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현대차그룹이 발굴한 자율주행의 미래 ‘건국대 AutoKU-R팀’
아이오닉 5 기반 자율주행차 3대 결승전…건국대 우승
사방을 둘러봐도 탁 트인 하늘을 볼 수 있는 10일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 수많은 취재진과 관중들이 모였다. 복잡한 도시 속 ‘빌딩 숲’ 대신 가을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진짜 숲’ 들로 둘러싸인 한산한 곳이다. 이런 곳에 군중이 모인 까닭은 현대자동차그룹이 개최한 자율주행 경진대회를 보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챌린지’는 2010년부터 열렸지만, 올해는 좀 더 특별했다. 이번 대회는 세계 최초로 양산차 기반의 서킷 자율주행 레이싱 경기로 개최됐다. 차량이 도로 및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며 목적지까지 자율적으로 주행하며 경진한다.
서킷 위에는 대학생들이 만든 아이오닉 5 기반의 자율주행차 3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대학생 대상으로 지난해 5월부터 모집해 서류·발표·현장심사·예선전을 거쳐 최종 결승전에 건국대 AutoKU-R팀, 카이스트 EureCar-R팀, 인하대 AIM팀이 올랐다.
차들의 운전석은 자율주행 기술을 겨루는 만큼 비어있었다. 자율주행차들은 실제 레이싱 경기처럼 동시에 출발해 2.7km의 코스를 총 10바퀴를 돌아 결승점에 가장 먼저 들어오면 우승이다.
경기가 시작되자 기대에 찼던 사람들은 맥빠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보통 레이싱은 출발선에서 출전자들이 내달리는 장면을 기대하지만, 이날 자율주행차 레이싱 경기에선 첫 바퀴는 40km 미만으로 주행해야 하는 규칙이 있다. 빠른 속도에서 느끼는 박진감 대신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답답함을 안기는 속도에 실망하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하지만 한 바퀴를 돈 차들이 시작점에 돌아왔을 때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됐다. 두 번째 바퀴부터는 100km 미만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시작점으로 돌아온 차들이 순식간에 레이싱 경기다운 가속을 내자 관중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오며 단숨에 추위마저 날렸다.
처음에는 불과 몇 미터 차이로 출발했던 차들은 한 바퀴 돌 때마다 격차를 벌렸다. 끝내는 1등 차량이 3등 차량을 추월하며 한 바퀴 넘게 따돌렸다. 처음엔 1등 차량이 3등 차량을 추월하지 않고 속도를 줄여 그 뒤를 따라가 긴장감이 고조됐다.
고속 자율주행 대회라서 인지 판단 제어기술이 고도화되지 않으면 추돌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얼마간 1등 차량은 3등의 뒤를 쫓다 단숨에 앞지르자 다시 한번 관중 분위기도 뜨거워졌다.
다섯 바퀴부터는 180km 미만으로 속도를 올릴 수 있지만 너무 빠른 속도는 인식률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120km까지만 속도를 냈다.
압도적인 차이로 한순간도 1등 자리를 내주지 않고 건국대 AutoKU-R팀이 27분 25초 기록으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2등은 29분 31초의 성적을 낸 카이스트 EureCar-R팀이 차지했다. 아쉽게도 인하대 AIM팀의 차량은 3등으로 주행하다 경기 도중 트랙을 벗어나며 완주하지 못했다.
사람이 빠진 미래 모빌리티 기술은 인간미 없는 차가운 느낌이었지만 이날 자율주행차 경기는 뜻밖에도 뭉클한 감동마저 전달했다.
건국대 AutoKU-R팀원 중 한 명은 “큰 사고 없이 대회가 마무리돼서 정말 다행”이라며 “이번 레이스로 차의 한계영역에 대한 공부가 많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자동차기술의 핵심분야인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대학의 연구활성화와 연구인력 저변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대회를 통해 미래 자동차 산업의 주역인 대학의 우수인재를 발굴∙육성하고, 차세대 자동차 기술에 대한 국내 자동차 산업의 기술 발전을 도모할 방침이다.
성낙섭 현대차그룹 연구개발기획조정실장 상무는 “오늘 경기를 보고 자율주행 시대가 생각보다 멀지 않구나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율주행차들이)동시에 출발한다는 것은 곧 10대, 20대, 30대, 100대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시도를 계속 해야 안전한 자율주행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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