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학교, 이런 교육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김용만 기자]
김해금곡고등학교는 경남 김해 한림면에 있는 부산, 울산, 경남지역 학생들만 올 수 있는 공립대안고등학교입니다. 학생들 저마다의 색을 찾기 위해 다양한 교육활동을 진행합니다(관련기사: 고교 교사들의 의문 그래서 탄생한 '신박한' 시험 https://omn.kr/24i5o).
1학기에는 로드스쿨로 1학년은 제주도 올레길 걷기, 2학년은 서울 탐방, 3학년은 진도 도보 여행을 다녀왔고 2학기에는 여행학교를 다녀왔습니다. 여행학교는 로드스쿨과 다릅니다. 1학기 로드스쿨이 학년별로 4박 5일간 진행되는 학년별 프로젝트라면 2학기 로드스쿨은 무학년제로 진행되는 개인별 프로젝트입니다.
김해금곡고등학교는 특별한 교육과정이 진행될 때 규칙이 있습니다. 우선 계획을 전교생과 선생님들 앞에서 발표합니다. 발표가 만만하지 않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선생님들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합니다. 준비가 철저하지 못한 팀, 개인은 반려되기도 합니다. 즉, 우리의 귀한 시간과 예산이 쓰이는 교육활동인데 장난처럼, 시간 때우기식, 무임승차 느낌으로 준비하면 혼이 나기도 합니다.
선생님들은 명확하게 학생들에게 요구합니다.
▲ 여행학교 사전 계획을 발표하는 학생들 |
ⓒ 김용만 |
지난 10월 11일(수) 전교생이 여행학교 사전발표회를 했습니다. 2023년에는 역사팀, 예술팀, 문학팀, 울릉도팀으로 크게 4개 파트가 만들어졌습니다.
울릉도팀이 재미있습니다. 장소만 울릉도지 그곳에서 개인, 팀별 프로젝트는 제각각이었습니다. 새를 관찰하는 탐조팀,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인터뷰팀, 여행학교의 시작과 과정, 결과를 촬영하는 다큐멘터리 제작팀, 직접 대본을 쓰고 촬영, 편집, 완성하는 영화제작팀, 벤치를 만들어 설치하는 벤치팀, 독도 플래시몹팀, 울릉도를 주인공으로 동화책을 만드는 팀, 울릉도의 부동산을 조사 비교하는 부동산팀이 있었습니다. 주제들이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해가 갈수록 여행학교 콘텐츠가 풍성해지고 있습니다. 역사팀은 부산, 경주, 대구를 방문하여 학생들이 조사한 장소를 방문했습니다. 예술팀은 대구, 부산을 방문하여 공연을 보고 전시회를 견학했습니다. 문학팀은 전라북도를 방문하여 독립서점과 문학관 탐방을 했습니다.
모든 일정은 학생들이 직접 기획했습니다. 교통수단, 숙소, 식사까지 학생들이 준비했습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준비를 잘하는지 도와주는 역할만 합니다. 사전발표회 때 극찬을 받은 팀도 있었으나 준비가 부족하다고 지적당한 팀들도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피드백을 받은 후 더 탄탄하게 준비했습니다. 이 과정이 모두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힘들어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이 또한 교육이라 선생님들은 서두르지 않고 아이들을 도왔습니다.
▲ 소녀상과 함께 한 학생들 |
ⓒ 김용만 |
학생들이 준비한 일정을 보니 놀라웠습니다. 부산에 사는 학생은 "우와, 부산에 이런 곳이 있었는지 몰랐어요. 이곳이 이런 의미가 있는 곳인지 몰랐어요"하며 놀라워했습니다.
▲ 벨기에 여행객 분들과 인터뷰 중인 학생들 |
ⓒ 김용만 |
단지 준비한 장소를 방문하고 체험하는 것만이 여행학교의 목표는 아닙니다. 그 과정 또한 중요했습니다. 역사팀은 경주에서 한국 여행 중인 벨기에 여행객들을 만나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은 외국인과의 만남에 처음엔 부끄러워했으나 막상 만나고 나니 즐거워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만 남겨두고 가시면 어떡해요! 근데 재밌었어요.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그분들에게 학생들과 대화할 시간이 있는지 여쭈었고 흔쾌히 수락하셔서 학생들 소개만 해주고 자리를 피했습니다. 학생들이 저에게 의존하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입니다. 역사팀 학생들은 이날의 특별한 만남을 잊지 못했습니다.
▲ 독도 플래시몹을 찍는 학생들 |
ⓒ 김용만 |
▲ 인터뷰팀 |
ⓒ 김용만 |
▲ 탐조활동 중인 학생 |
ⓒ 김용만 |
▲ 동화 창작 중인 학생 |
ⓒ 김용만 |
▲ 영화 촬영팀 |
ⓒ 김용만 |
▲ 울릉도에서 벤치를 제작 중인 학생들 |
ⓒ 김용만 |
▲ 하루를 평가하는 학생들과 선생님 |
ⓒ 김용만 |
▲ 책방지기분과 인터뷰 중인 학생들 |
ⓒ 김용만 |
예술팀은 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장소를 방문했습니다.
▲ 예술팀 |
ⓒ 김용만 |
▲ 여행학교 발표 |
ⓒ 김용만 |
인격적 모독은 아니었습니다. 분명 잘할 수 있는 학생인데 태만했던 부분, 게을렀던 부분, 그 부분에 대한 지적이었습니다. 여행학교가 올해로 끝이 아니라 내년에도 계속할 교육활동이기에 내년에는 더 잘해보자는 의미가 훨씬 강했습니다.
▲ 학부모님들 답글 |
ⓒ 김용만 |
1년의 교육기간 중 3박 4일은 짧을 수도 있지만 긴 시간이기도 합니다. 3박 4일간 교실에서 수업해도 배움이 크지만 학교 밖에 나가 직접 경험하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김해금곡고등학교에서 여행학교를 2년간 함께했습니다. 해가 갈수록 학생들의 준비와 배움이 깊어짐을 확실히 느낍니다. 학생들뿐 아니라 선생님들, 부모님들도 같이 배워감을 느낍니다.
학교는 현실과 닿아있어야 합니다. 학교 교육과정은 더 다양해져야 합니다. 일반학교는 불가능하고 대안학교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시도를 하는 학교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김해금곡고등학교의 2024학년도 신입생 원서 접수 기간은 12월 1일부터 12월 5일까지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선거 이기려고 나라 퇴행시킬 건가
- '종이컵' 문제 뒤집은 정부....두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 윤 대통령 "지원 아끼지 않겠다"... 소방관들은 불안하다
- '이동관·손준성·이정섭 방탄'에 허찔린 민주당 "반드시 탄핵"
- 지하철 좌석 없앤다? 장거리 출퇴근족은 웁니다
- 암태도 소작쟁의 주역들과 친일지주의 놀라운 변신
- '송현공원 내 이승만기념관 건립'에 숨은 의미
- 민주주의랩 '위기의 시대, 담대한 전환' 11월 14~18일 개최
- 서울·TK, 50대에서↑...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 36%
- 법 해석 불리하자 국회 사무처 공격한 국힘... "감찰도 검토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