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파행 5개월' 이화영 또 지연작전? 법관기피 항고장 냈다
파행 5개월 차를 맞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뇌물·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재판이 또 다시 멈췄다. 이미 한 차례 법관 기피 신청을 했다가 기각된 이 전 부지사 측이 9일 이에 불복하는 즉시항고장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즉시항고를 하면 기피신청 대상이 된 법관은 해당 피고인에 대한 재판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인 김광민(경기도의원)·김현철 변호사는 9일 수원지법 형사12부(황인성 부장판사)에 A4용지 18장 분량의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검찰의 유도신문을 허용한 행위 자체가 재판의 불공평성”이라며 “형사소송규칙 제75조 제3항을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13일 법원이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한 데 대해서도 “유죄를 예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법원에 접수된 형사사건에 대한 기피·회피·제적 신청 1273건 중 인용된 건 단 7건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번 즉시 항고장 제출을 사실상의 재판 지연작전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기피신청 이후 2021~2022년 건설업자에게 집을 무상으로 임대하고 불법 정치자금 3억원을 수수한 혐의에 대한 조사를 거부해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서현욱)가 수감 중인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조사하는 일도 벌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형사사법 절차를 지연·방해하고 재판의 공정과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지연작전을 의심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지난 5개월 간의 재판지연 이력 때문이다. 이 전 부지사 측의 변호인 선임 논란과 법관 기피 신청 등으로 7~11월 약 5개월간 재판이 파행됐다.
재판지연의 시작점은 7월 17일 40차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를 변호했던 서민석 변호사가 “(이 전 부지사가) 방북 요청을 한 건 맞다. (이재명) 방북을 한 번 추진해달라는 말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안다”고 발언한 뒤부터였다. 이 전 부지사의 아내 백모씨가 서 변호사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법원에 내면서 재판이 파행됐다.
8월에 열린 42차 공판에선 서 변호사 대신 출석한 김형태 변호사가 법관 기피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내 뜻이 아니다”라는 이 전 부지사의 주장에 사임계를 내고 돌연 퇴정하는 일도 벌어졌다. 재판도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잇따른 재판 지연에 9월에는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이 전 부지사에게 국선 변호인 3명을 직권으로 선임했다. 그러나 이어 이 전 부지사가 사선으로 선임한 김광민·김현철 변호사가 다시 등장했다. 새로 선임된 변호사들인 만큼, 자료 검토 등에 시간이 필요해 9~10월 재판도 정상적으로 열릴 수 없었다. 지난달 말부터는 법관 기피 신청을 함에 따라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다.
한편,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10월 쌍방울그룹에서 법인카드와 법인차량 등을 제공받은 혐의(특가법 뇌물 등)로 처음 구속기소됐다. 3월과 4월엔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관여(외국환거래법 위반)와 쌍방울 법인카드 사용 내역 삭제 지시(중거인멸교사)로 추가 기소됐다. 추가 구속영장도 두 차례 발부되면서 이 전 부지사의 1심 구속 만기는 2024년 4월 12일로 정해졌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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