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태극전사들의 피날레, 이번엔 막내들이다
[이준목 기자]
2023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이 10일 인도네시아에서 막을 올린다. 변성환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U-17 대표팀은 8강 징크스를 넘어 역대 최고성적에 도전한다.
이번 대회엔 한국을 비롯한 24개국이 출전, 4개 팀씩 6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먼저 치른다. 각 조 상위 2개 팀과 조 3위 팀 가운데 성적이 좋은 4개 팀까지 16개 팀이 토너먼트로 우승을 다툰다.
U-17 월드컵은 1985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19회째를 맞이한다. 초기에는 16세 이하 대회로 시작했지만, 4회인 1991년 이탈리아 대회부터는 17세 이하로 상향 조정되었다. 2005년 대회까지는 본선에 16개국 출전이었고, 2007년부터 24개국으로 확대됐다.
대회는 홀수해마다 2년 주기로 개최되며 2021년은 페루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범세계적으로 유행하던 코로나19로 인하여 대회가 취소되었고, 인도네시아가 개최권을 이어받아 4년만에 열리게 됐다.
어린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답게 성인 대회의 흐름과는 다르고 변수가 많다는 게 특징이다. FIFA 주관 세계대회에서 전 연령대를 아울러 가장 다양한 대륙의 우승팀을 배출한 대회가 바로 U-17 월드컵이다. 역대 우승팀은 총 9팀으로 오세아니아를 제외한 모든 대륙이 이 대회에서 한 차례 이상 우승을 경험했다. 현재 세계축구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유럽이 상대적으로 이 대회에서는 크게 힘을 쓰지못한반면, 아프리카와 남미, 북중미 국가들의 강세가 더 돋보인다.
대회 최다우승팀은 5회 우승(1985, 1993, 2007, 2013, 2015)를 차지한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다. 준우승도 3회나 차지하며 최다 결승진출 팀이기도 하다. 나이지리아는 초대 우승에서부터 2010년대까지 약 10년 주기로 매 세대(Decade)마다 우승팀을 배출한 유일한 국가다. 하지만 나이지리아는 2020년대의 첫 대회인 이번 월드컵에서는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 대회 디펜딩챔피언이자 4회 우승을 차지한 남미의 브라질이 역대 2위로 뒤를 잇고 있다. 1990년대 4회 연속 결승진출의 돌풍을 일으켰던 가나(2회), 북중미의 전통의 강자인 멕시코(2회)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유럽팀은 프랑스, 잉글랜드, 스위스, 구 소련(현 러시아)가 각 1회씩 정상에 올랐다. 아시아에서도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가 1989년 1회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유럽의 강호중 한 팀으로 꼽히는 스페인은 준우승만 4차례나 경험하며 최다 준우승팀이라는 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U-17 월드컵은 세계적인 축구 스타의 산실이기도 하다. 루이스 피구(포르투갈, 1989년), 잔루이지 부폰(이탈리아, 1993년), 사비(스페인, 1997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스페인, 2001년), 다비드 실바(스페인, 2003년), 에덴 아자르(벨기에), 토니 크로스(독일, 이상 2007년), 네이마르(브라질, 2009년) 손흥민(토트넘, 2009년) 등이 모두 이 대회에 출전한 바 있다.
한국은 U-17 월드컵에 총 7회 본선 진출을 기록했던 최고 성적은 8강만 3회(1987, 2009, 2019)를 달성했다. 그나마 1987년에는 16개국이 참가해 조별리그만 통과하면 곧장 8강에 오르는 구조였고, 2007년부터 24개국 체제가 되며 토너먼트 16강전이 도입됐다. U-20과 U-23이 해당 연령대에서 메이저대회 본선에 더 꾸준히 올랐고, U-20 월드컵 준우승(2019), 런던올림픽 동메달(2012)까지 각각 달성했던 것과 비교하면 조금은 아쉬운 성적이었다.
변성환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8강 이상의 성적을 노리고 있다. 한국은 미국, 프랑스, 부르키나파소와 함께 E조에 편성됐다. 12일 미국과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르고 15일에 프랑스(이상 자카르타), 19일에 부르키나파소(반둥)를 각각 상대하며 경기시간은 모두 한국시각으로 오후 9시다.
U-17 대표팀을 이끌게 된 변성환 감독은 K리그 울산-부산-성남과 호주 뉴캐슬 제츠 등에서 활약했던 수비수 출신이다. 2014년 은퇴후 성남 유스팀 감독과 1군 코치를 역임하며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2018년부터는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활동하며 저연령대 대표팀 코치과 여자대표팀 코치를 거쳤고, 2022년 17세 이하 대표팀의 감독으로 선임됐다.
변성환호는 지난 6월 태국에서 열린 AFC U-17 아시안컵 준우승으로 월드컵 본선 출전권을 획득했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지난달에는 스페인에서 열린 4개국 친선대회에 참가해 모로코에 1-2로 패했으나 이후 벨기에(3-3), 잉글랜드(1-1)와 비기며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번 대표팀은 포항 유스 소속인 주장 김명준을 비롯해 강민우(울산), 임현섭(수원 삼성), 윤도영(대전) 등 AFC U-17 아시안컵에 출전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역대 대표팀의 손흥민-이승우같은 빅네임 스타는 없지만 K리그와 대표팀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선수들의 팀워크와 조직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 각급 대표팀들은 모두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이끌었던 A대표팀이 지난해 12월 카타르월드컵에서 원정 16강을 달성했고, 올해 6월에는 김은중 감독이 이끌었던 20세 이하 대표팀이 U-20 월드컵에서 4강신화를 이뤄냈다.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4세 이하 대표팀이 3연패의 위업을 이뤄냈다.
U-17 월드컵은 올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무대다. 성인 대표팀의 영광을 이어 17세 이하 막내들이 또 하나의 역사를 새로 작성하며 2023년을 한국축구의 해피엔딩으로 마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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