 이런 경우, 판매자 측의 교환 공지를 보지 못한 팬들은 불량이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교환 기간을 놓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책과 관련된 펀딩의 경우 보통 '책과 굿즈 세트'로 구성되어 있어 출판사와 굿즈 제작회사가 협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굿즈 제작은 해당 업체, 책은 출판사로 책임 소재가 구분돼 교환 요청을 따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기기도 한다. 

교환은 당일만, 직접 와서야 가능? 

펀딩 뿐만 아니라 아이돌이나 캐릭터의 상품을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도 문제가 많다. 올해 8월 좋아하는 작품의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서울까지 2시간이 걸려 팝업스토어를 방문했다. 기분 좋게 굿즈를 구매했으나 집에서 확인했을 때는 한숨이 나왔다. 기껏 멀리까지 가서 산 아크릴 스탠드 굿즈가 조립 자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수증에는 팝업스토어 장소였던 백화점 고객센터 번호만 안내되어있어 직접 SNS 홍보글을 검색하여 제작회사의 연락처를 찾아 문의해야 했다. 문의 당시 환불은 직접 현장에 찾아가야만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나는 팝업스토어 종료 직전 방문했는데, 울며 겨자 먹기로 교환을 받았다. 그러나 교환 받은 상품조차 똑같은 하자가 있었다. 결국 직접 사포로 아크릴을 갈아낸 후 조립할 수 있었다.

최근 MZ 세대 사이에서 팝업스토어 방문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상황이 증가함에 따라 체험의 가치가 높아져 체험-마케팅-판매를 결합한 팝업스토어의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캐피털원쇼핑에 따르면 전 세계 팝업스토어 시장은 2025년 950억 달러(약 120조5550억 원)로 올해 전망치(800억 달러)보다 18.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팝업 스토어의 궁극적 목표는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팬을 만들고, 팬심을 일으키는 것이다. 한정판과 희소성을 강조한 팝업스토어를 통해 유행에 민감한 요즘 세대가 더 빨리, 더 많이 지갑을 열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소비자의 권리보장, 서비스 및 제품의 질은 그 열풍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팝업스토어에서는 교환 및 환불이 현장에서만 진행되고, 그것도 구매한 당일에만 가능한 경우가 많다. 특히 팝업스토어 자체가 대다수 서울에 위치한 만큼 서울 소재 거주자가 아닌 팬의 경우 교환, 환불의 어려움은 배가 된다.

팝업스토어의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수요층보다 물품을 적게 준비하여 오랜 시간 대기를 했는데도 굿즈를 구매하지도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아이돌 굿즈 팝업스토어의 경우 5시간 대기를 했음에도 원하는 상품을 사지 못했다는 후기도 SNS에 올라온다.

상품 또한 일명 '프리미엄'이 붙어 저렴하지 않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 아이돌 팝업스토어의 경우 가장 저렴한 상품이 14000원의 파우치이고, 가장 비싼 상품은 의류로, 상하의 각각 10만 원이다.

팬들의 애정을 '이용'하는 산업?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콘텐츠 산업(콘텐츠 상품을 생산, 유통, 소비하는 데 관련된 산업) 규모는 출판, 만화, 음악(공연),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광고, 캐릭터, 지식정보, 콘텐츠솔루션 총 11개 분야 2500개 사업체를 기준으로 2022년 매출액은 총 148조 1607억 원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이 규모는 계속 커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잡코리아와 알바몬의 2020년 설문 조사 결과 MZ 세대 2128명 중 81%가 굿즈 트렌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렇듯 콘텐츠 산업 성장과 MZ 소비 습관이 맞물려 앞으로 팝업스토어를 포함한 굿즈 시장은 점점 커질 것이다. 그러나 팬들에게 책임과 불편을 지우는 현재의 모습은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보기 어렵다.

굿즈는 애정을 기반으로 소비 욕구가 발생한다. 팬 입장에서 퀄리티와 서비스에 많은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다. 팝업스토어 자체는 더 다양한 굿즈를 구경하고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이다. 그러나 교환, 환불을 어렵게 만들고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등의 전략은 소비자의 애정을 이용하는 행태이다.

팝업스토어 방식은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판매 수량 및 가격 책정부터 교환, 환불까지 좀 더 소비자의 입장에서 고려한다면 팬은 저절로 늘 것이다. 다양한 '덕질' 문화를 즐겁게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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