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신앙과 문화] 교회는 평화의 공동체
전쟁과 폭력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이·팔 전쟁, 러·우 전쟁 등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죽임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처참한 고통과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설 땅과 존재의 기반을 잃고 피난하는 사람들, 죽임과 폭력의 현장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 그리고 강제로 생명을 뺏긴 사람들까지, 이들은 왜 이러한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 정당한 전쟁, 정의로운 전쟁, 거룩한 전쟁 등 전쟁에 대한 수많은 수식어를 붙일 수 있지만, 어떤 것도 생명의 고통과 죽음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전쟁과 폭력이 사회적 문화적으로 인정되는 주요한 근거 중 하나는 ‘국가안보’ 담론이다. 국가안보는 개인보다 국가 전체의 안전을 우선시하고, 지구공동체 전체보다 개별국가의 존립에 집중한다. 문제는 자국의 안보와 다른 나라의 안전이 충돌되는 지점에 있는데, 국가안보 담론을 따르는 현실 국가에 자국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그렇기에 신뢰 관계가 없는 적대적 나라들은 서로의 생존을 위해 군사력 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때로는 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이러한 현실에 멈춰 있을 수 없다. 모든 인간과 생명은 하나님의 피조물이고, 이들과 함께 평화를 누리는 것이 주님의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고민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지구공동체가 함께 잘 사는 법은 무엇인지, 우리나라의 유익이 다른 나라의 고통으로 이어지지 않는 담론은 어떤 것인지. 평화학이나 국제연구 분야에는 ‘인간안보’라는 개념이 있다. 인간안보는 개인과 공동체의 평화를 함께 고민하고, 한 국가를 넘어서 다양한 사회와 공동체의 평화적 관계 및 구조 형성을 추구하는 담론이다. 즉 자국중심주의라는 국제정치의 필연적 입장을 넘어서서, 인간과 생명의 안전과 평화를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독교와 그리스도인들이 공감하며 함께 참여해야 하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꿈만 같은 이야기로 보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신학자 라인홀트 니부어의 ‘불가능한 가능성’이라는 말을 떠올려 본다. 적대와 불신, 폭력과 전쟁의 현실에서 평화는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붙잡고 추구해야 하는 것은 평화가 우리의 소명이기 때문이다.
교회가 평화의 공동체라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내적으로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동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외적으로 평화를 만들어가고 구축하는 공동체라는 것이다. 평화연구에서는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평화를 누리기 위해 중요한 것으로 평화적인 문화와 구조를 꼽는다. 특히 위계적이고 수직적인 문화와 구조를 지양하고, 수평적이고 자발적인 문화와 의사결정 구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럴 때 지위 고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함께할 수 있고 자기를 드러내며 서로를 수용하는 공동체로 빚어져 갈 수 있을 것이다. 평화 만들기, 평화구축을 함께 나누고 이야기하며 각자의 삶의 자리와 사회 속에서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들을 길러내는 것도 평화의 공동체인 교회가 힘써야 할 일이다. 주님은 우리를 평화의 사람으로 부르셨고, 평화의 사도로 세상 속에 보내셨다. 그리고 평화를 힘쓰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자녀’라는 칭호를 주실 것이라고 약속하셨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을 자기의 자녀라고 부르실 것이다.”(마 5:9, 새번역)
남북한의 대립 가운데 살아온 한국교회의 많은 성도는 이미 평화에 대한 공감대와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과 실천이 더 많이 필요하다. 평화교육, 비폭력 대화, 써클 모임 등 작은 곳에서부터 평화의 삶의 방식을 실천할 수 있는 배움과 모임들이 많이 있다. 평화로운 공동체를 느끼고 평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좋은 경험들이 우리에게 풍성해지기를 바란다.
김용준 연구원(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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