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무너진 토트넘, 포식자 황희찬 막을 수 있을까"…EPL도 궁금한 '코리안 더비' 매치업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프리미어리그가 최근 수비진이 붕괴한 토트넘 홋스퍼가 '페널티박스 포식자(penalty-box predator)'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을 막을 수 있을지 주시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는 지난 10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토트넘의 바닥난 수비가 황희찬의 위협을 막을 수 있을까?"라며 토트넘과 울버햄프턴 간의 맞대결을 주목했다.
토트넘과 울버햄프턴은 11일 오후 9시30분 영국 울버햄프턴에 위치한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두 팀은 각각 2위와 14위에 위치하며 시즌 초반 성적에는 격차가 있는 상황이지만, 최근 흐름은 다소 유사하다.
토트넘은 개막 후 10경기에서 8승 2무를 기록하며 최고의 상승세를 보였지만, 직전 라운드에서 2명이 퇴장당하는 수적 열세 끝에 첼시에 1-4로 완패하며 무너졌다. 리그 선두 자리도 맨체스터 시티에게 밀려났으며, 직전 4연승도 마감했다.
울버햄프턴도 최근 리그 5경기에서 2승 3무로 무패 행진을 달리던 중 직전 셰필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1-2로 패배하며 좋은 흐름이 중단됐다. 특히나 이날 경기에서는 황희찬의 도움으로 팀이 동점골을 기록하며 승점 1점을 챙기는 것이 가까워진 상황에서 후반 종료 직전 페널티킥 허용으로 무너져 더욱 팬들을 아쉽게 했다.
11월 A매치 휴식기을 앞두고 마지막 경기를 준비 중인 양 팀은 득점을 책임지고 있는 손흥민과 황희찬을 앞세워 승점 3점 사냥에 나선다.
2023/24시즌이 개막한 이후 손흥민과 황희찬의 초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먼저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지난 시즌 리그 10골에 그치며 부진한 한 해를 보냈지만, 새 시즌이 시작된 후 벌써 8골을 터트리며 득점왕 레이스에 참가했다.
올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건 전시즌 득점왕이자 현재까지 11골을 기록 중인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맨시티)이다. 홀란 뒤를 8골을 터트린 손흥민과 모하메드 살라(리버풀)가 바짝 추격 중이다.
황희찬도 득점 순위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깜짝 경쟁을 펼치고 있다. 황희찬은 현재 리그 6골로 알렉산데르 이사크(뉴캐슬 유나이티드)와 브리앙 음뵈모(브렌트퍼드)와 함께 득점 공동 6위에 위치했다. 리그컵 1골까지 포함하면 시즌 6호골을 기록했다.
2021년 여름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황희찬은 이미 올시즌 커리어 하이 시즌을 예약했다. 울버햄프턴 3년 차를 맞이한 그는 시즌 초반에 이미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 최다골(5골·2021/22시즌) 기록을 경신하면서 생애 첫 프리미어리그 두 자릿수 득점에 도전 중이다.
또 직전 경기 셰필드전에서 도움 1개를 올리며 최근 6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달성에 성공했다. 공격포인트 생산 능력이 절정에 달하면서 토트넘전에서도 황희찬의 발끝에서 득점이 나올지 관심이 쏠렸다.
프리미어리그도 SNS을 통해 손흥민과 황희찬의 스텟을 비교하면서 시즌 첫 '코리안 더비'를 주목했다. 그러면서 최근 수비진에 부상자가 속출한 토트넘이 기세가 매서운 황희찬을 막을 수 있을지 여부도 주시했다.
토트넘은 지난 7일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첼시전에서 1-4로 완패하면서 개막 후 리그 첫 패배를 맛봤다. 이날 토트넘은 선제골을 터트리며 리드를 잡았으나, 이후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데스티니 우도기가 퇴장을 당해 수적 열세에 처하면서 끝내 홈에서 첼시한테 고개를 숙였다.
문제는 이날 부상을 입어 경기 중 교체된 미키 판더펜과 제임스 매디슨이 울버햄프턴전에 결장하게 됐다. 토트넘 사령탑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에 앞서 사전 기자회견을 통해 "판더펜의 햄스트링 부상은 상당히 심각했다. 아마 2024년이 돼야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매디슨도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스캔 후 좋지 않은 결과가 다시 나왔고, 아마도 내년에 그를 봐야 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또 판더펜과 함께 팀 핵심 수비수이자 부주장인 로메로도 첼시전에서 위험한 태클로 다이렉트 퇴장을 받아 3경기 징계가 예상돼 울버햄프턴전을 결장한다. 풀백 우도기 역시 첼시전 때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면서 다음 경기인 울버햄프턴전을 출전할 수 없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내 경력에서 한 경기로 인해 이정도의 혼란을 겪는 건 많지 않다는 점이다"라며 "우린 한 경기에서 선발 자원을 4~5명이나 잃었다. 4백 중 3명이나 잃었다"라며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도 토트넘 주전 수비수 3명이 빠진 건 큰 타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그들은 토트넘 수비수들의 최고 속력을 계산했다. 올시즌 토트넘에서 가장 빠른 선수는 판더펜(35.52km/h)으로, 그 뒤를 우도기(34.68km/h)와 로메로(34.61km/h)가 이으면서 토트넘 수비수 3인방이 팀 내 스피드 1~3위를 모두 차지했다.
수비수들 모두 발이 빨라 수비 전환 속도가 신속하게 이뤄지면서 토트넘은 그동안 라인을 높게 올려 공격적인 축구를 하는 게 가능했다. 또 수비수들 간의 호흡이 뛰어나 오프사이드도 많이 유도했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토트넘(34회)보다 오프사이드를 더 많이 만들어낸 팀은 애스턴 빌라(51회)뿐이다.
그렇기에 4백에서 3자리가 바뀌는 건 토트넘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끼칠 확률이 매우 높다. 프리미어리그도 "이러한 문제가 울버햄프턴전에서 문제가 될지 아니면 포스테코글루가 전술을 약간 바꿀지 지켜보는 건 흥미로울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황희찬을 조심하라. 토트넘은 울버햄프턴의 가장 빠른 공격수인 페드루 네투가 없다는 점에 감사하겠지만, 그들은 1부리그에서 가장 유능한 공격수 중 한 명인 황희찬과 맞붙게 될 것"이라며 토트넘이 황희찬을 막을 수 있을지 궁금해했다.
프리미어리그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이번 시즌 리그에서 페널티킥을 제외했을 때 황희찬은 6골로 엘링 홀랑(9골·맨시티), 손흥민(8골·토트넘), 재러드 보언(7골·웨스트햄) 다음으로 많은 골을 넣었다. 특히 황희찬의 슈팅 횟수가 불과 17회에 불과하면서 어마어마한 골 전환율을 과시했다.
올시즌 황희찬의 골 전환율은 무려 35.29%. 2위 손흥민(26.67%)을 큰 차이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전시즌 득점왕 홀란(26.19%)이 3위를 차지했고, 보언(21.88%)이 4위에 올랐다.
프리미어리그는 황희찬의 놀라운 기록을 주목하면서 "최근 몇 주 동안 황희찬은 주로 오른쪽 윙어로 기용됐다"라며 "그 위치에서 그는 세컨드 스트라이커 역할을 하기 위해 박스 안으로 들어가는 움직임이 탁월하며, 17번 슈팅 중 16번을 박스 안에서 시도하는 타고난 페널티 박스 포식자(penalty-box predator)"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비가 바닥을 드러낸 상태에서 토트넘은 황희찬 위협을 대처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황희찬의 페널티지역 내 결정력은 이미 소속팀 개리 오닐 감독이 극찬할 정도로 수준급에 올라선 상황이다.
오닐 감독은 지난달 21일 자신이 지난시즌까지 지휘하던 본머스와의 맞대결을 앞두고 황희천 골전환율 얘기가 나오자 반기면서 "울버햄프턴 다른 선수들이 황희찬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닐 감독은 "황희찬 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공격에 가담해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페드로 네투가 측면에서 벌려주고 쿠냐가 수비진을 교란하는 사이 차니가 골을 성공시킨다"고 밝혔다.
오닐 감독은 황희찬 이름의 마지막 글자인 찬을 활용해 그를 '차니(Chany)'라고 부른다. 손흥민이 '소니'라고 불리는 식이다.
오닐 감독은 이어 "차니의 마무리는 매우 안정적이고 위협적이다. 위치를 잘 잡는다"면서 "황희찬의 득점전환율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같이 모색해나갈 것"이라며 황희찬 살리기에 많은 에너지를 쏟겠다고 했다. 특히 "100만번 슛을 해서 한 번 성공할까 말까한 중거리슛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위치를 잡을 줄 알기 때문"이라며 황희찬의 위치선정 능력을 호평했다.
황희찬은 10월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골' 후보에도 올랐는데 다른 7명의 후보들과 달리 유일하게 페널티지역 내에서 성공시킨 것이다. 뉴캐슬전에서 페널티지역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다가 패스를 받은 뒤 상대 수비수를 간결한 왼발 페인트로 바로 제치고 왼발 슛을 성공시켰다.
황희찬은 오닐 감독의 발언과 골전환율에서 보듯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 골결정력 기준이 되는 '득점 수-총 기대득점 값'이 1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FB 레프'에 따르면 황희찬과 손흥민은 G-xG값(실제 득점 수에서 기대 득점 수치(xG)를 뺀 수치)에서 프리미어리그 1등과 2등을 각각 달리고 있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6골을 넣고 있는 황희찬은 xG가 2.4에 불과해 G-xG가 +3.6을 기록하고 있다. 황희찬은 이번 시즌 총 17개의 슈팅을 시도했다. 17차례 슈팅의 xG를 모두 합치면 2.4골이 나온다는 뜻이다. 그 만큼 골을 기대하기 힘든 슛을 골로 완성했다는 얘기다. 프리미어리그 8골로 득점 공동 2위인 손흥민의 G-xG가 +3.5를 제치며 선두를 달리는 중이다.
토트넘 백4 주전 중 3명이 울버햄프턴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프리미어리그 예상대로 토트넘이 황희찬의 움직임에 고전을 면치 못할지 아니면 새로운 전술로 황희찬을 묶는데 성공할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으고 있다.
사진=PL 홈페이지, EPA, AP, PA Wire/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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