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중국은 정보 공백 지대? 이해의 적자
지난해 9월 말 중국공산당의 최대 정치 이벤트인 20차 당 대회를 보름여 앞두고 FT는 중국 관련 ‘정보의 진공’을 우려했다. 중국이 외국 전문가의 중국 연구를 막으면서 베이징을 이해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비용은 크다. 외국의 정책결정자 사이에서 중국과 교류를 주장하는 관여(Engagement)는 이미 더러운 용어로 전락했다. 반면 세계 도처에 퍼진 중국의 정보원들은 시시콜콜한 소식을 모두 중국에 타전한다. 이해의 적자(赤字) 현상이다.
최근에는 유학의 적자로 번졌다. 베이징대·칭화대 등 중국 명문대에서 석·박사 학위 과정을 밟는 많은 한국 유학생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중국 전문가의 꿈에 부풀어 선택한 중국 유학이 점점 두터워지는 만리장성급 벽에 부딪혀서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부터 학위 논문 심사를 기존의 예심·본심 2단계에 교육부 심사를 추가했다. 다섯 명으로 구성된 교육부 심사관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학위는 물 건너간다. 해당 학과 전체가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지도교수조차 심사관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고 한다.
결국 교수들은 당국이 꺼리는 주제를 피하라고 권한다. 현지조사나 설문, 인터뷰 등 연구 방법이 불가능해졌다. 신방첩법(반간첩법 개정안) 시행 이후 국가안전부가 나서자 중국인끼리도 말을 조심하는 요즘이다. 외국인 중국 전문가는 싹부터 사라질 처지다.
역으로 중국 유학생은 해외 도처로 나가 첨단 학문과 민감한 이슈를 연구한다. 박사로 돌아와 중국을 위해 봉사한다. 이해의 적자, 유학의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다.
외국계 컨설팅 회사의 철수는 빙산의 일각이다. 중국에 쓴소리를 하면 비자를 막는다.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운동을 다룬 『천안문 페이퍼스』를 펴낸 앤드류 네이선(80) 컬럼비아대 교수는 비자 발급이 막혀 중국을 갈 수 없는 중국 전문가가 됐다. 한국에도 비자 장벽에 중국을 갈 수 없는 중국 전문가가 있다는 후문이다.
외국 특파원의 취재도 녹록지 않다. 얼마 전 영국 국적의 화교 외신 특파원을 만났다. 중국인 전문가 코멘트 등 취재의 ABC조차 힘들어지는 처지를 함께 개탄했다.
중국공산당은 지난해 당 대회 정치보고에서 “평화적자, 발전적자, 안보적자, 거버넌스 적자가 늘면서 인류 사회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정작 이해의 적자는 무시했다. 만리장성에 막힌 실크로드가 매력을 잃고 있다.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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