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방산·조선 ‘씽씽’ 석유화학·건설 여전히 ‘안갯속’ [2024 대예측]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3. 11. 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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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부문

2023년은 국내 기업들에 ‘가혹한’ 한 해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고금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예상치 못한 위기가 연이어 들이닥쳤다. 각종 변수가 겹치면서 산업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자동차, 조선같이 호재를 타고 질주한 산업이 있는가 하면 반도체, 석유화학처럼 어려움에 신음한 분야도 적잖았다. 2024년에는 어떤 산업이 뜨고 어떤 업종이 힘든 시간을 보낼까.

맑음 :

자동차, 조선, 정유, 방산

2023년 좋은 실적을 거뒀던 업종은 해가 바뀌어도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조선, 정유, 방위 산업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산업은 2023년 풍성한 한 해를 보냈다.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라는 악재에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급등한 해외 수출이 자동차 산업 성장을 견인했다. 리오프닝 이후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덕을 톡톡히 봤다. 여기에 더해 한국 자동차업계는 높은 원달러 환율이라는 추가 혜택을 입었다. 2024년 전망도 밝다. 다만, 2023년에 비해서는 외형 성장이나 이익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수요 불균형이 개선되고 있어서다.

급격하게 상승했던 자동차 판매 가격이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자동차 산업 성장세를 이끌었던 전기자동차도 2024년 상반기까지는 판매량이 늘 만한 호재가 없다. 송선재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2024년 상반기까지는 다소 주춤하겠지만, 하반기부터 시장 수요 회복에 힘입어 성장성이 개선될 것이다. 전기자동차 분야는 신차 공개와 신공장 완공 영향으로 점유율이 개선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다. ‘상저하고’ 업황 흐름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조선업은 본격적인 ‘호황 국면’에 진입했다. 2023년 한국 조선 5사 수주는 기존 목표액 321억달러를 넘긴 400억달러대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컨테이너선과 LNG선 호황이었던 2021년(460억달러)과 2022년(440억달러)보다는 적지만, 충분히 많은 규모다.

앞으로의 흐름은 더욱 기대된다. 시장에서는 흑자 수주 물량 건조가 2023년 40%, 2024년에 80%, 2025년에 100%로 늘어날 것이라 전망한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속도의 문제일 뿐, 조선사 실적과 수익 개선은 확실하다. 2026년까지는 실적 개선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현재 조선사들은 2026년 인도 슬롯(도크)을 거의 다 판매한 상황이다. 3년 이상 일감을 확보해둔 완벽한 ‘조선사 주도 시장’이 펼쳐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정유 산업은 공급 부족, 수요 증가의 혜택을 볼 확률이 높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정책 강화 등에 따라 정제 설비 증설은 제한적인 반면, 2024년 이후 산업용 디젤과 항공유 수요는 꾸준히 창출되는 덕분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생산국은 공급이 내수 수요를 따라가기도 빠듯한 게 현실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 정제 설비 규모가 다섯 번째로 크다. 단, 전체 생산의 50%를 수출하는 특이한 구조로, 석유 제품 시장에서의 스윙 프로듀서(Swing Producer)로 자리매김했다. 1~4위가 수출을 통제하는 지금, 전 세계는 한국 정유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2022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한 방위 산업은 ‘전성기’를 구가 중이다. 올해 호주의 차세대 장갑차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선정됐다. ‘레드백’ 장갑차 129대를 수출하는 대형 사업이다. 10월 들어서는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중동 국가들이 한국 미사일 체계 구매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2024년 전망 역시 좋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이 발발하며 전 세계적으로 긴장감이 높아졌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무기 수요는 더욱 커진 상태다. 군사력 강화를 위해 각국이 무기 구매를 늘리면서, 국내 방산 업체에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조선 산업은 ‘호황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옥포조선소의 제1드라이 도크에서 LNG 운반선 4척이 동시 건조되고 있는 모습. (한화오션 제공)
흐린 뒤 갬 :

반도체, 디스플레이

2023년 어려움을 겪은 산업 중 회복의 기지개를 켜는 곳이 적잖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이다. 다만, 이들 산업이 ‘완연한 회복세’로 접어들지는 확실하지 않다. 여전히 남은 변수가 상당한 탓이다.

메모리 D램,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으로 침체기를 보낸 반도체 산업은 2023년 3분기부터 반등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업체가 실적 적자폭을 줄이며 회복하기 시작했다. 2024년 반도체 회복 여부는 ‘서버’ 수요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증가해야 본격적인 반등에 성공한다는 얘기다. 시장조사 업체 IDC의 김수겸 부사장은 “서버 업체들이 투자를 줄이면서 2023년 서버 시장은 망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르면 2024년 2분기 말부터 서버 수요가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고 메모리 반도체 시장 상승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지속적인 적자로 산업이 침체를 겪었던 디스플레이 업종은 올해 3분기 ‘바닥을 찍었다’는 진단이다. 고부가가치 상품인 OLED 수요가 급등하며 국내 업체들 수익성이 개선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3분기 1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적자폭을 줄이며 4분기 흑자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다만 현재까지 기록한 적자폭이 워낙 큰 탓에 업계에서는 ‘완연한 회복’을 점치기에는 이르다는 인식이 강하다.

흐림 :

건설, 석유화학, 소매유통

건설, 석유화학, 소매유통은 2024년 전망이 밝지 못하다.

건설업계는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부동산 금융 시장 불안의 직격탄을 고스란히 받았다. 자금줄이 막히면서 중소 건설 업체가 연달아 부도를 내고 무너졌다. 2024년도 녹록지 않다. 고금리로 인해 자금 조달 부담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전쟁 등 이슈로 인해 건설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것도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성장이 아니라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장문준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밝은 측면보다는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 여전히 더 많은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석유화학 업종은 공급 과잉 이슈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석유화학 제품 생산공장인 ‘나프타 분해시설(NCC)’을 대규모로 증설한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2024년부터 중국 증설은 마무리 국면에 들어가지만, 누적된 공급 과잉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시간이 필요하다. 시장에서는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중국과의 경쟁과 글로벌 공급 과잉을 이겨내기 위한 인고의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리오프닝 수혜주로 기대를 모았던 소매유통업은 팬데믹이 끝난 후 오히려 답보 상태에 빠졌다.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겹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악재가 덮친 탓이다. 소비 심리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면서 유통업계 실적도 지지부진하다. 롯데쇼핑,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대형 유통사 모두 올해 3분기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2024년 환경 역시 어려울 전망이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가계 빚 급증에 따라 절대적 부채 규모 자체가 커져 있는 상황이다. 고금리는 소비에 더욱 부담으로 작용한다. 즉, 불리한 소비 환경이 2024년에도 지속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제한된 소비 환경 속에서는 ‘극단적인 성향’을 가진 소비재만 살아남을 것이다. 가격을 낮춘 ‘극단의 가성비’ 또는 ‘극단의 가심비’를 가진 초고가 상품이 트렌드가 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3호 (2023.11.08~2023.11.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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