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쏘카 ‘경영권 분쟁’ 불씨
쏘카 경영권을 두고 창업주인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롯데렌탈 사이에 벌어졌던 ‘분쟁’이 사실상 일단락됐다. 양쪽 모두 경영권 분쟁에 대해 선을 그었기 때문. 쏘카는 최근 이 전 대표 측근인 박재욱 쏘카 대표의 97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에 대해 “장기 성장 믿음과 책임 경영 강화 차원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고, 롯데렌탈 역시 “과열된 장내 매수 경쟁에 동참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분쟁의 불씨가 남았다고 평가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롯데렌탈의 SK 보유 쏘카 지분 인수가 마무리되면, 양측 지분 격차는 4.5%포인트 수준으로 좁혀진다. 언제든 롯데렌탈의 추가 매수 등을 통한 ‘지분 역전’ 시나리오가 그려질 수 있다. 당초 시장에서 지적해온 ‘독과점’ 우려도 사실상 해소됐다. 롯데렌탈은 자회사 그린카를 보유 중인데, 쏘카 경영권 확보 시 카셰어링업계 점유율 90%를 차지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오버페이’하며 지분 늘린 롯데
“단순 시너지 위해 출혈 감수? NO”
롯데렌탈이 처음 쏘카 지분(405만5375주) 매입에 투자(1746억원)한 때는 2022년 3월, 쏘카가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던 시기다. 당시 롯데렌탈의 지분 투자는 쏘카에 큰 힘이 됐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주요 수익성 지표 성장세가 둔화된 데다 IPO에도 긍정적 영향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쏘카는 롯데렌탈 지분 매입 이후 공식 입장문을 내고 “롯데렌탈은 정비, 충전 인프라, 주차장, 중고차 매각 등 다양한 부문에서 인프라를 갖고 있다”며 “롯데렌탈의 지분 매입으로 두 회사 간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렌탈의 투자가 반갑다는 의사를 시장에 전한 셈이다.
하지만 이런 발표가 무색하게 당시에도 시장에서는 롯데렌탈이 쏘카 경영권 인수를 노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쏘카 지분을 매입하며 조건으로 내세운 우선매수권 때문이다. 우선매수권은 최대주주 지분 매각 시 롯데렌탈이 우선 협상한다는 뜻이다. 당시 나이스신용평가는 리포트를 내고 “회사(롯데렌탈)의 우선매수권을 고려할 때 향후 회사가 추가 지분 취득을 통해 최대주주 지위 확보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롯데렌탈은 지난 8월 쏘카 지분을 추가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SK가 보유한 쏘카 보통주 587만2450주(17.9%)를 사들이기로 했다. 2024년 9월 진행될 2차 매매까지 완료되면 롯데렌탈은 쏘카 지분 32.9%를 보유하게 된다. 이 전 대표가 지분 83.3%를 갖고 있는 에스오큐알아이 등 쏘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 37.4%와 4.5%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롯데렌탈은 지분 취득 목적을 ‘종합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역량 강화’라고만 설명했다.
시장이 주목한 부분은 가격이다. 롯데렌탈이 SK와 쏘카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한 8월 31일 쏘카 주가(종가 기준)는 1만6110원. 롯데렌탈이 SK 보유 지분을 사들이는 주당 단가는 최소 2만2500원(총액 1321억원), 최대 2만7300원(총액 1462억원)이다. 최소치를 기준으로 해도 주당 6390원의 프리미엄(총액 375억원)을 붙인 셈.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인수가 최종 목표가 아니라면, 쏘카 지분을 굳이 수백억원대 프리미엄까지 붙여가며 살 필요는 없다”며 “아무것도 없다면 결국 지금까지 쏟아부은 돈이 매몰 비용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쏘카 사업 확대가 경영권 분쟁 불씨로
시장 평가와 별개로 롯데렌탈의 쏘카 경영권 인수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롯데렌탈은 자회사 그린카를 갖고 있는데, 그린카와 쏘카 지분을 롯데렌탈 한곳이 모두 보유할 경우 카셰어링업계 과점 형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쏘카가 IPO 과정에서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양 사의 카셰어링 시장 합산 점유율은 90%를 훌쩍 넘어선다. 이에 롯데렌탈이 쏘카 지분을 추가 확보해 경영권 인수로 방향을 잡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카셰어링업계와 렌터카업계 간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감지되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서로 간 영역을 침범한 탓에 경계가 모호해진 것. 당초 하루 이하 짧은 시간 ‘초단기 대여’에 집중하던 쏘카는 단기 렌터카(일단위), 중기 렌터카(월단위)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에 단기 렌터카와 장기 렌터카(연단위) 중심이던 렌터카 업체들도 일단위, 월단위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쏘카는 최근 월단위 카셰어링 서비스 ‘쏘카플랜’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 내 존재감도 커졌다. 쏘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쏘카플랜의 누적 계약 건수(올 6월 말 기준)는 3만470건이다. 주 이용자층은 20대(25.7%), 30대(25.2%), 40대(30.3%)로 나타났다. 또 지난 4월부터는 1년 단위로 신차를 대여하는 ‘신차 장기 플랜’도 시작했다. 사실상 렌터카 비즈니스 모델과 유사한 형태다. 그간 외쳐왔던 “쏘카는 렌터카와 다르다”는 표현을 뒤집은 셈이다. 쏘카는 지난해 기업공개를 추진하며 롯데렌탈, SK렌터카 등 국내 주요 렌터카 업체를 피어그룹(비교집단)에서 뺐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박재욱 대표는 직접 기자간담회 자리에 나와 “(카셰어링과 렌터카는) 이익 구조가 다르다”고도 강조했다.
문제는 수정된 방향성이 사업 확대를 이끌고는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 다시 분쟁의 불씨가 됐다는 점이다. 쏘카가 스스로 카셰어링업계를 벗어나 렌터카업계 영역에 발을 내디딘 꼴이기 때문. 당초 우려됐던 독과점 우려는 카셰어링업계 점유율로 한정한 탓에 발생했다. 하지만 렌터카업계로 범위를 넓히면 쏘카의 점유율은 미미하다. 하나증권이 지난 9월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1% 안팎으로 추정된다. 독점은 물론, 과점을 논하기도 무리가 있다.
롯데, 쏘카 인수 시 뭐가 달라지나
‘플랫폼’ 보완…대당 매출 확대 기대감
모빌리티 산업 트렌드는 오너십(Owner ship)에서 유저십(Usership)으로 변하고 있다. 롯데렌탈은 대표적인 유저십 사업인 ‘렌터카’를 영위하고 있지만, 신규 고객을 끌어모을 이렇다 할 플랫폼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유저십 시대 외연 확장에 어려움을 겪는 셈이다. 롯데렌탈이 카셰어링업계 2위 그린카를 인수한 것도 플랫폼 경쟁력 강화 차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린카 자체 경쟁력이 쏘카 대비 현저히 떨어지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쏘카를 인수할 경우 단순 마케팅뿐 아니라 수익성 개선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쏘카는 플랫폼을 바탕으로 수집한 소비자 데이터를 ‘운영’ 단계에 활용한다. 특정 지역 수요를 예상하고, 그에 맞게 차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효율적인 비용 집행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이에 쏘카의 차량 1대당 매출은 우상향 중이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쏘카의 차량 1대당 매출액(연간 기준)은 2020년 1900만원에서 2022년 2100만원으로 늘었다. 올해도 대당 매출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3년간 쏘카는 롯데렌탈 대비 2배가 넘는 유형자산 회전율을 기록하고 있어 사업 시너지가 높다”며 “롯데렌탈의 쏘카 지분 확보 행보는 중장기적인 모빌리티 사업 주도권 확보 의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3호 (2023.11.08~2023.11.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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