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생물학자의 시 읽기
시구절에 나오는 이끼 말고도 음지식물 중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것들이 많다. 산나물과 약초 대부분이 음지식물이다. 고사리는 양치식물의 일원이고, 취나물(국화과)과의 명이나물(백합과)은 각각 쌍떡잎식물과 외떡잎식물에 속한다. 두릅나뭇과에 속하는 인삼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음지식물이다. 식물의 분류와 관련된 용어가 나온 김에 식물의 분류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육상식물은 관다발의 유무와 씨(종자) 형성 여부, 씨방의 유무 등을 기준으로 분류한다. 관다발이란, 식물 전체에 퍼져있는 일종의 배관인데, 양분 통로인 체관과 물 통로인 물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초로 육상생활에 적응한 것으로 추정하는 이끼류(선태식물)는 관다발이 없는 비관다발 식물이다. 이들은 잎과 줄기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뿌리도 상대적으로 단순해서 헛뿌리라고 부른다. 이끼류를 제외한 모든 식물은 관다발을 가지고 있다.
관다발 식물은 씨를 만드는 종자식물과 그렇지 않은 비종자 식물로 나눈다. 비종자 식물은 석송류와 양치식물로, 그리고 종자식물은 겉씨식물(씨방이 없어 씨가 노출)과 속씨식물(씨가 씨방에 싸여 있음)로 다시 나뉜다. 소나무와 은행나무 등이 흔히 볼 수 있는 겉씨식물이다. 오늘날 가장 번성한 식물 집단인 속씨식물은 떡잎 수에 따라 외떡잎식물과 쌍떡잎식물로 분류한다. 다시 말해, 씨가 싹틀 때 나오는 잎이 한 장이면 외떡잎식물이고, 두 장이면 쌍떡잎식물이다.
쌍떡잎식물과 외떡잎식물은 꽃잎의 수와 뿌리의 모양도 다르다. 꽃잎의 수가 쌍떡잎식물의 경우에는 4 또는 5의 배수이고, 외떡잎식물에서는 3의 배수이거나 꽃잎이 없기도 하다. 쌍떡잎식물의 뿌리는 굵은 원뿌리에 가는 곁뿌리들이 붙어 있다. 반면, 외떡잎식물 뿌리는 수염뿌리를 가지고 있는데, 말 그대로 긴 수염이 여러 가닥 나 있는 모양새다. 흔히 볼 수 있는 예를 몇 개 들면, 벼, 보리, 옥수수, 백합은 외떡잎식물이고, 두릅나무, 무궁화, 국화, 장미, 콩은 쌍떡잎식물이다.
보통 음지식물의 잎은 넓고 얇으며, 그 수가 비교적 적다. 제한된 빛을 최대한 받아들이기에 적합한 전략이라 하겠다. 요컨대, 울창한 숲속까지 도달하는 빛의 세기는 탁 트인 초원이 받는 빛의 1%도 되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도 음지식물이 꿋꿋하게 살 수 있는 이유는 보상점이 낮기 때문이다. 보상점이란, 식물의 광합성량과 호흡량이 같아지는 빛의 세기를 말하는데, 식물이 생장하기 위해서는 이것 이상의 강한 빛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음지식물은 부족함을 탓하고 불평하기보다는 작지만 가진 것에 맞추어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셈이다.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며 이른바 소확행을 즐기는 듯 보이다가, 바로 이것이 산나물과 약초가 지닌 은은하고 건강을 주는 맛과 효능의 비결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의 끝자락에서 시인은 “푸른 산 푸른 산이 천 년만 가리 강물이 흘러 흘러 만 년만 가리 산수는 오로지 한 폭의 그림이냐”라고 읊조리며 “자연환경은 우리의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자손들로부터 빌려 쓰고 있는 것”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전한다. 환경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주체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요소를 말한다. 달리 표현하면, 환경은 어떤 주체에 대한 부수적인 요소를 의미하며, 따라서 환경을 논의할 때는 주체가 무엇인가에 따라 그 논점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기 맑은 숲속의 전원주택이 인간에게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지만, 산에서 서식하는 여러 생물의 측면에서 보면 그것은 서식지를 파괴하는 심각한 생존 위협의 존재가 된다.
환경문제는 무엇을 주체로 하는가에 대한 상대적인 개념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실제로 자연계에서는 수많은 생물이 모두 주체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로 인하여 인간이 환경의 주체라고 여겼었는데, 이처럼 생태계의 원리를 무시한 잘못된 생각이 오늘날 환경위기를 초래한 주원인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간도 생태계의 구성원이지 그 위에 존재하고 이를 통제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고, 인간 중심의 자연관을 벗어던지라는 메아리가 <산수도>에서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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