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내내 제철과일…제스프리, 제주를 '키위 성지'로 만든 이유 [비크닉]

박이담 2023. 11.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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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뀔 때마다 제철 과일을 찾게 되죠. 자연의 순리대로 자라 영양분이 많은 데다, 신선하고 맛까지 좋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철이 언제인지 헷갈리는 과일이 있습니다. 바로 키위인데요. 일년 내내 마트 과일 진열대를 굳건히 지키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주도가 새로운 키위 성지가 된 덕분이에요. 4월부터 11월까진 뉴질랜드에서 키위를 들여오고,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진 제주도에서 자란 키위를 먹을 수 있게 됐거든요. 여기엔 뉴질랜드 농가들이 모여 만든 브랜드 ‘제스프리’의 공이 크다고 하네요. 오늘 비크닉에선 그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뉴질랜드 키위나무의 모습. 제스프리

#농가들이 모여 만든 세계 1위 브랜드


제스프리는 글로벌 키위 시장을 주름잡는 1위 브랜드입니다. 전 세계 50여개 국가에 키위를 판매하며,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죠. 2022년 매출은 43억3500만 뉴질랜드달러. 우리 돈 3조5600억원에 달해요.

제스프리는 위기에서 탄생했습니다. 1980년대 뉴질랜드 키위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자 이탈리아, 칠레 등 여러 국가에서 앞다투어 키위 농사에 뛰어들어 공급 과잉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키위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90년대 들어 경제위기까지 찾아오죠. 생사의 기로에 놓인 뉴질랜드 키위 농가들은 브랜딩과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그래서 1997년 기업형 조합 제스프리를 만듭니다.

1997년 기업형 조합으로 설립된 제스프리의 로고. 제스프리


제스프리는 모든 것을 체계화하기 시작해요. 마케팅하기 위한 조직을 별도로 설립하고, 수출 창구도 단일화해요. 그중에서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건 품질이죠. 농가가 키위를 만들어내기까지 재배지, 묘목 식재, 재배 기술, 수확 등 모든 과정을 지원합니다. 그렇게 나온 키위의 품질을 엄격히 검사해 통과해야만 비로소 제스프리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판매한 거죠. 일관된 품질과 이를 보장하는 브랜딩으로 30년도 안 되어 1위 브랜드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제스프리 뉴질랜드 본사의 모습. 제스프리

#제스프리가 제주를 택한 이유


우리나라에서 키위를 즐겨먹는 사람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한국 키위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제스프리 매출은 매년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요. 지난해 매출은 22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0% 성장했죠. 한국은 제스프리의 키위 소비국 가운데서도 위상이 대단합니다. 한국은 중국, 일본, 스페인에 이어 제스프리가 4번째로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거든요.

제스프리는 뉴질랜드산 키위를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2004년부터 국내 농가와 협약을 맺고 직접 키위를 재배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제주도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지역이었어요. 화산재 토양이라 배수가 잘되고 비옥한 토질을 갖춘 데다 일조량이 많고 물도 깨끗했죠. 뉴질랜드와 비슷한 환경을 갖춰 품질 좋은 키위를 재배하기 적합했습니다.

올해 기준 국내 제스프리 키위 재배 농가는 288곳, 재배 면적은 232만 제곱미터(㎡)에 달해요. 축구장 300개가 넘는 면적이죠. 4년 전과 비교하면 농가 수는 1.5배, 재배 면적은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국내에 안정적인 생산지를 확보하면서 1년 내내 균일한 맛과 품질의 키위를 선보일 수 있게 됩니다.


#브랜드를 키우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뉴질랜드 키위 농가 모습. 제스프리
제스프리(Zespri)는 열정(Zest)와 재기(Esprit)를 합쳐 만든 단어라고 해요. 이름처럼 끊임 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품질을 높이고 브랜드 가치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직접 품종을 개발하기도 해요. 신품종을 개발해 키위의 상품성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스프리의 대표 키위인 ‘썬골드키위’도 이곳에서 약 10년 동안 연구해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해요.

교육과 교류에도 힘씁니다. 연 5회 이상 농가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농가들끼리 성공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특히 국내 농민을 뉴질랜드로 정기적으로 보내 현지의 노하우를 직접 습득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제스프리 본사에는 농가와 커뮤니케이션을 전담하는 부서를 별도로 만들어놓고 있어요.

제스프리 농가에서 키위를 수확하는 모습. 제스프리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는 시대 흐름에 발 맞추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어요. 키위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모든 과정의 데이터를 하나의 시스템에서 관리하는 ‘디지털 에코 시스템’을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데이터 속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어 소비자 만족도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거죠.


#더 건강한 삶까지 챙긴다


키위 품질을 꼼꼼히 검사하는 제스프리 직원의 모습. 제스프리
‘놓칠 수 없는 건강한 습관’

제스프리의 브랜드 메시지예요. 키위의 다양한 영양소와 기능으로 소비자들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거죠.

최근엔 소비자에서 나아가 지역사회와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브랜드로 나아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요. 그 일환으로 발표한 게 지속가능성을 위한 3가지 목표예요. 첫번째, ‘2025년까지 60억명에게 건강한 식생활을 제공한다’, 두번째, ‘2025년까지 재활용 가능한 포장재를 도입하고 키위 재배 방식을 개선해 수자원 보호와 탄소 발자국 감소에 힘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역사회를 위해 고용 수준을 높이고 좋은 복지를 제공한다’예요.

균질하면서도 높은 품질로 전 세계 1위 브랜드 자리에 올랐던 제스프리. 새로 내놓은 지속가능성이란 화두로 또 어떤 브랜드로 성장해갈까요.

박이담 기자 park.id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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