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철 시인이 문창과 학생들에게 권한 책

김규영 2023. 11. 1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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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북클럽네트워크의 2023년 한 책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를 읽다

지역의 다른 독서회들과 활동 내용을 공유하고자 2022년 결성한 군산북클럽네트워크는 2023년 하반기부터 군산대학교 국립대학육성사업 지원을 받아 인문학창고 정담에서 정담북클럽의 [오픈북클럽]을 진행하고 있다. 16주간 이어지는 정담북클럽에는 독서회 회원이 아니어도, 해당 책을 읽지 않았어도 누구나 개별적으로 참석할 수 있다. 물론 책을 읽고, 독서회 차원으로 참여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기자말>

[김규영 기자]

군산북클럽네트워크는 일 년에 딱 한 번 만나서 어떤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를 나누고, 다음 해에 공통으로 읽을 '한 책 One Book'을 선정한다. 2023년의 '한 책'은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더글러스 러미스, 2021, 녹색평론, 2002년의 개정판)이었고, 여섯 번째 정담북클럽을 진행하는 [타오?!]는 이 책을 추천한 강형철 시인을 초대손님으로 모시기로 했다.
 
▲ 정담북클럽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 김규영
강형철 시인은 숭의여대 문창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국장,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사무총장 등 문화 활동의 굵직한 책임을 맡아오다가 몇 년 전 고향 생활로 돌아온 군산 토박이다.

그가 '2023년 한 책'의 후보로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를 추천한 당사자라는 말을 전해 듣고 [타오?!]의 조미연 대표는 유난히 반가워했다. 그는 어린 시절, 이웃에 살던 '앞집 오빠'이기도 했다.

그는 이 책을 한 조각의 망설임 없이 권했다. 수년 동안 문창과 학생들에게도 가장 먼저 읽혀 왔던 책이라고 한다.

저자 더글러스 러미스는 박사학위를 마친 뒤, 미해병대로 근무했던 일본으로 돌아온다. 도쿄 쓰다대학교의 교수직을 정년퇴임하고 지금까지 정치사상가로, 평화운동가로 활동하며 오키나와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는 참다운 풍요로움이 무엇인지 물으며 우리가 상식으로 여기고 있는 '경제성장'의 허구와 신화를 벗겨낸다. 이대로 가면 빙산에 부딪힐 것을 알면서도 엔진을 멈추지 않는 오늘날의 '타이타닉 현실주의'를 밝히며 상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 정담북클럽 초대손님 강형철 교수
ⓒ 김규영
 
[타오?!]는 지난 달, 이 책을 함께 읽은 바 있다. 저자의 주장에 동조하지만, 우리가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를 두고 토론했다. 우리끼리 읽을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주장을 시작으로, 인식 전환도 중요하지만 제도적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과학 기술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것이다,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그날의 토론은 이번 모임에서 '경제성장'의 동력이 우리의 욕심이나 불안감이라면, '제로성장'의 동력은 무엇이 될까? 무엇으로 우리는 연대할 수 있을까? 형식화된 민주주의를 실천적으로 만들 방법은 무엇일까? 등의 질문으로 이어졌다.

특히 무지개독서회 김경순님의 질문은 현재 우리의 위치를 가늠하게 했다. 더글러스 러미스는 2000년에 이 책을 썼다(국내번역 2002년). "23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가 주장했던 방향대로 가고 있을까? 아닐까?"라는 질문이었다. 미니멀 라이프와 가치소비 등 경제성장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답과 그렇게 보이고 있을 뿐 실제적으로는 여전히 경제성장을 가속하고 있다는 답이 모두 나오기도 했다.
 
▲ 정담북클럽 인문학창고 정담에서 북클럽 진행중이다
ⓒ 김규영
 
강형철 시인은 이반 일리치, 마르셀 모스 등의 저작을 소개하며 더글러스 러미스의 '경제성장은 이데올로기다'라는 주장이 얼마나 타당한지를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무력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번역자인 녹색평론의 김종철 선생도 여러 번 제안했던 '제비뽑기'가 새로운 대안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기다림을 바탕으로 하는 이 방법을 실현하고 있는 작은 공동체들도 있다고 했다.

열정적인 강연에 함께 참여한 토론자들은 책 속에 언급된 '대항 발전'이 인상적이라고 했으며, 특히 '임금 노예'라는 단어가 뒤통수를 때리는 충격을 준다고도 했다. 새만금 개발에 대해서도 정말 필요한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는 제안, 풍요는 비만과 다이어트의 반복행위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 진지하고 심각한 논의만 할 것 아니라 가볍고 즐겁게 취향 공동체로서 만나고 연대하는 방법도 가능하다는 의견, 가정의 소비 주체인 주부로서 현명한 소비의 방식을 고민하고 마침 아나바다 행사를 준비한다는 초등학생 아들과 이야기할 내용이 생겼다는 소감도 있었다.
  
▲ 정담북클럽 초대손님 강형철 교수와 함께 북클럽을 마치고 기념사진 찍다
ⓒ 박민주
강형철 시인이 인용한 "찾지 않는 한 현장은 없고, 세우지 않는 한 역사는 없다"라는 고 박태순 소설가(1942~2019)의 문장처럼, 우리의 '참여'가 곧 방법이고 우리의 우애와 환대 그리고 연대가 곧 동력이 될 것이다. 북클럽과 북클럽네트워킹도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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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무지개독서회 대표이며, 인문도시센터와 함께 정담북클럽을 공동주관하는 이야기그릇담의 대표이다. 군산 해망로에 위치한 인문학창고 정담은 2018년 군산대학교 인문산학협력센터와 LINC+사업단, 그리고 군산문화협동조합 로컬아이가 함께 위탁운영 중인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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