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안 갔는데" 청정지역 뚫렸다…충남까지 간 빈대의 진격
지난 8일 충남 아산시의 한 원룸에서 “빈대가 나왔다”는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아산시 보건소 직원들이 현장에 도착하자 이 원룸 관리인이 빈대로 보이는 벌레를 촬영한 사진을 보여줬다고 한다. 맨눈 관찰 결과, 빈대가 맞았다.
빈대 청정지역이었던 충청
그간 충청권은 빈대 ‘청정지역’이었다. 빈대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보건소는 관리인에게 살충제를 지원하는 등 방제활동을 벌였다. 빈대의 유입 경로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해당 원룸 거주민이 최근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은 없다고 한다.
같은 날 천안에서도 빈대 의심 신고가 한 건 들어왔다. 하지만 신고자가 벌레 사체를 버린 데다 촬영한 사진의 화질이 떨어져 빈대인지 단정할 수 없었다고 한다. 다만 천안시는 서북구보건소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빈대)합동대책본부’를 꾸리고 운용에 들어갔다.
커지는 공포에 '빈대믹' 신조어까지
전국 곳곳에서 빈대가 출몰하면서 공포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빈대믹’(빈대+팬데믹)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10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빈대는 1970년대 정부 주도로 이뤄진 지역개발 운동인 새마을운동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과 맹독성 DDT 살충제 도입 등으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그러다 수십 년 지난 지난달 13일 인천 서구 한 찜질방 매트 아래쪽에서 살아 있는 빈대 성충과 유충이 발견됐다.
이보다 한 달 앞선 지난 9월 이미 대구 계명대 기숙사에서 빈대 물림이 원인으로 의심되는 두드러기, 고열 등 피해가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학교는 쉬쉬했고, 지난달 17일에서야 방역작업이 시작됐다.
이후 전국에서 빈대 피해·의심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각 지방자치단체는 빈대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3중 방역망 친 서울시
인구가 밀집한 서울시는 ‘3중 방역망’을 쳐놨다. 우선 생활밀착형 상담 전화인 120다산콜센터와 홈페이지를 활용, 빈대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접수된 빈대 관련 문의는 232건에 달한다. 이중 방역요청이 157건으로 가장 많았다. 개인주택 74건, 숙박시설 28건 등 순이었다. 또 빈대 출몰이 우려되는 호텔과 목욕탕, 쪽방, 고시원, 공항버스 등에 대해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이 밖에 매일 빈대탈피 흔적, 배설물 등을 확인하는 업소에는 ‘빈대 제로 관리시설’임을 인증하는 안심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9일) 빈대 대책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빈대 문제에서는 타협하지 않겠다”며 “반드시 시스템을 안착시켜서 ‘빈대 제로 도시’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도는 ‘빈대합동대책본부’를 꾸렸다. 복지·숙박시설 등 관련 부서가 중심이 돼 방역에 나서고 있다. 강원도는 특별조정교부금 1억원을 편성해 방역소독을 지원 중이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시설이나 숙박업소 등 점검 대상이다. 전북 군산시는 10일까지 숙박업소 63곳과 목욕시설 49곳 등 112곳을 특별 점검한다. 이번 특별점검에선 청결 상태 등을 집중적으로 살핀다.
정부, 앞으로 4주간 빈대 방제기간 운영
정부도 빈대 확산 방지를 위해 지자체와 함께 13일부터 4주간 ‘빈대 집중점검 및 방제기간’을 운영한다. 찾아내 박멸하겠다는 목표다. 국내에서 발견된 빈대는 기존 살충제(피레스로이드 계열)에 내성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정부는 해외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보장된 살충제(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등)를 이른 시일 내 국내에 도입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생활공간에서 빈대 발생 신고가 잇따라 국민의 불안이 배가될 수밖에 없다”며 “신속한 방제대책을 마련해 시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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