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황희찬 더비 성사... 영국 현지 반응도 뜨겁다
[이준목 기자]
역대 가장 뜨겁고 흥미진진한 EPL 코리안 더비가 펼쳐진다.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튼),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을 함께 이끄는 동료이자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두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공격수가 잠시 적이 되어 마주친다.
토트넘과 울버햄튼은 11월 11일 밤 9시 30분(한국시간)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에서 격돌한다.
특히 국내 축구 팬들의 이목이 쏠리는 것은 역시 득점왕 경쟁을 펼치고 있는 손흥민과 황희찬의 시즌 첫 맞대결 때문이다. 손흥민은 현재 8골(1도움)로 엘링 홀란(맨시티, 11골)에 이어 EPL 득점 공동 2위, 황희찬은 6골(2도움)로 득점 공동 6위에 각각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 EPL에서 코리안 더비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현지에서까지 이 정도로 주목을 받은 경우는 없었다. 그동안 EPL에서 가장 많은 코리언 더비를 펼친 선수는 박지성(맨유)VS 이영표(토트넘), 손흥민VS 기성용(FC서울) 등이 있었지만 포지션이나 위상, 팀전력 등에서 차이가 있어서 맞대결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반면 현재의 손흥민-황희찬은 두 선수 모두 공격수이고 현재 나란히 팀내 최다득점으로 '동반 커리어 하이' 시즌까지 기대하게 할만큼 자타공인 에이스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
황희찬은 아직 시즌의 1/3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벌써 EPL 진출이후 자신의 한 시즌 최다득점 기록을 경신했다. 황희찬은 EPL 데뷔 해이던 2021∼2022시즌 30경기에서 5골을 넣었고, 지난 시즌엔 27경기 3골에 그쳤다. 현재 황희찬은 공식전 6경기 연속 공격포인트의 물오른 감각을 과시하고 있으며 토트넘을 상대로 다시 한번 본인의 기록을 7경기 연속으로 늘리는데 도전한다.
손흥민도 지난 시즌의 부진을 딛고 아시아 출신 첫 EPL 득점왕을 기록했던 2021-22시즌(35경기 23골)의 경기당 평균 0.66골을 뛰어넘은 0.72골을 기록하며 빠르게 골을 적립중이다. 또한 손흥민은 2골만 더 추가하면 리그 2년차이던 2016-17시즌 이후 'EPL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골'이라는 또 하나의 역사를 수립하게 된다. 이는 EPL 역사상 웨인 루니(11시즌)를 포함해 역대 단 6명만 갖고 있는 대기록이다.
두 선수의 코리안더비는 2021-22시즌을 앞두고 황희찬이 울버햄튼에 합류하며 시작됐지만 정작 그동안 그라운드에서 함께 뛸 기회는 적었다. 부상과 컨디션 난조, 로테이션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번번이 엇갈린 두 선수는 2년 동안 2번의 경기에서 약 38분 정도를 함께 뛰는데 그쳤다.
하지만 올시즌 들어 황희찬의 주가가 급상승하면서 이제는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선수 개인의 명성이나 팀전력에서는 여전히 손흥민이 월등히 앞서지만, 정작 승운은 황희찬 쪽이었다.
두 선수의 첫 대결이었던 2021-22시즌 잉글랜드 카라바오컵 3라운드에서는 황희찬은 선발 출전, 손흥민은 후반 교체 투입되어 약 30분간 그라운드를 누볐고, 두 팀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울버햄튼이 승리했다. 황희찬은 승부차기 1번 키커로 나서 골망을 가르며 팀승리에 기여했고, 손흥민의 차례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날 경기 후 황희찬은 손흥민에게 다친 부위를 보여주기도 했다.
두 번째 맞대결은 같은 시즌 프리미어리그 25라운드였다 이번엔 손흥민은 선발 출전했으나, 황희찬은 후반 36분에 교체 투입되어 함께 8분 정도를 뛰는데 그쳤다. 울버햄튼은 토트넘 원정에서 2-0 승리를 가져갔다.
다만 손흥민과 황희찬 모두 본인의 활약과는 별개로, 이번에는 핵심 조력자들을 잃은 채 대결을 펼치게 되었다는게 변수다. 토트넘은 현재 제임스 매디슨, 히샬리송, 판더펜 등 공수의 주요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을 당했다.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테스티니 우도지는 첼시전에서 퇴장을 당했다.
그야말로 손흥민 빼고는 차포를 다 떼고 경기해야하는 상황이다. 이미 전열에서 이탈한 이반 페리시치, 마노르 솔로몬까지 부상자의 다수가 장기부상이 우려된다는 점은 울버햄튼전 이후까지 걱정되는 상황이다.
울버햄튼도 전력 공백이 있다. 올시즌 1골 7도움을 기록하며 EPL 도움 1위를 달리던 포르투갈 국가대표 윙어 페드루 네투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토트넘전에 결장할 가능성이 높다. 네투는 황희찬이 올시즌 기록한 득점의 절반에 이르는 3골을 어시스트하며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아쉬움이 더 클법하다.
토트넘(8승 2무 1패)은 지난 첼시전에서 1-4로 첫 패배를 기록하며 개막 이후 10경기 무패행진이 중단되면서 맨체스터 시티(9승 2패, 승점 27)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아래로는 리버풀과 아스널(승점 24)도 바짝 추격해오고 있어서 선두 경쟁의 첫 고비다. 울버햄튼은 3승 3무 5패로 하위권인 14위에 그치고 있어서 이번 경기를 통하여 중위권 반등을 노려야한다.
양팀 모두 어려운 상황이기에 그만큼 '한 방'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에이스의 킬러 본능이 절실하다. 기왕이면 EPL 코리안 더비 최초로 두 한국인 스타가 같은 경기에서 나란히 골맛을 보는 장면도 기대되고 있다. 주말 국내 팬들은 과연 두 선수의 소속팀 중 어느 쪽을 응원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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