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진 사천 대진산단 산폐장 논란, 쟁점은?
[뉴스사천 강무성]
▲ SK에코플랜트가 밝힌 대진산단 활용 계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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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기존 산업폐기물 매립장과 소각장도 포함돼 있다. 산단 바로 옆은 최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광포만이어서, 주민들의 환경 문제에 관한 관심은 더 커졌다. 최근 대진산단을 둘러싼 쟁점을 정리해 봤다.
폐배터리 재활용 부각, 산업폐기물 매립장 유지
SK에코플랜트는 지난 7일 곤양면 행정복지센터 대회의실에서 사천 대진 자원순환단지 조성사업에서 '사천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복합단지 조성사업'으로 사업명을 바꾸고, 사업 관련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SK에코플랜트는 그동안 대진일반산업단지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대진산단 계획 변경 시 입주업체 겸 시행사 참여도 검토하고 있다.
대진산단과 관련해 시행사와 SK에코플랜트의 기존 사업 계획(5월 설명회 기준)은 폐기물 재활용업 일반분양 2.3만 평, SK에코플랜트 운영 환경시설(소각장, 매립장) 2.2만 평이었으나, 변경한 예정인 사업계획은 일반분양 없이 산단 전체를 SK에코플랜트가 사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날 SK에코플랜트는 이차전지 재활용업 시설 2.6만 평과 환경시설(소각장과 매립장) 1.9만 평을 모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업명을 변경한 것 외에는 배터리 재활용업과 매립장, 소각장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사업 내용의 큰 틀의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이차전지 폐배터리 재활용, 환경오염 이슈는?
이날 SK에코플랜트가 핵심적으로 설명한 것은 이차전지(축전지, 배터리) 재활용 산업의 성장이었다. SK에코플랜트는 전기차 판매량이 급속도로 확산됨에 따라 2025년부터는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도 연 33%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폐배터리 재활용업은 폐배터리를 분해해 배터리 속 희귀금속(주로 중금속)을 추출하는 산업을 말한다.
전기차는 친환경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배터리 분야는 환경오염 우려가 상존하는 산업이다. 아직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여서, 중국 등에서 여러 환경 문제를 낳고 있다. 유럽에서는 배터리의 사용부터 폐배터리의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환경적인 측면을 강조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 과정은 크게 전처리와 후처리 공정으로 나눈다. 폐배터리를 파쇄 혹은 분쇄해 블랙매스를 만드는 공정이 전처리 공정이다. 블랙매스는 니켈, 코발트, 리튬 등 금속물질이 가루 형태로 혼합된 검은색 분말을 말한다.
이후 블랙매스에서 니켈, 코발트 등 희귀금속 물질을 뽑아내는 과정이 후처리 공정이다. 여기서 환경오염 문제가 상존한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습식 공정은 블랙매스를 화학 침전 시켜 용매 추출 후 이온 교환을 거쳐 배터리 원료를 추출한다. 이때 액체 형태의 화학 오염물질이 나온다. 건식 공정은 블랙매스에 고온의 열을 가해 원재료를 회수하는 방식인데, 여기서 대기 오염 저감 대책이 관건이다.
▲ 폐배터리 재활용 개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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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플랜트는 사천에 설비를 갖추면, 아시아 전체에서 배터리 물량을 수입해 재활용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업체에서 해외 수입 폐배터리 물량이 40만 톤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이 양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배터리 생산은 사천에서 하지 않는다. 배터리 생산은 타 지역의 SK 자회사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7일 SK에코플랜트의 설명회에서는 소각장에서 나온 열로 후처리 공정을 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제는 습식 공정에 비해 건식 공정이 환경오염 가능성이 큰 작업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SK에코플랜트는 "아직 최종 사업계획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SK에코플랜트는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술개발이 하루가 다르게 이뤄지고 있고, 환경오염을 막을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환경단체에서는 SK의 주장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이는 사업계획서 제출 시 사천시가 살펴봐야 할 지점이다.
대규모 산업 폐기물 매립장 논란은 여전
SK에코플랜트는 폐배터리 재활용 시설 외에 대진산단 내 직접 운영할 소각장 규모를 일일 200톤에서 100톤으로, 매립장은 10년 간 144만㎥에서 120만㎥로 변경한다고 강조했다. 소각장은 절반 규모로, 매립규모는 16.7% 줄였다.
하지만 환경 관련 전문가들은 "추후 산단계획 변경으로 매립장 용량은 다시 늘릴 수 있어서 단순히 16.7% 용량을 줄여 조성하겠다는 발표는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산단계획 변경으로 매립장 용량은 다시 키울 수 있는 것. 실제 타 지역 여러 산업단지에서도 기존 매립장을 깊게 파서 용량을 늘린 경우가 있었다.
10년간 120만톤 산업폐기물 매립을 연간으로 환산하면 연 12만톤이며, 월 1만 톤, 하루 333톤의 폐기물이 산업단지에 매립된다는 뜻이다. 폐배터리를 제외하고도 전국의 여러 산업폐기물이 사천에 집중되는 것은 기존 계획과 비슷하다.
▲ 사진은 대진산단 조성공사 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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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지정폐기물이란, 사업장폐기물 중 폐유·폐산 등 주변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거나 의료폐기물(醫療廢棄物) 등 인체에 위해(危害)를 줄 수 있는 해로운 물질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폐기물을 말한다.
대표적인 지정폐기물로는 폐산, 폐알칼리, 폐유기용제, 폐합성고분자화합물, 폐석면, 광재, 분진, 폐주물사, 소각잔재물, 고화처리물, 폐촉매, 폐흡착제, 폐농약, PCB 함유폐기물과 감염성폐기물 등이 있다.
지정폐기물은 보관, 수집운반 및 처리 등의 기준이 다른 폐기물에 비해 엄격하며, 폐기물의 배출에서부터 처리까지의 전 과정이 드러날 수 있도록 하는 처리증명제도의 적용을 받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10년간 매립장을 운영한 뒤 30년간 사후 관리를 한다"며 "소각장을 거친 잔존물은 물론 불연성 폐기물도 들어온다. 침출수 관리를 철저히 해서 저희가 광포만을 오염시켰다는 말은 안 듣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매립장 사업에 관한 우려 목소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전국의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폐기물처리장 관련 공익 소송을 담당하며 주민들 편에 섰던 공익법률센터 '농본' 하승수 변호사는 "폐기물처리업체는 매립을 할 때만 돈을 어마어마하게 번다"며 "매립이 끝나면 법적으로 30년까지 사후 관리를 하도록 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독성이 강한 지정폐기물은 100년 이상을 사후 관리를 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천 대진산단 사례는 여전히 일반산업단지를 산업폐기물처리장으로 바꾸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폐배터리를 용해하는 과정에서도 오염물질이 발생한다. 앞선 납축전지 리사이클링 산업 역시 납의 토양 오염사고를 일으킨 사례가 많다. 배터리 재활용은 일종의 제련 산업이다. 산업단지의 업종 변경은 어마어마한 특혜로 비칠 수 있어, 타지역의 경우 산단 조성부터 업종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사천시, 경남도의 반응은?
지난 7일 SK에코플랜트의 주민설명회에는 정대웅 사천시 항공경제국장, 경남도 투자유치단 관계자, 사천시 실과부서 등이 함께 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김봉균 전 사천시의원은 "박 시장이 분명히 일반산단의 대규모 산폐장 전환은 안 된다고 했는데, 몇 달 사이 방침이 달라진 것이냐"고 따졌다.
이 자리에서 정대웅 국장은 "SK가 서류를 접수하면 관련 절차에 따라서 관련 기관의 협의를 다 거치겠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투자유치 프로그램에 충분히 합당하다"며 "SK도 주민들이 우려하는 산폐장 용량을 30% 줄였다. 주민들이 우려하는 거는 검증이 가능한 시스템 안에 들어 있다"고 기존에 비해 일부 변화된 입장을 밝혔다.
김봉균 전 시의원이 구체적인 근거를 따지자, 정 국장은 "SK에서 서류가 들어오면 거기 따라서 더 깊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봉균 전 의원과 환경단체는 시장 면담을 신청한 상태다.
▲ SK에코플랜트는 11월 7일 오후 2시 곤양면행정복지센터 2층 회의실에서 ‘사천 이차전지 리사이클링복합단지’ 사업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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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설명회 자리에서는 SK와 경남도 투자유치협약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정대웅 국장은 "투자유치 MOU를 타진하기 위해 경남도 역시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사천시도 과거에 비해 달라진 변수가 있는 만큼 충분히 검토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찬반 양측의 소란이 일자, 경남도 투자유치 부서에서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말을 아꼈다. 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가 아니다. 설명회도 현장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갔고,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방태섭 사천시 투자유치산단 과장 역시 "아직 사천과 같은 사례는 전국에 없다. 매립장 관련 이슈는 여전하고, 폐배터리 재활용 시설 역시 서류 접수 시 검증해야 할 것이 많다.
경주시 역시 MOU를 하긴 했으나, 구체적인 사업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 서류 접수 시 여러 사항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사천시는 업체가 설명회에서 주장한 600명 규모의 고용효과와 관련해서도 서류가 접수되면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핵심은 산단 업종 변경 승인 여부
사천시가 산단계획 변경 허가를 내줄 경우 제조업 중심의 산업단지로 승인 받아 대규모 매립장을 허가 낸 준 사례가 된다. SK에코플랜트에 허가를 내줄 경우, 여타 다른 산단의 폐기물처리업 허가를 내줄 명분이 약해진다는 것이 사천시 공직사회 내부 우려다. 산단 시행사는 C28, 29, C31 등 항공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종 코드 대신 E38(폐기물 수집, 운반, 처리 및 원료 재생업)으로 변경을 희망하고 있다.
기존 승인받은 산업단지의 업종 변경을 비롯한 산단계획 변경은 30만㎡ 이상일 경우 도가 판단하며, 30만㎥, 이하는 지자체장 재량 사항이다. 단, 중요한 변경의 경우 도 심의위를 거쳐야 한다.
수년 전 사업시행자 지정이 취소된 서포면 금진일반산단, 곤양면 흥사일반산단에도 최근 폐기물매립장 혹은 소각장 사업을 희망하는 민간사업자들의 문의가 올해 상반기까지 잇따랐다.
이에 시는 산단의 산폐장 전환 문제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심스럽게 대응하고 있다. 만약 대기업에 산단계획 변경을 승인해 줄 경우 중소사업자들의 변경 요청을 거부할 명분이 약해진다. 사천시로서는 여러모로 골치 아픈 상황이다.
참고로 폐기물시설촉진법에는 신규 산업단지를 개발·조성하는 경우 산업단지 내 폐기물 발생량이 연간 2만 톤 이상이고, 조성면적이 50만 제곱미터 이상인 산업단지에 최종처리 대상 폐기물을 10년 이상 매립할 수 있는 매립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진산단은 곤양면 대진리 일원 25만㎡ 규모로 조성 중이어서 매립시설 설치 의무는 없다.
대진산단을 둘러싼 논란
사천시 곤양면 대진리 산71-2번지 일원 25만㎡부지에 조성 중인 대진산단은 지난 2015년 7월 30일 일반산업단지로 조건부 승인·고시됐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수년 동안 착공에 이르지 못했다.
2019년 7월 25일에는 경남도 지방산업단지심의위에서 사업계획 변경 승인을 받았다. 2020년 8월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가 시공사를 맡아 공사에 들어갔다.
대진산단은 사업 초기 풍력발전설비와 위그선 제조와 개발 등이 목적이었으나, 중간에 중소기업 육성과 기술력 향상, 일자리 창출로 사업 목적을 변경했다. 시행사가 밝힌 계획과 달리, 항공산업 관련 제조업체 등 실수요 기업을 찾지 못했다. 시행사에 합류했던 항공부품기업 역시 입주 의사를 포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업 중심의 산단을 폐기물처리업으로 업종 변경을 추진하자 반발이 커졌다.
앞서 지난 3월 대진산단 시행사인 대진일반산업단지㈜는 약 144만㎥ 규모 폐기물매립장 건립과 일일 폐기물 200톤을 태울 수 있는 소각장 설치, 폐자원 재활용 기업 유치 등을 담은 산업단지계획 변경안을 3월 사천시에 제출했다가 사흘 만에 스스로 취하했다.
사천시는 당시 '대규모 소각장과 매립장 조성은 기존에 허가 받은 일반산업단지(제조업 중심) 조성 취지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신청 서류를 반려 통보할 예정이었으나, 업체 측이 한발 빨리 움직인 셈이었다.
폐배터리 재활용업 사업 계획이 최초로 등장한 것은 지난 5월쯤이다. 5월 15일 대진산단 시행사인 대진일반산업단지㈜와 곤양지역기업유치상생위원회는 15일 오후 사천 곤양면 서부노인복지회관에서 주민수용성 제고를 위한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 및 적정 운영방안을 주제로 주민 강연·간담회를 가졌다.
당시 김강인 SK에코플랜트 솔류션 팀장은 "(저희가 추진하려는) 대진자원순환단지는 폐배터리 재생사업으로 폐배터리에서 원료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라사이클링 존(Recycling zone), 수전해, 태양광 및 에너지화시설(소각)을 통해 전기와 열에너지를 얻는 에너지존(Energy zone)과 사업장 폐기물을 최종 처리하는 처리존(Treatment zone) 등 모두 3개 구역으로 나뉜다"면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자사의 능력으로 폐배터리 재생단지를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업설명회 당시 SK 측은 "대진산단에 폐배터리 재생단지를 건설할 예정"이라며 "그동안 매립시설에서의 침출수 유출과 에어돔 붕괴, 사후관리 미이행과 유독가스 유출 등 지역 주민들이 우려하는 사항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대기업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대 측 주민들은 문제의 핵심을 폐배터리 재생업이 아닌 대규모 '산업폐기물 처리장'으로 봤다.
▲ 사진은 대진산단 조성공사 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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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시 3개 부서는 대진산단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 추천 매립장 2곳과 대진산단 폐기물처리장 반대 대책위 추천 2곳을 둘러보고,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당시 시의 3개 부서가 둘러본 현장은 경기도 화성 2곳과 충북 음성, 청주 등 모두 4곳이었다. 이후 시장은 폐기물 처리장 관련 견학 결과 보고를 받았다. 또한 학계 전문가 등에게 자문받아 산단 관련 원칙을 정했다.
5월 말 박동식 시장은 "일반산업단지 조성 본래 목적대로 제조업 유치는 가능하지만, 대규모 매립장과 소각장 등 산업폐기물 처리장으로의 전환은 불허할 계획"이라고 공식화하면서, 논란은 사그라드는 듯 것처럼 보였다.
사천시는 5월에 있었던 대진산단 관련 설명회 내용을 인지한 상태였으나, 산단 절반 면적의 산업폐기물 처리장과 소각장 문제를 더 크게 봤다. 대진산단 산폐장 논란을 계기로 광포만 생태보전 여론이 더 커졌으며, 최근 광포만 습지보호구역 지정에 이르렀다. 하지만 최근 SK에코플랜트가 폐배터리 재활용업에 관한 의지를 강하게 비치면서, 지역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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