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서 미군 겨냥 공격 증가…시가전 계속, 확전 긴장감 고조

박소영 2023. 11. 10.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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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이후 지난 한달 동안 이라크·시리아 등에서 미군을 겨냥한 공격이 증가하고 있다. 이집트·요르단과 국경을 맞댄 이스라엘 남부 지역도 공격을 받는 등 중동 지역에 확전 위기가 고조되는 모양새다.


공군기지 드론 급습, 무기저장고 노린 공격도

미군 전투기들이 지난 8일 시리아 동부에 있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와 그 연계 단체들이 사용하는 시설을 보복 공습해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군 당국자는 이날 하루 동안 이라크·시리아에서 미군이 4차례 공격받아 3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이라크에서만 공격이 3차례 있었다. 미국 주도 국제연합군 호송대가 이날 오전 이라크 모술의 댐 부근을 지날 때 급조폭발물(IED)이 터졌고, 바그다드 서쪽의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 북부 에르빌의 알하리르 공군기지로 드론이 날아들었다. 시리아 동부에선 미군의 무기 저장고를 노린 공격이 발생했다.

이날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지난달 17일 이후 미군을 겨냥한 공격이 이라크(24건)와 시리아(22건)에서 모두 46건 발생해 미군 5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미군은 공격의 배후로 이라크·시리아 민병대 등 친(親)이란 무장세력을 지목했다. 미군은 이 같은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전날 시리아 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그 연계 단체들이 사용하는 군사시설을 타격했다.

미 국무부 중동 담당 차관보를 지낸 데이비드 쉥커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WINEP) 아랍정치 프로그램 책임자는 "이란과 그 동맹국, 그리고 미국 모두 직접적인 대결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위험은 커지고 있다"며 "미국을 분쟁으로 끌어들이는 친이란 세력의 대규모 공격 가능성은 매우 현실적인 우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남부 지역도 불안하다. 홍해 아카바 만의 맨 안쪽에 있는 최남단 항구 도시 에일라트는 이날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받아 학교 건물 일부가 파괴됐다. 에일라트 북쪽 네게브 사막 남부에도 의심스러운 비행체가 나타나 이스라엘군이 요격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은 공격의 배후를 자처했다. 후티 반군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가 시오니스트(유대 민족주의자·이스라엘 지칭) 적이 점령한 지역 남쪽의 여러 민감한 목표물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이 끝날 때까지 팔레스타인 주민을 지원하는 군사작전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란도 확전이 불가피하다고 재차 경고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10일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타니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가자지구 민간인을 상대로 한 전쟁 강도가 높아진 탓에 확전이 불가피해졌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중동 지역에 확전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가자지구 북부 최대 도시이자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시티에서 시가전을 계속했다. 이날 IDF는 "가자시티 내 알시파 병원 인근 군사 구역에서 작전을 진행 중"이라며 "교전 중 50여명의 하마스 대원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도 이스라엘군이 “이스라엘군이 알시파 병원 영내를 공습해 13명이 순교하고 수십 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도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된 동영상을 통해 알시파 병원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알시파 병원은 가자지구 최대 규모의 병원이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이 병원 지하에 군사 시설을 은폐한 채 병원에 수용된 환자들과 피란민들을 '인간방패'로 삼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강경 네타냐후, 입장 바꿔 "4시간씩 교전 중지"


이스라엘 군인들이 8일 가자지구 북부 지역에서 지상작전 중 파괴된 건물 옆을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미 백악관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교전 지역 탈출을 돕기 위해 매일 4시간씩 가자지구 북부 교전을 중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민간인들이 교전을 피해 안전한 지역으로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옳은 방향의 조치"라고 환영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전면 휴전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강경한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한 결과"라고 전했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중동 순방,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 한국 방문에서 잇따라 "국제인도법에 따른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스라엘 측을 압박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일부를 석방하는 대신 전쟁 초기 5일간 휴전하자는 제안과 지난달 27일 지상전 이후 일시 휴전하자는 제안 등을 줄곧 거절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 역시 국제사회의 질타와 국내에서 떨어지는 지지율 등을 의식해 교전 중지에 합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마스가 이날 "인질 두 명을 조건부 석방할 수 있다"고 밝혀 일시적 교전 중지 명분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카타르가 중재하는 인질 협상이 재개되면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는 평가도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후 가자지구 재점령'을 시사하는 발언이 논란이 되자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이날 미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가자지구를 정복하려는 게 아니다. 점령하려거나 통치하려는 것도 아니다"라며 "우리는 그곳(가자지구)에 있을 민간 정부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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