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부지 팔아 240억 차익…김해 그 땅 아파트 못 세운다, 왜
옛 경남 김해백병원부지에 아파트를 지으려던 부동산개발업체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김해시가 특혜시비를 고려해 부지의 용도변경을 허가하지 않으면서다. 더욱이 시는 용도를 한 번 바꿔주게 되면, 앞으로 공공의료 기능을 수행해야 할 병원부지 확보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판단했다.
'병원 짓겠다'며 땅 사놓고 방치
김해시는 삼계동 백병원 부지에 대한 용도변경을 지난달 허가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해당 부지는 종합의료시설로 쓰임이 지정돼 있다. 과거 삼계동 택지개발 때 학교법인 인제학원 측이 ‘백병원을 짓겠다’며 시로부터 2003년 12월 141억6000만원에 분양받은 땅이다. 당시 인구 41만2894명의 김해시는 대학·종합병원급 병원 유치가 숙원사업이었다. 부지 면적은 3만4139㎡에 달한다.
하지만 인제학원은 경영난 등을 이유로 병원을 짓지 않았다. 그렇게 20년 가까이 방치하다 2년 전 G부동산개발업체에 385억원에 팔았다. 인제학원 측은 24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게 됐다.
땅 되팔아 240억원 이상 시세차익
이후 G개발업체는 지난해 11월 병원 부지에 최고 29층 630세대 공동주택을 지으려 김해시에 용도변경 신청을 했다. 올 8월 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 재심의 끝에 ‘조건부 수용’ 결정을 내렸으나 지난달 4일 홍태용 시장이 반려를 결정했다.
김해시 관계자는 “G개발업체가 용도변경을 신청할 때는 1010병상 규모의 가야의료원 건립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면서 “하지만 사업비만 4000억원이 넘는 가야의료원 추진이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종합의료시설 용도를 한 번 바꿔버리면, 앞으로 병원을 지을 땅을 확보하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민의 의료서비스 수요에 아예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라며 “여기에 특혜성 시비 우려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태용 시장은 의료인 출신이다. G개발업체는 이에 반발, 경남도에 행정심판을 제기한 상태다.
국감장에서도 나온 김해백병원 문제
인제학원이 김해시 동의 없이 땅을 팔았는지도 논란이다. 김해시는 2003년 인제학원과 용지매매계약을 맺으면서 지정용도(병원)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 매도인(김해시) 동의 없이 땅을 파는 경우 계약이 해지될 수 있는 특약을 걸어놨다. 그런데도 인제학원 측은 G개발업체에 땅을 넘겨 수백억원의 차익을 얻은 것이다.
이 문제는 지난달 26일 열린 교육부 등에 대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은 “인제학원 이사회 (이사)가 김해백병원 부지 계약내용 등을 왜곡하거나 사실을 숨기는 등의 방법으로 이사회 결의를 받은 사실이 확인된다면, 이사장과 관련 이사의 징계 책임은 물론이고 김해시의 소송 결과에 따라 인제학원이 입게 되는 손해에 대해 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해는 병원 안 짓고, 서울은 폐원
인제학원은 앞서 지난 8월 말 서울백병원을 폐원했다. 이번에도 경영 악화가 이유였다. 학교법인 측은 2004년 이후 20년간 누적된 적자가 1745억원에 달할 정도라고 주장한다. 서울백병원이 들어서 있던 땅은 김해백병원 부지와는 다르다. 종합의료시설로 용도를 못 박아둔 게 아닌 학교 재산상 병원용지로 법인의 필요에 따라 병원을 지었다.
지난해 6월 교육부의 규제 완화로 대학 유휴재산을 수익용으로 전환하는 게 가능해졌다. 서울백병원 부지는 명동과 가까운 금싸라기다. 하지만 매각절차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시와 중구가 종합의료시설로 묶으려 절차를 밟으면서다. 중구가 열람공고, 주민 의견 청취 등 절차를 거쳐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 결정(안)을 시에 전달하면, 시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결정한다. 통상 6개월가량 걸린다. 학교법인이 그사이 서울백병원 땅을 팔아도 소용없다. 소유자가 바뀌어도 적용된다.
현재 병원 수익성을 높여주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병원 외에 의료관광객을 위한 호텔 등을 일부 허용해주는 안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욱·안대훈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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