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의 생명이야기]<256>DNA의 손상과 복구의 신비

이근형 2023. 11. 10. 15: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전학이 발전하면서 인류는 유전자와 관련된 수많은 신비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사람의 하나의 세포에는 DNA라 부르는, 유전정보가 들어있는 생체분자가 약 30억 쌍, 60억 개가 들어 있으며, DNA들은 적게는 수백 개부터 많게는 2백만 개 이상이 모여, 몸에서 필요한 단백질이나 RNA 분자를 만들어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 일종의 프로그램 역할을 수행하는데, 유전학에서는 이처럼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 DNA들의 집단을 유전자라고 부른다.

유전자를 연구 대상으로 하는 유전학은 하나의 세포 안에서 20,000개 이상의 유전자를 확인하였으며, 유전자의 존재를 잘 모르던 시절에 가지고 있던 신비스러운 현상들이 유전자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속 시원히 설명해 주었다. 생명체들은 유전자에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유전자에 들어 있는 이러한 고유한 특성을 자손에게 물려주고, 생명체들의 살아있는 동안의 모든 활동에는 유전자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도 설명해 주었다.

우리가 쉬거나 잠자는 시간을 포함하여 우리의 모든 활동에는 필요한 단백질이나 RNA 분자를 만들어야 하며, 어떤 단백질이나 RNA 분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유전자의 스위치가 적절히 켜져야 하는데, 이처럼 필요한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는 일은 우리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탄수화물 음식을 먹으면 침샘과 이자에서 소화에 필요한 아밀라아제라 부르는 소화효소가 만들어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침샘과 이자에서 아밀라아제를 만드는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져야 하는데, 이럴 때 이 스위치를 직접 켜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어떻게 이런 일이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우리 몸에서 탄수화물을 소화하는 아밀라아제는 탄수화물 음식을 먹을 때만 필요하므로 아밀라아제를 만드는 유전자의 스위치가 24시간 켜져서 생산될 필요는 없다. 유전자는 탄수화물 음식을 먹을 때처럼 필요한 환경에서만 켜지면 되는데, 이러한 장치는 유전자에 이미 완벽하게 설계되어 있으며, 이러한 사실은 전능 지능(almighty intelligence)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필자는 이처럼 유전자에 설계된 전능 지능을 ‘내 몸 안에 준비된 최고 명의’라 부른다.

앞에서 설명한 DNA가 만드는 유전자의 신비와 함께 유전자와 관련한 또 하나의 신비는 DNA의 손상과 손상된 DNA의 복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 몸의 세포들은 세포를 구성하고 있는 60억 개의 DNA 가운데 많게는 하루에 백만 개까지 손상되는데, 이렇게 DNA들이 손상된 채로 남아 있게 된다면, DNA들이 손상된 유전자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유전자에는 이처럼 손상된 DNA들을 원래의 정상적인 모습으로 복구하는 신비스러운 프로그램이 유전자 안에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어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우리 몸 안에서는 모든 세포 안에서 손상된 DNA들을 모두 찾아낸 다음, 손상된 DNA들을 잘라내고, 그 자리에는 새로 만든 DNA를 끼워 넣어 손상된 DNA가 없는 온전한 유전자로 회복시킨다.

이처럼 우리 몸 안에서는 손상된 DNA들을 주로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복구하며, 너무 많은 DNA가 손상된 세포들은 복구하지 않고 스스로 죽는데, 이를 자멸사(apoptosis)라 부르며, 죽은 세포의 자리는 새로운 세포를 재생하여 메움으로써 늘 온전한 세포로 유지하려 한다. 이것이 오로지 전능 지능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유전자와 관련한 두 번째의 신비이며, 필자는 이 또한 ‘내 몸 안에 준비된 최고 명의’라 부른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으니, 손상되는 DNA의 수와 손상된 DNA들이 복구되는 정도는 우리의 생활 습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좋은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으면, 손상되는 DNA의 수는 적어지고, 최고 명의가 손상된 DNA들을 잘 복구하며, 반대로 잘못된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으면, 손상되는 DNA의 수는 많아지고, 최고 명의가 손상된 DNA들을 잘 복구하기 어려워진다.

만일 세포 안의 DNA들이 지나치게 많이 손상되거나 손상되는 세포들을 복구하는 유전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여 원래대로 복구되지 못하는 세포가 많아지면, 이러한 세포들이 많은 조직이나 장기의 기능이 약해져 우리는 다양한 질병에 걸리게 되는데, 우리가 어떤 질병에 걸리느냐는 유전자 가운데 어떤 유전자가 손상되어 원래의 정상적인 모습으로 복구되지 못하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유전학의 발전으로 이처럼 세포 안에서 DNA들이 손상되어 복구되지 못하고 있는 유전자가 질병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2003년에 완성된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세포 안에 있는 스물세 쌍의 염색체 가운데 어느 염색체의 어느 위치에 있는 유전자에 문제가 생길 때 어떤 질병에 걸리는지를 유전자지도로 보여주었다(예를 들면 폐암에 걸린 사람은 3번 염색체 맨 위쪽, 비만인 사람은 7번 염색체 맨 아래쪽에 있는 유전자가 손상되거나 변질됨).

또한 유전학은 인류가 앓고 있는 모든 질병의 원인이 유전자의 손상인 만큼, 질병을 예방하고 치유하기 위해서는 유전자를 구성하고 있는 DNA들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손상된 DNA들을 정상으로 잘 복구할 수 있도록 좋은 생활 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도 알려주게 되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대의학은 이 중요한 진리를 외면하고, DNA들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손상된 DNA들을 정상으로 잘 복구할 수 있는 좋은 생활 습관에는 관심이 별로 없으며, 여전히 DNA들의 손상 최소화와 손상된 DNA들의 정상 복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유전자를 모르던 시절에 사용하던 증세 치료에만 집착하고 있고. 당연히 대부분의 질병은 잘 낫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폐암에 걸렸다면, 허파 세포의 3번 염색체 맨 위쪽에 있는 유전자들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잘못된 생활 습관을 바꾸어 이 문제들을 해결해 주어야 하는데, 허파를 수술로 절제하면, 사람은 살아있어도 허파가 불구인 채로 살아가는 것이며, 항암치료를 하게 되면, 일부 암세포를 죽이기는 하지만, 정상세포도 함께 죽이므로 암은 낫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평소에 우리가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는 내 몸 안의 최고 명의가 얼마나 일을 잘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최고 명의가 얼마나 일을 잘하느냐는 우리 몸 안에서 최고 명의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우리가 좋은 환경을 얼마나 잘 만들어주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우리의 건강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좋은 생활 습관을 가져야 하는데, 이러한 생활이 바로 뉴스타트(생명이야기 6편 참조)다.

독립연구가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