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자형 패턴에 무게…FCF 중시, 반도체·헬스케어 새 주도주로 부상 [2024 대예측]
주식 시장은 2023년 한 해 내내 ‘공포’와 싸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자 투자자들은 주식 시장에서 채권 투자로 눈을 돌렸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겹치면서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됐다.
공포는 2024년 상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일회성 반등 이후 다시 떨어지는 ‘N자형 패턴’을 예상한다. 공포를 경험한 투자자들이 ‘작은 부정적 이슈’도 ‘또 다른 침체의 시작’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삼성증권은 2024년 증시 전망 리포트를 내고 “국내외 금융 시장 전체가 연준 오버킬(과잉 긴축) 공포에 빠르게 함몰된 상태”라며 “순환적 노이즈(잡음)마저 추세적 위기의 전조나 시작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같은 V자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운 걸까. 상승하더라도 점진적 상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다. 이럴 때일수록 종목 선별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높은 수익보다 안전판에 무게를 두는 전략을 추천한다.
FCF 중요성 커져…관련 ETF도 출시
고금리 장기화로 국내외 기업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된 요즘, 전문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재무 지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잉여현금흐름(FCF)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잉여현금흐름은 말 그대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여윳돈을 뜻한다. 현금흐름은 ‘발생주의’가 아닌 ‘현금주의(현금이 들어온 시점 기준)’에 따라 회계 장부에 기록된다. 이에 ‘당장 융통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을 가늠할 수 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 FCF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영업이익과 매출 등은 거래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기록되는 지표들이다. 여기에는 외상값 등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100만원의 매출 중 100만원 전액이 외상 거래일 수 있다. 만약 거래 상대방 기업이 지급 여력을 상실하면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다. 경기 침체 시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투자자들은 발생주의 지표보다 현금주의 지표를 눈여겨보는 게 좋다.
과거 사례들도 FCF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하나증권은 2024년 증시 전망 리포트에서 과거 금리 인상기 FCF가 주가에 영향을 미친 사례들을 몇 가지 소개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던 1999년, 노키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 사례가 대표적이다. 두 기업은 같은 ‘테크 업종’으로 분류됐지만, 주요 수익성 지표가 엇갈렸다.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노키아가 압도적으로 높았고, FCF 증가 속도는 MS의 압승이었다. 노키아는 마이너스 FCF를 기록했다. 두 기업 중 시장 선택은 MS였다. MS는 주가 상승률 68%를 기록했고 노키아는 36% 증가에 그쳤다. 또 다른 금리 인상기인 2006년 쉐브론과 IBM 사례도 있다. IBM은 쉐브론 대비 FCF 규모가 작았지만, 증가 속도가 빨랐다. 결과는 주가수익률 40%로 쉐브론의 주가수익률을 크게 앞섰다.
증권가는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본다. 국내 증시도 마찬가지다. 애널리스트들이 FCF 개선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섹터를 찾고 있는 이유다. 반도체와 건강관리(헬스케어), 소프트웨어, IT 하드웨어 부문 FCF 개선이 예상된다. 하나증권이 발표한 2024년 주식 시장 전망 리포트에 따르면 반도체 섹터의 FCF는 2023년 마이너스 2조원에서 2024년 29조원으로, 건강관리 섹터는 1조원에서 2조원으로, 소프트웨어 섹터는 4조원에서 6조원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종목을 살펴보면, 반도체 부문 대표주 삼성전자의 올해 FCF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마이너스지만 2024년 17조원의 FCF가 예상된다. 소프트웨어 부문 대표주 네이버도 2022년 대비 2023년과 2024년 FCF 컨센서스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나증권은 “실질금리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2024년 순이익보다 FCF 증가율이 높은 업종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FCF만을 활용한 상장지수펀드(ETF)도 나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9월 ‘TIGER 미국캐시카우100’을 상장했다. 미국 상장 시가총액 상위 1000개 기업 중 FCF 수익률이 높은 100개 기업을 선별해 편입한 상품이다.
2차전지 뒤이을 새로운 주도주는
고개 드는 반도체·바이오 반등론
에코프로와 엘앤에프 등 2차전지주 열풍이 한풀 꺾이면서 시장에서는 새로운 주도주 찾기 움직임이 분주하다. 2차전지주는 공급 과잉 리스크와 판가 하락, 전기차 수요 감소 등으로 당분간 약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와 첨단 바이오 등을 유력한 새 주도주 후보로 꼽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반등론이 힘을 받는다. 일단 반도체 산업 사이클이 ‘바닥을 찍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서버 수요가 늘면서 올해 10월 들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소폭 반등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반도체 가격 동향 지표인 DXI지수는 10월 16일 기준 2만888.72포인트로 집계됐다. 바닥이었던 9월 초(1만8151.19포인트)보다 15% 올랐다. 오랜 주가 조정으로 밸류에이션 매력도 높아졌다. 지난 9월 삼성자산운용이 프라이빗뱅커(PB) 1063명을 대상으로 한 ‘2차전지, 그다음 ETF 테마는?’ 설문조사에서도 반도체가 AI와 함께 335명의 선택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한풀 꺾인 제약·바이오주가 되살아날 것으로 꼽는 이도 많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비만과 당뇨 치료제 열풍이 불고 있고, 국내에서도 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 유한양행 ‘렉라자’ 등 신약 개발·기술 수출 성과들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2024년 하반기 금리 인하 분위기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라며 “주가는 선행하기 때문에 2024년에는 전반적으로 제약·바이오주가 우호적인 분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애널리스트는 또 “수출에 비전 있는 제약사가 유망한데 SK바이오팜과 유한양행이 대표적이고, HK이노엔도 수출 잠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외 기업들 연이어 ‘포기’ 선언
기업공개(IPO) 시장도 고금리 장기화 직격탄을 맞았다. 최소 3조원 넘는 몸값으로 주목받은 IPO 시장 대어(大魚) 서울보증보험은 예상보다 부진한 수요예측에 결국 상장 결정을 철회했다. 서울보증보험은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프랑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업체 플라니스웨어, 독일 통행료 서비스 업체 DKV모빌리티 등이 IPO를 포기했다.
연이은 바이오 기업들의 IPO 흥행 참패도 불안감을 조성하는 원인이다. 면역항암제 개발 기업 큐로셀은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희망 가격 범위(2만9800~3만3500원) 최하단보다 32.9% 낮은 금액으로 공모가(2만원)를 확정했다. 지난 9월 코스닥에 상장한 의약품 품질관리 기업 에스엘에스바이오도 수요예측 결과 희망 가격 범위(8200~9400원) 하단 미만인 7000원에 공모가를 결정했다.
컬리, 오아시스 등 이커머스 업체들 IPO도 감감무소식이다.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으며 원하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진 탓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3호 (2023.11.08~2023.11.14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빠는 쏘나타나 타세요”…건방진 ‘그랜저급’ 오빠차 - 매일경제
- 6년 만의 완전 변경, 신형 BMW 5시리즈 [CAR톡] - 매일경제
- 고공행진 엔비디아 주가, 조만간 꺼진다? [MONEY톡] - 매일경제
- 전기차 점점 안팔리는데 어쩌나…현대차·포드 1천만원씩 할인 경쟁 - 매일경제
- 최태원과 이혼소송 노소영, 이례적 재판출석 “미술관 퇴거 못해” - 매일경제
- ‘신의 직장’ 한전, 3년 안에 1200명 인력감축 - 매일경제
- 빈대 확산 우려에 살충제 테마주 ‘활활’...며칠만에 급락도 - 매일경제
- 소주값 싸질까? 세법 바꿔 출고가 최대 20% 낮춘다 - 매일경제
- 1기 신도시? 노후계획도시?…‘국회 표류’ 특별법에 혼란 지속 - 매일경제
- ‘디자인 역작’ 신형 K5 [CAR톡]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