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률 발표 중단…중국의 잘못된 대응 [경제칼럼]
中 청년 실업률 통계 발표 중단, 신뢰 떨어져
공산주의 실천 강령 ‘공산당 선언’을 집필한 프리드리히 엥겔스와 칼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경제를 강하게 비판하며 사용한 단어가 ‘산업예비군’ ‘노동예비군’이라는 용어다. 실업 또는 불완전 고용 상태의 노동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자본가가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예비 인원이라는 의미다.
임금 지급을 매개로 하는 고용-피고용 관계는 자본주의 체제 성립과 함께한 것이라 자본주의 성립 이전에는 대규모 실업이라는 개념이 존재할 수 없었다. 엥겔스와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경제가 대량 생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자본가가 잉여 노동력을 싸게 공급받아야 해서 실업 상태에 놓인 산업예비군 또는 실업의 존재가 자본주의 경제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실업은 노동자 삶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써 자본주의 체제가 가진 구조적 모순이라고 덧붙인다.
하지만 자유를 잃어버린 노예 처지거나 자본주의 발전 이전에 생존 자체를 위협받으며 삶을 영위하는 생산력을 확보하지 못한 경제에서, 단지 실업이 없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실업을 자본주의 체제 모순이라고 치부하기보다는, 경기가 호황일 때는 실업이 감소하고 경기가 부진하거나 불황에 처하면 실업이 증가한다는 현상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어떻게 경기 변동폭을 줄여 불안정한 실업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을까?’라는 의식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접근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실업률 통계다. 경제 전체 실업률은 말할 것도 없고, 연령·지역·산업 등 세부 분류에 따라 실업이 어떤 상황인지 파악해야 적절한 대응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는 청년 실업률이 21.3%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자 통계 작성 방식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청년 실업률 발표를 중단했다. 실업 지표는 통계 산출을 위한 가공, 중간 단계가 많지 않은 기본 통계면서 정책에 중요한 경제 변수라 발표를 아예 중단한 것은 상당한 충격이다.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적절한 치료가 가능한 것은 기본이다. 환자를 볼 때 다른 관점에서 영상 사진을 촬영하듯, 추가 관점과 변수 정의를 통해 실업률을 볼 수는 있다. 이때는 상황이 나빠진 기존 통계 발표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표는 놔둔 채로 다른 관점의 추가 지표를 만들고 기존 통계치 개념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 새로운 지표가 기존 변수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점에서 개선된 것은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이 통계 작성의 필수다. 두 가지 지표에 따른 시계열 자료를 동시에 제공해 같은 시점에서 비교하도록 하는 것이 통계 개편의 기본이다.
결국, 이런 작업 없는 통계 개편은 그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고 다른 통계 자료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중국 금융 시장 위기도 그동안 가려왔던 중국 기업과 지방정부 부채 관련 통계가 실제로 훨씬 심각한 상황이었음을 반영한다는 것이 국제 금융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결국, 청년 실업 통계를 발표하기 어려울 정도로 또는 무리해서 가려야 할 정도로 중국 경제위기 상황이 심각하다는 강력한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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