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양안 전쟁 매우 낙관한다” 美 NSC 전 고위 관료의 경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과의 전쟁을 과도하게 낙관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와 눈길을 끈다. '중국통' 매슈 포틴저 전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지난 8일 열린 ‘2023 타이베이 안전대화’에서 내놓은 분석이다. 이날 포틴저는 대만이 동맹과 협력해 시진핑 주석의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전쟁에 대한 과신과 대만 침공 의지를 억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 국방안전연구원(INDSR)이 주최한 ‘2023 타이베이 안전대화’는 대만 타이베이 험블하우스 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화상 연결로 행사에 참석한 포틴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양안 관계에 주는 시사점’ 세션에서 “시진핑은 양안 전쟁의 효용성과 전쟁 소요 기간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는 시진핑 주석의 ‘메시지’에 있다. 시 주석은 현재 전 세계적인 ‘혼란(chaos)’이라는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고, 이 ‘혼란’은 중국에 매우 유리하다고 명확히 밝혔다. 또 시 주석은 위험보다는 기회가 더 클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한다. 이를 보면 시 주석의 전쟁에 대한 낙관적인 심리가 과장됐음을 알 수 있다는 분석이다.
포틴저는 “전쟁은 분노나 오판이 아니라 침략자의 과도한 낙관주의 때문에 벌어진다”며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 우크라이나 침공 모두 전쟁이 빨리 끝날 거라는 독재자의 과신 때문에 일어났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우리는 독재자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시진핑이 제시한 중국몽(中國夢)은 대만과 통일해야만 이룰 수 있는데, 시진핑은 대만 문제를 후세대로 넘기지 않겠다고 공언했다”고 덧붙였다.
대만의 대처에 대해 포틴저는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결심을 내보여야 실질적인 억제가 가능하다”며 “억제는 무기나 전함보다 훨씬 비용이 적게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대만은 미국, 일본, 호주 등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해 집단의 힘으로 전쟁에 대한 시진핑의 과신과 대만 침공 의지를 꺾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전략과 관련해 “독재자는 적국의 응징이 자국 경제에 미칠 피해나 국민의 희생을 신경 쓰지 않는다”며 포틴저는 대만에 ‘보복적 억제(punishment deterrence)’보다는 ‘거부적 억제(denial deterrence)’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시 주석을 줄곧 '독재자'로 호칭하는 등 대(對)중국 강경파인 포틴저는 로이터 통신 기자 및 월스트리트저널(WSJ) 베이징 특파원 출신으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백악관 NSC 부보좌관을 역임했다. 재임 당시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국방부 아태차관보 등과 함께 한반도 정책을 담당하는 ‘3각 축’으로 불리는 등 동아시아 전문가로 꼽힌다.
8일 행사에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선밍스(沈明室) 대만 국방안전연구원 국가안보연구소장 등이 참석했고, 미셸 플러노이 전 미국 국방차관은 화상 연결을 통해 참가했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호주, 인도 등 국가에서 온 학자와 전문가는 이날 대만 학자들과 함께 세계 질서와 민주주의에 대한 중국의 도전을 분석하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sakong.kwans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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