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부산엑스포 ‘대역전’ 신호에…사우디, 다급한 행보

최은희 2023. 11. 1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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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현지 여론, 대통령 코피 투혼 이후, 2차전가면 한국 압승 분위기형성
사우디 초조감 표출
삼성·현대기아·SK 기업총수 최태원도 파리 현지서 총력전
LG, 최근 파리에 2030대 랩핑 버스 출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리셉션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진두지휘 아래 정부 중앙·지방, 민·관이 한 마음으로 2030세계부산 엑스포 유치전에 사활을 걸면서 최대 ‘경쟁자’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행보가 다급해지고 있다. 한국의 뜻밖에 선전에 당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30부산세계엑스포 유치위원회는 현재 BIE 사무국이 있는 프랑스 파리에 유치 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파리 TF에는 대통령실에서 엑스포 유치 업무를 맡고 있는 장성민 대통령실 특사 등 정부 관계자가 참여하고 있다. BIE 회원국 파리 주재 대사들에게 투표권이 있는 만큼, 스킨쉽을 넓혀 마지막 엑스포 지지를 끌어올리겠다는 승부수로 풀이된다.
오는 11월28일 예정된 2030세계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앞두고 프랑스 파리에서 마지막 공식 일정인 ‘2030 부산세계박람회 공식 만찬회’가 지난 9일(현지시간) 열렸다.
예상치 못한 백중세에 사우디는 매우 급박해진 모양새다. 1년가량 유치전에 먼저 나서면서 한국보다 우위에 섰다고 자체 판단했지만, 달라진 국제 여론에 매우 당황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사우디는 장관 5명을 파리에 급파해 파리에 주재하는 BIE대표단과의 만찬을 가졌지만, 참석 국가는 고작 15개국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파리에 주재하는 사우디 대사가 빈살만 왕세자에 직접 파리 방문을 요청했다는 전언도 나왔다. 한덕수 총리와 박진 외교 장관 등이 해외 순방길마다 파리에 들리는 ‘순방 외교’에 맞불 놓기 전략으로 분석된다. 사우디가 유치전에 매우 급박해졌다는 것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아프리카를 향한 사우디의 물량 공세도 노골화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알 자단 사우디 재무장관은 지난 9일(현지시각) 사우디·아랍·아프리카 경제 회의에서 사우디가 아프리카 국가들과 20억 리얄(5억33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빈살만 왕세자도 회의에 참석해 아프리카 국가들과 에너지 협력 관련 예비 협정에 서명했다.

아프리카는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반드시 ‘표심’을 잡아야 하는 주요 전략지다. 세계엑스포 개최지 결정 투표에 참여할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가운데 유럽과 함께 가장 많은 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표심을 잡지 않고서는 유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구조다. 사우디가 아프리카에 대한 적극적인 구애에 나선 점도 이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엑스포 유치전 실패에 대한 초조한 심경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재계 총수들 숨가쁜 부산 유치전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국제박람회기구(BIE)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 BIE 회원국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그간 유치위를 비롯한 정부·재계의 전폭적인 ‘엑스포 외교전’은 성공적인 유치 기류를 만드는 데 일조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해외 순방 때마다 부산엑스포 지지를 당부하는 등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뛰어왔다. 해외 순방마다 파트너국을 대상으로 종횡무진하며 엑스포 지지를 얻기 위한 스킨쉽에 나섰다. 연쇄 정상회담을 갖는 강행군 속에서도 부산 엑스포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대통령 특명에 발맞춰 부산시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 정부, 기업은 엑스포 유치를 위한 총력전에 힘 써왔다. 엑스포 특위를 꾸리는 등 지원 사격에 나섰다. 민관이 직접 나서서 BIE 실사단에 국빈급 예우를 제공하고, 부산의 엑스포 유치 역량과 국민적 열망, 한국의 문화적·과학적 소프트파워를 BIE 회원국에 각인시켰다. 최근에는 2030대의 ‘부산엑스포 버스’가 유치 염원을 싣고 파리 시내 곳곳을 달리는 홍보도 진행 중이다. 
유치전 ‘키맨’인 아프리카 표심잡기에도 힘쓰고 있다. 내년 모든 아프리카 국가의 지도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한-아프리카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목표의 일환이다. 대한민국은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발전, 개발협력, 식량안보, 기후변화 대응 등 각 국가들의 발전에 중요한 현안을 체계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개발협력(ODA)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국의 압축적인 경제성장 전략과 경험을 저개발국에 제공하겠다는 이른바 ‘물고기 잡는 법(How to fish)’ 전략이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반면 사우디가 다수 BIE회원국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사우디가 특정 BIE회원국과 접촉 후, 사우디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일방적으로 발표를 해 다수 회원국들이 강력하게 부인하는 사태도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국제 사회에서는 2030세계엑스포 개최 후보국에서 사우디를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사우디의 지속적인 사형 집행 △여성 인권 옹호자들에 대한 침묵 △해외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표적 수사 등 무자비한 인권 탄압이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외에도 △불안정한 중동 정세 △엑스포에 대한 시민들의 낮은 유치 열기 △도시 인프라 부족 △사막에 도시가 위치해 기후적으로 불리한 점 등도 사우디의 약점으로 꼽힌다. 

2030엑스포 개최지는 오는 11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181개 회원국 투표로 결정된다. 특정 국가가 1차 투표에서 3분의2 이상을 얻지 못할 경우, 1·2위가 다시 경쟁하는 결선투표제 방식이다.

당초 2030엑스포는 부산을 포함해 러시아 모스크바, 이탈리아 로마, 우크라이나 오데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등 총 5개국이 신청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탈락하며 현재 한국, 사우디, 이탈리아의 3파전으로 좁혀진 상태다. 이 중 사우디 리야드가 부산의 최대 경쟁도시로 꼽힌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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