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만난 이준석 “야심 커보였다, 신당은 수권정당돼야”
연일 신당 창당 분위기를 띄우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제3지대 신당 ‘새로운선택’ 창당을 준비 중인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자신의 멘토이자 금 전 의원을 돕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의 한 식당에서 금 전 의원, 김 전 위원장과 함께 1시간 15분간 비공개 오찬 회동을 했다. 직후 이 전 대표는 CBS유튜브에 출연해 “금 전 의원을 만나보니 신당을 꾸린 뒤 나중에 다른 정당과 합칠 것이 아니라, 완전히 수권 정당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는 점에서 저와 생각이 일치했다”며 “저는 정치를 할 때 기본적으로 야심이 큰 도둑이 되어야 한다고 보는데, 금 전 의원은 야심이 커 보였다. 오늘 만남이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도 회동 뒤 자신의 서울 종로구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두 사람은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들겠다는 지향점이 똑같다”며 “따로따로 할 필요가 없으니 서로 협조해서 하나로 가보자는 취지의 만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금 전 의원과 각자 신당을 꾸린 뒤 차후 결합을 하거나, 아예 신당 창당부터 힘을 합치자는 논의를 하기 위한 만남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 전 의원은 지난 9월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회를 중앙선관위에 등록하며 신당 창당의 깃발을 들었다. 당파를 초월한 정치인 모임 ‘금요연석회의’에서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 정태근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 조성주 전 정의당 정책위부의장 등과 함께 활동도 하고 있다. 비윤계·비명계 및 진보진영 등 제3지대를 대표하는 인사들인데, 이 전 대표가 신당의 스펙트럼을 넓히려면 손을 잡아야 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이 전 대표는 신당의 공천 구상까지 밝혔다. 그는 CBS유튜브에서 “신당 지지율이 5~10% 정도면 결사대 정도의 소수만 출마시키고, 10~15% 정도면 선거비 보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니 출마자를 확 늘릴 것”이라며 “만약에 신당 지지율이 20%이상이면 전 지역구에 후보를 낼 것”이라고 했다. 지지율이 낮으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지지율이 높으면 거대 정당과 전국 선거에서 승부를 볼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이어 “영남권 65석 가운데 신당의 바람에 따라 절반 이상에서 승부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적어도 영남권에서는 최소 30석 이상 얻는 것이 신당의 목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날 그는 “대구에서 출마한다면 가장 반(反)개혁적인 인물과 승부를 보겠다”고 했는데 ‘대구 기반 신당’ 구상을 좀 더 구체화한 것이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전 대표는 3%로 지난달 조사(1%)보다 2%포인트 올랐다. 상위권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21%), 한동훈 법무부 장관(13%)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4%를 기록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에 버금가는 수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여권 관계자는 “최근 한 달간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의 뜻을 점진적으로 밝히면서 그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며 “창당을 하려면 중량감 있는 인사가 선두에 나서야 하는데 그런 조건이 점차 충족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준석 신당’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일단 그가 밝힌 ‘대구 기반 정당’에 대한 현실성 문제가 크다. 이 전 대표 본인이 보수색이 강한 대구에 출마하거나, 신당이 대구를 기반으로 할 경우 보수색채를 가질 수밖에 없어 제3지대와의 규합이 어려울 수 있다. 반면에 제3지대와 손을 잡으면 보수층은 “신당은 이념·색깔이 우리와 맞지 않는다”며 거부 반응을 일어 대구 지역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보수기반과 제3지대 규합은 양립이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며 “오히려 이 전 대표가 수도권에 출마하면서 2030과 중도층에 어필하는 게 맞는 방향일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신당 구상은 몸값 높이기 전략”이라는 말도 나온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만약 신당을 창당할 계획이라면 ‘12월 말’이라는 기한을 두면서까지 ‘대통령과 여당이 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질 필요가 있겠느냐”라며 “최대한 몸값을 높인 다음 승리가 절박한 국민의힘이 자신을 모셔가는 것을 바라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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