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만큼 성숙해 진 정지윤 "리시브 약한 건 다 아는 사실, 공격에 더 집중"
(엑스포츠뉴스 수원, 김지수 기자)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의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윤이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냈다. 100% 컨디션이 아니었음에도 최근 휘청이던 팀을 승리로 이끈 뒤 특유의 환한 미소를 되찾았다.
현대건설은 9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정관장과의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28-26 24-26 25-21 25-16)으로 이겼다.
현대건설은 이날 승리로 승점 3점을 추가하면서 시즌 4승 3패, 승점 13점을 기록하며 정관장(4승 3패, 승점 11)을 4위로 밀어내고 3위로 뛰어올랐다.
현대건설은 주포 모마가 양 팀 최다 29득점을 폭발시키면서 공격의 중심을 잡아줬다. 여기에 정지윤까지 14득점으로 활약하면서 화력 싸움에서 정관장을 앞설 수 있었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승리 직후 "정지윤이 오랜만에 뛰었는데 사실 훈련 때도 이런 경기력은 나오지 않았다"며 "사실 걱정이 많았는데 처음으로 올 시즌 풀타임을 뛰면서 정말 잘해줬다"며 정지윤을 치켜세웠다.
정지윤은 지난 8월 국가대표팀 소집 기간 훈련 중 오른쪽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비 시즌 몸을 만들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대신 지루하고 힘든 재활에 힘을 쏟아야 했다.
현대건설에게 정지윤의 부상은 치명타였다. 다행히 정지윤이 순조롭게 재활 과정을 밟으면서 개막 직후부터 함께할 수 있게 됐지만 최근에는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 김주항까지 발목 부상으로 이탈했다.
강성형 감독은 불가피하게 정지윤의 선발 기용 시점을 앞당겼다. 훈련 과정에서 정지윤의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대안이 없었다.
정지윤 역시 누구보다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정관장전에서 선발로 코트를 밟을 때 설렘보다는 걱정이 더 앞섰다. 정관장도 리시브가 약한 정지윤을 향해 집중타를 보내며 집요하게 현대건설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정지윤은 흔들리지 않았다. 동료들의 도움과 격려 속에 조금씩 페이스를 끌어올렸고 승부처 때마다 알토란 같은 득점을 올리면서 공격의 활로를 뚫어줬다.
정지윤은 "(김) 주향 언니가 다쳐서 예정보다 빠르게 스타팅으로 뛰게 됐다"며 "스스로 생각해도 몸이 안 올라왔다고 생각해서 긴장도 되고 불안한 것도 있었다. 팀원들이 옆에서 많이 도와주겠다고 했고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격려해 줘서 나도 즐기자는 마음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또 "(강성형) 감독님께서도 압박감은 있겠지만 하던 대로 하라고 말씀해 주셨다"며 "아직 경기 감각이 완전치 않다. 다리가 잘 안 움직이고 점프도 내가 느끼기에는 빠르게 안 된다. 대신 하루하루 감각이 올라오는 게 느껴져서 계속 뛰다 보면 괜찮아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상은 뼈아팠지만 정지윤을 더 단단하게 해줬다. 정신적으로도 한 단계 성숙해 지면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자신의 약점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대신 강점을 살리는 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뛰는 중이다.
정지윤은 "내가 리스브를 잘하지 못하는 선수라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라며 "내가 할 일은 리시브가 흔들려도 공격에서 책임을 져줘야 한다. 리시브가 흔들린다고 다른 걸 못하면 나는 가치가 없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공격에서 더 책임감 있게 뛰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크게 다친 게 처음이라서 많이 혼란스러웠고 속상했지만 주눅들어 있어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 통증을 잡고 복귀하자는 마음으로 천천히 준비했다"며 "재활도 열심히 했지만 선수라면 어쩔 수 없이 조급해 질수밖에 없다. 일단 하루하루 조금씩 올리자고 마음 먹고 자책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현재 경기력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아직 70점"이라고 평가를 내렸다. 동료들이 자신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수원,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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