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 헌재소장 퇴임…대법·헌재, 초유의 '양대 사법수장' 공백

윤지원 2023. 11. 1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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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남석(66·사법연수원 13기) 헌법재판소장이 10일 후임자 없이 퇴임하며, 초유의 ‘양대 최고 사법기관 동시 공백’ 사태가 현실화됐다. 대법원장이 47일째 공석인 가운데, 헌재 역시 11일부터 권한대행 체제로 들어선다.

7대 헌재 소장인 유 소장은 이날 퇴임식에서 “지난 6년의 시간은 참으로 영광되고 소중한 시간이자 올곧은 헌법재판을 위한 고뇌와 숙고의 시간이었다”며 “이제는 국민과 역사의 평가를 겸허하게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또 “과거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헌법적 쟁점들이 제기되고 가치와 이해관계 충돌을 헌법재판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례가 많아지게 됐다”며 “헌법은 종종 ‘살아있는 나무’에 비유된다.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주의라는 가치를 단단한 기둥으로 적극적이면서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소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 지명으로 ▶2017년 11월 11일 헌법재판관 ▶2018년 9월 21일 헌재 소장으로 취임해 이날 6년 임기를 마무리했다.

당장 헌재는 11일부터 최선임인 이은애 재판관(57·19기)의 권한대행 체제에 돌입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이종석 재판관을 후임자로 지명했지만, 국회 동의 절차가 지연되며 13일에야 인사청문회가 열리게 되면서다. 만약 여야 대치 속에 임명동의안 표결이 늦어지거나 부결될 경우 공백은 더욱 장기화할 수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인 이 후보자에 대해 “‘대통령 베스트프렌드 순서’가 윤석열 정부의 출세순서냐”(박성준 대변인)며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헌재 소장이 임명되려면 대법원장처럼 국회 동의(재적 과반수 출석, 출석 과반수 찬성)가 필수인데, 168석 민주당이 반대하면 낙마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의 퇴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 소장 퇴임으로 헌법재판관이 총 9인 체제에서 8명으로 줄어들며 사건 처리 지연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헌법재판소법 23조에 따르며 재판관 7명만 출석하면 사건 심리는 가능하다. 그러나 첨예하게 논쟁적이거나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을 소장 없이 결론 내기란 불가능하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특히 ‘6인 이상 찬성’을 요건으로 하는 법률 위헌 판단이나 탄핵 결정을 8인 체제가 선고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현재 헌재에 계류 중인 ▶사형제 헌법소원 ▶기후위기 헌법소원▶KBS 수신료 분리 징수 헌법소원 ▶유류분 제도 위헌법률심판 등 주요 사건은 줄줄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헌재 관계자는 “헌재 사건은 대부분 대법원 전원합의체처럼 운영돼, 재판관 9인 체제 완비가 필수”라며 “공석 사태는 헌법기관으로서의 위상과 독립성 확보에 심각한 훼손인 만큼 가능한 한 대행 체제는 짧게 마무리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안철상 권한대행 면담 전 차에서 내려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양대 최고사법기관 두 자리가 동시에 비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대법원도 47일째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9월 24일 퇴임한 뒤, 후임자로 첫 지명됐던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지난달 6일 국회에서 부결되며 공백은 하염없이 길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8일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조희대 전 대법관을 새로 지명했지만, 아직 인사청문회 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심리도 8월 10일 이후로 ‘올스톱’됐다. 대법관 회의가 지난달 16일 권한대행이 대법원장의 재판장 권한을 대행해 전원합의체 심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지만, ‘시급하고 필요한 사건’에 국한하기로 하면서다. 법원 내규에 따르면 매월 세 번째 목요일 전원합의체 선고가 이뤄져야 하지만, 오는 16일 선고 여부도 불투명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아직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데 적어도 13일까진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장 임명이 늦어지면 내년 1월 퇴임하는 대법관 2명의 공석도 발생할 수 있다. 대법원은 대법원장의 직무인 대법관 후임 임명 제청을 위한 천거 등 사전 절차는 안 권한대행이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7월 퇴임한 조재연·박정화 전 대법관 후임 선정 절차는 퇴임 100여일 전인 4월 초에 시작됐지만, 안 권한대행, 민유숙 대법관의 경우는 퇴임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아무 절차도 시작하지 못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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