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이 왜 이렇게 춥나 했더니... 단열재 없는 대학 건물

김민성 2023. 11. 1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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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10월 말부터 담요 덮고 과제... 학생들이 계속 공부할 곳인데 대책은 없는 걸까

[김민성 기자]

"히터 좀 빨리 틀어주세요."

중간고사가 끝나 대학생들이 해방될 즈음, 내가 다니는 대학 건축대학 학생들이 학생회에 강하게 해결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학생들의 애로사항은 응당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나 이런 의문이 든다.

"벌써 히터를 틀 시기인가? 조금 따뜻하게 입으면 될 거 같은데." 

학교가 히터를 작동시키지 않는 것은 에너지 절감 측면을 함께 고려하였을 때 아직 히터를 틀 만큼 춥지 않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다른 단과대에서는 지속적으로 추위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 않은데, 왜 유독 건축대학 학생들만 춥다고 하는 걸까?

단열재가 없는 대학 건물?

건물의 위치 때문인가. 음지, 남향이 아닌 점들이 난방의 필요성을 유발할 수 있으나 이는 근본적인 문제라고 하긴 어렵다. 이러한 의문점을 해결하기위해 학교 시설과에 직접 전화를 하였고 충격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건축대학) 건물에 단열재가 없다."

정말 단열재가 없을까? 시설과에 의하면 리모델링 당시 문서는 보존기간이 지나 모두 폐기되었고 옛날에 지어진 건물이기에 단열재가 없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열화상카메라 우리대학 벽체
ⓒ 열화상카메라 사진
 
충격적인 사실을 직접 확인해 보고자 열화상 카메라를 사용하여 건물의 벽체 온도를 측정해 보았다. 위 사진과 같이 건축대학 건물의 경우 내외부의 온도 차이가 거의 없다. 아래 사진과 같이 최근에 지어진 건물(단열재가 있는)의 경우 온도 차이가 확연한 것을 알 수 있다.
 
 열화상카메라 타단과대 벽체
ⓒ 열화상카메라 사진
 
 
 단열재의 위치 별 특징 http://hisystemhouse.com/?page_id=86
ⓒ 하이시스템하우스
열관류율(overall heat transfer coefficient)이란 유체가 한쪽에서 반대쪽으로 움직일때 전해지는 열량을 말한다. 이러한 열관류율을 감소시켜 열의 전달을 차단하는, 즉 보온의 역할을 하는 것이 단열재이다.

건물에서 단열재는 여름에는 뜨거운 외기를 차단하고 겨울에는 차가운 외기를 차단하여 실내온도를 적정수준으로 유지시켜 준다. 여기서 실내 온도를 어느 수준으로 유지 가능한지에 따라 실내온도 조절을 위한 설비(에어컨, 히터 등)를 고려하기 때문에 건물 설계에 있어 단열재는 중요하다.

이런 역할을 하는 단열재가 없는 건물들은 실내외간 온도차이가 급격하게 변화하여 겨울에는 창틀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과 같은 현상인 결로가 많이 발생할 수 있으며, 벽체에 곰팡이 형성 및 건물의 성능저하 등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사용자의 불쾌감 조성이라는 문제가 가장 크게 다가온다.

건축대학 건물의 경우처럼,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고 곰팡이 발생 등으로 인해 저하된 실내환경의 사용감과 추가적인 설비로 인한 에너지 효율로 인해 최악의 건물이 만들어진 것이다.
 
▲ 지역별 건축물의 열관류율 기준 건축물 에너지절약설계기준https://www.law.go.kr/%ED%96%89%EC%A0%95%EA%B7%9C%EC%B9%99/%EA%B1%B4%EC%B6%95%EB%AC%BC%EC%9D%98%EC%97%90%EB%84%88%EC%A7%80%EC%A0%88%EC%95%BD%EC%84%A4%EA%B3%84%EA%B8%B0%EC%A4%80
ⓒ 국토교통부
정부24의 건축물 대장 기준, 학교 건물은 1973년 7월에 사용승인이 난 건물이다. 건축물 단열기준이 1979년에 처음 마련되었기에 건물 준공 당시에는 단열기준이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고, 기준이 없었기에 당시 설계자 분들에게는 열관류율을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1979년 건축물 단열성능 기준이 생겼을 당시의 열관류율의 기준은 0.9W/m^2k 였다. 단열 기준은 제정 이후 년도를 거치며 더 강화되었고 현재는 서울 중부지역기준, 학교 건물은 '국토교통부 고시-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에 의해 건축대학 건물은 열관류율이 0.240 W/m^2k 이하를 만족해야 한다.

일반적인 콘크리트의 경우 열전도율(열관류율 = 열전도율 / 재료의 두께)은 1.6W/mk이며 1979년의 기준을 맞추려면 230mm정도의 두께면 충분하나, 가장 최근의 열관류율 기준을 맞추기 위해선 벽체의 두께를 무려 6m 이상으로 설계하여야 한다.

단열재의 설계에는 다양한 재료가 복합적으로 들어가지만 단순하게 한 종류의 단열재(경질우레탄폼보온판 - 열전도율 0.034('가'등급 단열재) – 기준)만 150mm를 사용하여도 에너지절약설계기준의 열관류율 기준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음을 계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단열재를 적절히만 사용하더라도 열관류율 기준을 충족하는 것은 어려운 부분이 아니다. 다양한 성능을 지닌 단열재들을 조합한다면 결로, 곰팡이 등의 문제들도 어려움 없이 해결이 가능함을 알 수 있다.

만약 설계 당시에 이런 기준들이 정립되어 있었더라면 지금처럼 학생들이 10월 말에 강의실에서 덜덜 떨면서 담요를 싸매고 과제를 하는 풍경은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건축대학 건물을 이용하는 학생 수는 400~500명 정도이고, 건축학과라는 특성상 설계실이라고 부르는 넓은 작업실 느낌의 강의실이 2개층(3, 4층) 있고 1, 2층에는 강의실이 8개 가량 있다. 그 외에 대학원생과 교수님들이 이용하는 공간도 있다. 

학교 구성원들이 편안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 학생들이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추가적인 개보수는 필수적이다.

따뜻한 건물에서 공부하고 싶어요
 
▲ 그린 리모델링 국토교통부 https://www.facebook.com/photo/?fbid=3326122157425881&set=pcb.3326123520759078
ⓒ 국토교통부
 
이미 지어진 건물이기에 벽을 부숴서(?) 단열재를 넣는 방법은 비효율적이며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이다. 그렇기에 서울시에서 진행중인 '2050온실가스 감축전략' 중 '그린빌딩(저탄소 제로에너지빌딩 전환 추진)'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대학 건물과 같이 노후화되고 냉난방 효율이 저하된 건물들을 대상으로 그린리모델링을 통해 탄소배출 저감을 목표로 한다.

여기서 그린리모델링은 '노후 공공건축물의 에너지 성능향상에 따른 온실가스 저감 및 생활환경 개선을 통해 모범사례를 창출하고 민간부분 확산 도모'의 사업목적으로 지어진 건물에 외단열재(건물 바깥에 단열재를 부착하는 방식), 내단열재 보강, 고성능 창으로 교체 및 고효율 설비, 조명 설치 등을 필수 에너지 공사로 설정하여 사업을 진행한다. 추가적으로 구조, 안전관련 문제가 있는 경우 추가지원 공사도 진행하여 에너지성능향상 및 생활환경개선을 목표로 한다.

우리대학 건물은 음지에 있어 햇빛을 많이 받기 위해 매층마다 창이 굉장히 많이 설계되었다. 또한 단열재도 없기에 그린리모델링 사업을 시행하기에 최적의 건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오랫동안 한 장소에서 과제하는 학생들을 위한 고효율 환기장치를 통해 신선한 외기를 도입하는 것 또한 사용자의 내실 사용감 증진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학교, 개선을 위한 방안 마련해야 

허나 그린리모델링 사업을 학생회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사업의 신청조차 학교의 승인이 없다면 행할 수 없으며, 이를 추진하기 위한 돈도 결국 우리의 등록금에서 나가는 것이기에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결국엔 학교-학생 쌍방의 노력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지속적으로 애로사항들에 대해 학교에 전달하고 소통의 장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를 해야 한다. 학교 역시 이러한 요구들을 받을 수 있는 소통의 장을 개설하고 충분한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학교를 이끌어나가는 학생들이 학교를 사랑하고 편안한 곳으로 생각하기 위해 시설의 개선은 불가피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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