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컨텍 대표, 숱한 M&A 거절하고 ‘우주 스타트업’ 상장 [스타트업 창업자 열전] (10)
창업 8년 10개월 만에 코스닥 상장.
우주 스타트업 ‘컨텍’ 얘기다. 11월 9일 코스닥에 입성하는 컨텍은 딱 8년 만에 예상 시가총액 3000억원대 회사로 급성장했다. 창업자는 이성희 대표. 그는 “한때 회사 자금이 거의 바닥나 카드론을 받아 직원들 월급을 줄 정도로 어려울 때도 있었다”며 “그래도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 정진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위성사진, 우주 관련 사업 모델 외길만 파서 상장까지 성공시킨 회사는 처음이라 증시 기대감도 큰 상황. 그의 창업 여정을 뒤따라 가봤다.
캐나다서 창업 눈뜨다
이 대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출신이다. 나로호 발사를 위해 설립된 나로우주센터에 2002년 입사했다. 그의 주요 업무는 원격자료수신장비(Telemetry Ground Station) 설계·개발·운용 등이다. 2010년 캐나다 오타와에 있는 칼턴대(Carleton University) 항공우주공학과에 방문연구원으로 가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거기서 캐나다우주청(Canadian Space Agency·CSA)과 일본 항공우주연구개발기구(JAXA)가 함께하는 ‘JC2Sat’라는 프로젝트 일원이 됐다. 당시 위성 온보드(Onboard)의 통신 모듈, 지상국(Ground Station) 설계 업무를 하면서 여러 우주 스타트업과도 협업했다. 이 과정에서 CSA 출신 스타트업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스타트업이 없지?’라는 생각을 했단다.
그렇다고 바로 행동에 옮기지는 못했다. 나로호 성공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나로호 발사 임무는 완수했다. 이후 위성운용센터로 자리를 옮기면서 각국 위성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고 이들이 보내오는 영상, 사진들이 어떻게 상업적으로 쓰이는지도 알게 됐다.
“이제는 진짜 내 힘으로 위성 제작, 발사, 관제까지 아우르는 한국 우주 스타트업을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마침 그때가 박근혜정부 시절이었다. 창조 경제를 앞세우면서 정부출연연구소 출신 창업자 지원이 봇물을 이루기 시작했다. 2015년 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원 아래 기술 창업의 꿈을 하나하나 밟아갈 수 있었다.
우주 산업은 종류가 다양하다.
위성이나 발사체를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사업 분야를 업계 전문 용어로 업스트림(Upstream)이라고 한다. 그 밖에 위성이나 발사체로부터 데이터를 수신하기 위한 지상국 시스템을 설계, 개발해 고객에게 제공하고 위성의 데이터(위성영상 등)를 처리, 분석하는 분야는 다운스트림(Downstream)으로 분류한다.
한국에서도 위성 개발, 제조 쪽 스타트업은 몇 곳 있지만 당시 다운스트림 쪽에서 뚜렷한 강자는 없었다. 그래서 이 대표는 위성으로부터 위성의 상태 정보와 탑재체 정보(위성영상)를 수신하고 서비스하는 사업 모델로 차별화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했다. 위성이 쏴주는 데이터를 받을 수 있는 육지 쪽 시설, 일명 지상국을 설치하는 데도 만만찮은 비용이 들어서다. 여기에 더해 이런 데이터를 가공, 서비스하는 특수인력도 필요했다.
“초창기 지자체 중에서 불법 건축물을 찾아내려고 위성영상을 유료로 사가는 곳이 많았어요. 유료로 판매하려면 1년 전과 지금의 주택 밀집지역 위성영상 데이터를 고화질로 제공해야 하는데 그전까지 그걸 모두 수작업으로 했어요. 당연히 인력·비용이 많이 들었지요. 그래서 이걸 AI(인공지능)를 활용해 깨끗하게 처리해준 뒤 분석, 응용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했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보니 투자자를 설득하는 데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그렇게 창업 후 4년 사이 4~5차례 자금 위기에 맞부닥쳤다. 집도 팔고, 조금씩 모아서 퇴직 후 제주도에서 살기 위해 사뒀던 땅도 팔았다. 배우자 몰래 퇴직금도 다시 회사에 집어넣었는가 하면 카드론 받기를 수십 차례.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 후 지금까지 직원들의 급여는 하루도 밀려본 적이 없다고. “사업하면서 스스로 칭찬하는 부분을 꼽으라면 바로 월급을 밀려본 적이 없는 것”이라고 이 대표는 힘줘 말했다.
이후 2019년에 투자를 받고 지상국을 제주도에 처음 설치하면서 위기를 겨우 극복할 수 있었다. 투자사들도 지상국 본격 가동 후 매출이 실제 발생하는 것을 보자 계속 믿음을 갖고 후속 투자를 해줬고 이후에는 룩셈부르크를 비롯 미국 알래스카, 스웨덴, 핀란드 등 12개 지역에 구축한 지상국에서 데이터 수신 서비스(GSaaS·Ground Station as a Service)를 제공하는 회사로 커졌다. 위성영상 분석 기술을 스마트시티 관리, 해양 오염도 측정, 국방, 지반 침하 상태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면서 매출도 본격 발생하기 시작했다.
상장 추진은 왜?
스타트업 성장 방법은 지속적인 투자 유치, M&A, 상장 등 여러 가지다.
컨텍에도 M&A 제안이 꽤 많았다. 국내 대기업과 해외(네덜란드) 기업에서 특히 구체적인 제안을 해서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었다고.
“경영권을 보장해준다고 하는 데다 대규모 자금을 바탕으로 속도감 있게 원하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 같아 협상에 임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오로지 제 생각이었고 인수를 원하는 쪽에서는 사업을 이끌어가는 방향이나 생각이 많이 달랐습니다. 결국 제가 끝까지 끌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상장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시장 잠재력이 크다는 점도 이런 생각에 힘을 보탰다. 올해만 우주 관련 산업 규모가 530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 중 한국 비중은 1%를 넘지 못하고 있다. 해외 매출은 더 적다. 이 대표는 컨텍이 해볼 만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상장을 발판 삼아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려 합니다. 내년에는 영국의 스코틀랜드 지역와 미국의 텍사스에 해외 법인을 추가 설립하고 이곳에서 레이저 통신을 위한 시스템 개발과 지상 안테나 시스템을 직접 양산하는 등의 사업 확장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본인도 고생을 많이 하고 상장에 이르러서인지 후배 창업자에게 조언해달라고 하자 한참 뜸을 들였다. 그러면서 조심스레 3가지를 강조했다.
1. 투자 유치를 겁내지 마라. 책임감과 의무감을 갖고 더욱 매진할 수 있다.
2.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은 결국 밖에 있으므로 해외 시장 진출에 두려워하지 마라.
3. 내가 가진 기술보다 더 잘난 미국, 유럽 회사는 없다는 생각으로 본인 기술과 노력을 믿고 전력 질주하라. 두려워하지 마라.
그러면서 우리 창업 생태계 조성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유럽우주청이 만든 ‘BICs(Bic Incubation Center)’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ICs는 유럽 20여개국, 60곳에서 매년 200개 이상 우주 스타트업을 양성하고 있는 프로젝트 기관이다. 초기 투자, 사무실 제공, 초기에 살아남을 수 있는 프로젝트 지원, 기술 이전 등 창업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우리나라도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인재와 우주 프로젝트 성공 경험이 충분히 있으니까요. 여기에 더해 국내외 우주 기업끼리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 지원은 물론 초기 투자, 육성 지원 제도, 공간을 지원해 우주 강국으로 키워내길 기대합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3호 (2023.11.08~2023.11.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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