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환자 팔에 ‘착’…‘혈당 관리’ 나선 스타트업들
국내 당뇨 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당뇨 치료법에 관심을 갖는 이가 많아졌다. 당뇨 치료의 핵심은 ‘혈당 관리’다. 통상 당뇨는 약을 통해 치료한다고 알려졌지만, 증상을 억제할 뿐 근본적 치료법은 아니다. 완전한 치료를 위해서는 약 복용과 별개로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이에 혈당 관리와 생활 습관 개선 관련 스타트업이 하나둘 생겨나는 분위기다. 연속혈당측정기(CGM) 등을 통해 혈당을 측정하고 10분간 산책 등 적절한 운동을 제안하는 식이다.
‘단짠’ 열풍에 젊은 층도 예외 아냐
대한당뇨병학회가 지난 9월 공개한 ‘당뇨병 팩트시트(Diabetes FactSheet) 2022 확장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30세 이상 당뇨 유병자(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사람)는 약 605만명에 달한다. 전체 30세 이상 인구 6명 중 1명(유병률 16.7%)이 당뇨를 앓는 셈. 대한당뇨병학회는 2012년 첫 팩트시트를 발간했는데, 당시 600만명의 당뇨 환자가 발생하는 시점을 2050년으로 내다봤다. 30년이나 앞질러 당뇨 환자 600만명에 도달한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당뇨 직전 단계(공복 혈당장애)에 해당하는 30세 이상 인구도 1497만명에 달한다. 당뇨 유병자와 더하면 국민 중 2000만명 정도가 당뇨를 앓거나 위험군에 해당하는 셈이다. 3명 중 1명꼴이다. 공복 혈당장애는 보통 공복 혈당이 100~125㎎/㎗ 또는 당화혈색소(당뇨 환자의 평균 혈당 조절 목표치) 5.7~6.4%인 경우를 의미한다.
더 큰 문제는 젊은 층이다. 과일에 설탕물을 입힌 탕후루를 비롯해 ‘단짠단짠(달고 짠 음식)’ 열풍에 젊은 당뇨 환자가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만성질환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80세 미만 중 20대에서 당뇨·고혈압 환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0대 중 당뇨로 치료받은 환자 수는 약 4만2657명을 기록했다.
환자가 늘면서 치료법도 관심을 끌고 있다. 당뇨는 말 그대로 소변에 당분이 많이 섞여 나오는 질환이다. 탄수화물 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 단백질 ‘인슐린’이 부족, 혈당(포도당)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기 때문. 결국 당뇨 치료의 핵심은 혈당 관리다. 약이나 주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문가들은 생활 습관 개선 없이는 근본적 치료가 어렵다고 말한다.
문제는 환자 개인이 병원 밖에서도 혈당을 관리하기 쉽지 않다는 점. 당장 먹은 음식이 혈당이 높은 것인지, 적은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30세 이상 당뇨 유병자 중 당화혈색소를 정상 범위(6.5% 미만)로 관리하는 경우는 24.5%에 불과했다. 당화혈색소를 7% 미만으로 조절하는 이들도 전체 절반 수준에 그쳤다. 당뇨 환자는 급격히 늘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혈당을 관리하는 이들은 25%도 안 되는 게 현실이다.
병원 밖 혈당 관리 주목한 스타트업
CGM으로 측정하고, 맞춤형 생활 조언
스타트업들이 혈당 관리 시장에 뛰어든 배경이다. 개인의 실시간 혈당 수치를 파악하고 맞춤형 운동을 추천, 당뇨 치료와 체중 관리에 도움을 주는 형태다. 혈당·체중 관리 서비스 ‘글루코핏’을 개발한 랜식이 대표적이다. 글루코핏은 앱과 CGM으로 구성된다. 팔 안쪽에 CGM을 부착하면 앱으로 실시간 혈당 수치 파악이 가능하다.
글루코핏은 사용자 혈당에 따라 “식후 혈당 수치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으니 15분간 산책하라”는 식의 생활 습관을 조언해준다. 혈당 변화가 안정적인 사용자 맞춤형 음식 목록을 정리한 ‘혈당 리포트’도 매주 제공한다. 양혁용 랜식 대표는 “자신의 식습관이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혈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직관적이고 행동 가능하게 분석·제시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요도 상당하다. 월별 누적 가입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서비스 시작 시점인 2023년 4월 240명에 불과했지만, 10월 기준 3375명을 기록했다.
당뇨 커뮤니티 ‘닥터다이어리’는 혈당 관리 플랫폼 ‘닥터다이어리’를 운영한다. 최근에는 이를 고도화해 앱과 CGM을 연동한 글루어트 서비스를 출시했다. 글루코핏과 마찬가지로 팔 등에 CGM을 붙이면 혈당 반응이 실시간 기록되고,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식품이나 운동 등 식생활 습관을 조언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CGM 방식을 연구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아폴론은 ‘라만 분광장치’를 사용한 CGM을 개발 중이다. 피부에 부착하는 센서 방식은 2주에 한 번꼴로 센서를 교체해야 한다. 자주 교체를 해야 하니 비용 부담(1개월 기준 27만~38만원)이 크다는 게 문제다. 아폴론은 센서 교체 없이도 연속적인 혈당 측정이 가능한 방법을 찾고 있다. 마치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기만 해도 심박과 심전도를 알 수 있는 것처럼 ‘웨어러블’ 방식의 CGM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아폴론은 현재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레이저생의학연구센터(LBRC)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홍아람 아폴론 대표는 “환자뿐 아니라 고위험군 일반인들도 혈당을 상시 점검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아폴론은 인체 대상 임상시험에 성공하면 곧바로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대기업도 눈독을 들인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올해 초 혈당 관리 서비스 ‘프로젝트 감마’를 공개했다. 서비스 방식은 글루코핏, 글루어트 등과 유사하다. CGM으로 실시간 혈당 정보를 수집하고, 생활 습관을 관리하는 형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3호 (2023.11.08~2023.11.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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