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군 검찰, 외압 주요인물 진술 증거목록에서 뺐다

국방부 검찰단, 회수해간 사건 기록도 재판부에 제출 않아

[김도균 기자]

▲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에 발생한 해병대 고 채 모 상병 사망사고를 수사하다가 항명 등의 혐의로 군검찰에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 9월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을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군사재판에 넘긴 국방부 검찰단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된 주요 인물들의 진술서를 받고도 이를 증거목록에 넣지 않은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또 군 검찰이 박정훈 대령의 항명 행위를 입증할 증거라면서 경북경찰청으로부터 회수해 간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건관련 기록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정훈 대령의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10일 <오마이뉴스>에 "국방부 검찰단이 중앙지역군사법원에 제출한 증거목록을 확인한 결과,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김OO 해병 대령(안보실 파견), 임성근 전 해병1사단장 진술서가 증거에서 빠져있다"고 밝혔다.

군 검찰은 지난 9월 15일 임 전 비서관과 김 대령으로부터 진술서를 받았고 이는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기록 목록에서 확인된다. 그런데 국방부 검찰단이 이후 군사법원에 증거목록을 제출하면서 이를 제외한 것이다.

임 전 비서관과 김 대령은 채 상병 사건 당시 대통령실이 수사 외압을 행사한 통로라는 의혹을 받아왔던 인물들이다.

이 외에도 국방부 검찰단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 사이에 오고간 문자 내용과 김 사령관의 비화폰(도청방지 휴대전화) 캡쳐화면 역시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령은 외압 의혹을 폭로하면서 '김 사령관이 신범철 국방부 차관으로부터 받은 문자를 읽어주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바 있다. 또 박 대령은 자신이 작성한 <수사 진행경과>에서 지난 7월 31일 오후~8월 1일 사이 김 사령관이 "비화폰도 포렌식할 수 있느냐?"고 물어서 "경우에 따라 비화폰도 포렌식 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김 사령관의 비화폰 포렌식 여부는 수사외압 존재 유무를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는 유력한 '스모킹 건'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군 검찰이 비화폰 화면캡쳐를 하고도 이를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

또 군 검찰이 경북경찰청으로부터 회수해 간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건관련 기록도 증거목록에선 빠져있다.

지난 8월 2일 오전 10시 30분께 해병대 수사단은 경북경찰청에 '채 상병 사건' 기록을 이첩했다. 이후 오후 1시 50분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전화를 걸어와 회수의사를 밝혔고, 당일 저녁 7시 20분께 국방부 검찰단이 관련 기록 일체를 되찾아 갔다.

회수 과정의 적법성과 회수 주체에 대해 논란이 일자 지난 8월 2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그것(사건 기록)은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에 대한 증거 자료로 판단했기 때문에, (국방부) 검찰단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답변했었다.

군 검찰이 항명사건의 증거라며 가져간 기록을 정작 항명 혐의를 받는 박정훈 대령 재판에는 증거로 내놓지 않은 셈이어서 '위법부당하게 기록을 회수했다는 사실을 자인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군 검찰은 지난 9월 20일 임성근 전 해병1사단장으로부터 받은 진술조서 역시 증거목록에는 기재하지 않았다.

이를 놓고 김정민 변호사는 "군 검찰은 '대통령 개입은 낭설이다', '국방부 장관도 이첩보류만 지시했을 뿐이다'라고 떼를 쓰면서 그와 반대되는 증거는 하나도 내놓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또 "이럴 거라면 (박정훈 대령) 기소는 왜 한 건지 모르겠다"면서 "지금이라도 공소를 취소하는 것이 유일한 퇴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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