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尹정부, 공중급유기 추가 도입 포기하나
보잉 기술적 결함으로 입찰 땐 경쟁구도 불가능
우리 공군의 공중급유기 추가 도입사업이 무산 위기에 놓였다. 해마다 가동률이 떨어져 전력 차질은 물론 사업참여 의사를 밝힌 해외기업에서도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해 경쟁입찰이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군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지난 8월 사업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2029년까지 총사업비 1조 2000억원을 들여 공중급유기 2대를 국외에서 추가로 구매할 예정이었다. 1차 사업 때 도입한 ‘시그너스’(KC-330) 4대로는 전력상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통상 군에서는 무기체계를 1세트당 4대를 도입하는데 비상대기, 정비 등을 감안하면 정상 가동할 수 있는 대수는 1대에 불과하다. 공군이 운영하는 E737 피스아이도 4대를 운영하고 있지만. 비행 안전을 위한 초도 창정비(8년 주기) 수행으로 가동률이 하락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KF-21, F-35 등 피급유항공기 늘어나면서 공중급유기 추가 도입 시급군은 공중급유를 받을 수 있는 피급유항공기가 늘어나 공중급유기 대수도 함께 늘어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 공군은 F-35 스텔스 전투기, KF-21 등을 추가로 도입해야 하는데 이에 비해 공중급유기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력적인 측면에서 50여대의 피급유항공기에 1대의 공중급유기가 필요하다. KC-330는 111t의 연료를 탑재할 수 있어 F-35A는 최대 15대, F-15K는 최대 10대, KF-16은 최대 20대에 급유할 수 있다.
군은 내년도 예산에 공중급유기 예산이 반영돼야 2029년까지 추가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방사청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초기사업비 3억을 신청했지만, 정부에서 이를 제외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스스로 초기사업비 예산을 삭감한 것은 미국산 공중급유기를 도입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한다.
대표적인 미국산 공중급유기는 보잉의 KC-46A 모델이다. 현재 미국과 일본, 이탈리아가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보잉은 공중급유기 원력비전시스템(Remote Vision System)의 설계를 변경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중급유 관련 카메라와 센서 등을 교체해야 하는데 교체 후 운영 시기는 2026년 초부터 가능하다. 보잉에서 먼저 계약한 미군 납품을 우선시한다면 2032년까지 다른 나라에는 납품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 보잉 항공방산 부문(BDS)의 테드 콜버트(Ted Colbert) 사장은 지난 5월 미국 항공전문매체인 에어로스페이스 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보잉은 올해 미 공군에 공중급유기 납품 시기 약속을 이행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 공군이 1차 사업에서 유럽 기종을 사용하고 2차 사업에서 미국 기종을 도입한다면 조종사 양성 교육이나 정비부품 도입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에어버스는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의 자동 공중급유시스템(A3R) 채택 등 성능 개량과 2차 공중급유기 사업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아덱스(ADEX 2023)에서 에어버스의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는 산체스-세구라 부사장은 에어버스의 여객기 A330-200을 개조한 A330 MRTT를 모체로 하는 KC-330 시그너스를 여러 차례 언급하며 협력 확대 의지를 거듭 내비치기도 했다.
추가입찰 땐 에어버스 vs 보잉 경쟁 구도 예상… 보잉 기술적 결함에 2032년까지 납품 불가능에어버스는 최근 싱가포르 공군과 함께 공중급유기 A330 MRTT와 F-15 전투기 간 자동 공중급유시스템(A3R)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A3R은 고성능 카메라를 활용해 수유기의 주유구를 인식한 뒤 급유기의 공중급유장치인 붐을 자동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KC-330는 우리 공군의 공중급유기이면서 대형 수송기 역할도 해냈다. 민간 여객기인 에어버스 A330-200을 개조한 시그너스는 인원 300여명과 화물 47t을 수송할 수 있다. 전폭 60.3m, 전장 58.8m, 전고 17.4m이며, 최대 속도는 마하 0.86, 최대 순항고도는 약 1만2600m, 최대 항속 거리는 약 1만4800km다.
시그너스는 공군이 보유한 수송기 C-130보다 항속거리가 길고 더 많은 인원을 태울 수 있어 이스라엘 교민 수송 작전에 투입됐다. 2020년 7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이라크에 파견된 근로자를 수송했고, 2021년 7월에는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청해부대 장병을 수송했다. 2021년 8월에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할 때 현지 조력자들을 국내에 데려오는 ‘미라클 작전’을 수행했고, 올해 4월에는 수단 내전 때 현지 교민을 수송하는 ‘프라미스 작전’에 투입됐다. 시그너스는 이 밖에도 2021년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과 요소수 긴급 공수 작전에도 투입됐고, 올해 2월에는 강진 피해를 본 튀르키예에 긴급 구호대와 물자를 보내는 인도적 지원 작전도 수행했다.
군 관계자는 "시그너스는 전투기의 임무반경 확대와 체공시간 및 무장 탑재 능력 향상에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해외 교민 수송 및 인도적 지원에도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며 “전력 공백을 없애기 위해서는 추가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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