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인요한 혁신위의 '혁신', 의구심이 드는 이유
[박성우 기자]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제5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 남소연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혁신안에 국민의힘 내부에서 볼멘소리가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인 위원장이 영남 중진 의원과 친윤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 및 수도권 출마를 권고했으나 주호영 의원이 "절대 갈 일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섬에 따라 다른 의원들의 반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혁신위의 혁신안에 본질적인 의문이 든다. 영남 중진 의원과 친윤 의원들이 총선에 불출마하거나 수도권 등 험지에 출마하는 게 곧 혁신인가라는 의문 말이다.
그들이 이제껏 정치적 기득권을 누려온 것은 명백한 사실인 만큼 그들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그들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자리에 또 다른 기득권자가 들어온다면 그것은 혁신은커녕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속이는 것에 불과하다.
친윤, 검사 출신에는 "있을 수 없다" 일축하더니
현재 영남 중진과 친윤 의원들의 지역구에 용산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내려올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지난 3일 인 위원장은 영남 중진이 빠진 지역구를 친윤, 검사 출신들이 채우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그것은 스스로 죽는 거다. 이상한 약을 먹고 죽는 것. 그건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10일 해당 지역구에 용산 참모들이 내려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실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이번 선거 과정에서 절대 어떤 특혜도 없을 것"이라고 답했을 뿐 앞서와 달리 그에 대해 부정하거나 비판적인 시각을 명확히 드러내지 않았다.
정말로 정치 기득권을 혁신할 생각이라면 굳이 영남 중진과 친윤 의원을 지목하지 않고 동일 지역구의 3선 초과 연임 자체를 금지하면 된다. 실제로 인 위원장은 "한 지역에서 세 번 넘게 당선됐으면 다른 데 가서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그 뜻을 보였음에도 이를 혁신안에 담진 않았다. 대대적인 정치 기득권 혁신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여당에 안정적인 지역구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대통령 '노' 해도 '예스' 할 수 있어야 한다"더니
한편 6일 인 위원장은 "(의원들이) 대통령을 찾아가서 말을 함부로 못한다. 그거는 대통령 문제가 아니다. 그분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대통령 위에 올라가는 건 유교 문화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화에 맞지 않다. 대통령 당신이 이런 거 틀렸소, 이렇게 하시오, 말하시오 그러면 저보고 위로 올라가라는 건 월권"이라고 얘기했다. 인 위원장이 대통령을 지적하는 행위에 대해 월권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런데 인 위원장은 3일 "문화가 유교 문화로 굉장히 수직적이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이고 엄청 발전한 나라인데, 대통령께 '노(No)' 할 수 있는, 아니면 대통령은 '노' 하는데 '예스(yes)입니다'라고 당 대표나 사람들이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에는 수직적인 유교 문화에서 벗어나 대통령에게 지적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해놓고는 3일 만에 정작 자신이 윤석열 대통령을 지적하는 건 월권이자 유교 문화를 넘어 전 세계 문화와도 맞지 않다고 얘기한 것이다.
이는 인 위원장이 영남 중진에게 "정말 대통령을 사랑하면 험지에 나오고, 그렇지 않으면 포기해라. 대통령을 사랑하고 지지하면 희생하자는 말"이라고 얘기한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느껴진다. 인 위원장은 영남 중진들이 험지에 출마하라는 명분으로 국민이 아닌 대통령을 내세웠다.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10월 27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혁신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 남소연 |
이는 친윤 의원으로 손꼽히는 이철규 의원이 강서구 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무총장직을 사퇴했다가 19일 만에 총선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복귀한 것에 대한 인 위원장의 발언을 봐도 알 수 있다. 인 위원장은 "나는 만세 불렀다"며 "몇 번 만나 대화를 나눠봤는데 아름다운 과거를 지녔다. 경찰로서 바닥부터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그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옹호했다. "너무 사람을 싸잡지 말고 좋은 면을 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용산 소식에 밝은 여권 인사는 지난주 이런 얘기를 했다. "강서구청장 선거 전 '윤핵관'들과 마주한 윤 대통령이 '현재 지역구 대신 수도권에서 출마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A의원이 먼저 '알겠습니다' 했다. 이어 B의원과 C의원은 '생각해 보겠습니다'라고 했고, D의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누가 응했고 거부했고는 중요치 않다. 오래전부터 대통령 마음속에 '윤핵관의 희생'이 각인돼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중략)"
김 논설위원장은 해당 칼럼에서 '알겠다'고 답한 윤핵관이 바로 이철규 위원장이라고 주장했다. 즉, 다른 윤핵관들과 달리 이 위원장은 현재 윤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인물이고, 그렇기에 보궐선거 패배에 책임을 졌음에도 곧바로 인재영입위원장으로 화려히 복귀할 수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이러한 인물을 적극 두둔했다.
인요한 혁신위의 '혁신'이 국민과는 동떨어진, 대통령만을 바라본 혁신이 아닌가 의구심이 생기는 이유다. 겉만 혁신의 모습을 할 뿐, 속 알맹이는 구태의연한 것 아닌가 우려가 생긴다. 혁신의 궁극적인 대상을 비판하기는 커녕, 받들어 모시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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