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해주면 평생 마약” 딱 걸린 ‘감방동기’의 짬짜미

교도소 사진.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국민일보 DB

구속기소된 마약 사범이 자신에게서 마약을 사지 않았다고 증언하면 평생 마약을 제공하겠다고 위증을 요구했다가 위증교사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이 제안을 받은 또 다른 마약 사범은 실제 법정에서 위증을 해 불구속 기소됐다. 둘은 교도소 한 지붕 아래 같은 방에 수용된 기간 동안 위증을 모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검 원주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이주현)는 지난달 31일 마약 판매 사건에서 각각 위증교사와 위증 혐의를 받는 A씨(60)와 B씨(57)를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마약을 판매한 혐의로 받는 본인의 재판에서 B씨에게 위증을 요구했다. B씨는 요구를 받아들여 법정에서 위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2021년 필로폰을 구매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됐다. 이후 수사기관에서 자신에게 마약을 판매한 사람이 A씨라고 진술했다. B씨는 형기를 마쳤지만, A씨는 필로폰 판매한 혐의로 뒤늦게 원주교도소에 수용됐다.

문제는 B씨가 다른 마약범죄에 연루돼 구속된 뒤 A씨와 같은 방에 수용되면서 시작됐다. A씨가 무죄 판결을 받아내기 위해 B씨와 위증 모의를 벌였다. A씨는 B씨에게 “증인으로 나와서 ‘서로 잘 모르는 사이이고 마약 거래가 있었던 날 다른 일 때문에 잠깐 얼굴을 봤다’고 말해달라”고 제안했다. 이어 “텔레그램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서 마약을 샀다고 얘기해주면 평생 마약을 주겠다”고 회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법 당국은 두 사람이 과거 다른 마약 사건에서 공범 관계였다는 점을 뒤늦게 알고 분리 수용했다. 하지만 이들은 다른 수형자를 통해 말맞추기를 이어갔다. 결국 B씨는 지난 5월 A씨의 1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요구대로 증언했다. 당초 “A씨에게서 마약을 샀다”고 한 진술을 뒤집어버렸다.

위증을 의심한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교도소에서 이들과 함께 생활했던 수감자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벌여 A와 B씨가 위증을 준비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한 참고인은 재판에 출석해 이들의 위증교사 정황을 증언하기도 했다.

A씨는 마약 판매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이어 위증 사건 재판을 추가로 받게 됐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