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증원 주장이 사회적 물의?…의대 교수 징계 추진하는 의협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대 증원을 주장해 온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수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기로 했다. 김 교수는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회원들을 입막음하려는 협박”이라며 징계 절차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협은 9일 “최근 언론매체 인터뷰를 통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모 회원에 대해 중앙윤리위원회에 징계 심의를 부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회원은 의협이 돈 많은 개원의를 대변해온 것처럼 호도하고 ‘밥그릇 지키기’ 등의 표현을 사용해 의사 전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의대정원 증원 등 주요 의료현안에 대해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의견을 개진해 의료계에 대한 국민 불신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의대 증원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소 5500명의 의대 정원을 증원해도 30년 후에야 한국의 인구당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며 의대 증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6월 복건복지부가 개최한 포럼에서는 “의사 수를 늘리면 OECD 대비 과도하게 높은 우리나라 의사의 수입이 줄어 국민 의료비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의협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도 비판해왔다.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의협은 전통적으로 전국의 14만 전체 의사를 대표하기보다 수도권의 돈 많은 개원의를 대변해 왔다”며 “현실적으로 봐도 경제적ㆍ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단체 활동을 하기에 유리하다. 먼 곳에서 일하거나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인은 배제돼 왔다”고 했다. 이어 “서울에서만 일해 온 사람이 ‘시골 의사가 부족하다’며 자기가 겪어보지도 않은 일을 마치 사실인 양 호도하며 이를 밥그릇 지키기 논리로 쓴다는 것은 문제”라고도 했다.
의협은 김 교수의 징계 추진 사유로 명예훼손과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들고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김 교수뿐 아니라 의대 증원에 대한 찬성 입장을 가진 회원들을 입단속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의 한 국립대 의대 교수는 “의대 증원과 관련, 지역이나 대학에서는 의협과는 사뭇 다른 입장을 갖고 계신 분이 적지 않다”면서 “향후 이런 사람들에게 섣불리 나서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의 의미로 읽힌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징계 추진에 대해 “반헌법적 발상”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소명서를 제출하라, 출석하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거절했다”면서 “언론에 기고하거나 인터뷰한 내용이 자신들의 입장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징계를 한다는 것은 헌법상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들의 입장에 반하고 의협 입장에 반대되는 이야기를 한다고 재갈물리기 식으로 윤리위에 회부하는 것은 전문가 집단의 걸맞은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국민들이 보기에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징계라는 수단을 동원해 회원들을 입막음하려는 협박으로 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이 김 교수에 대한 징계를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5월 최대집 당시 회장이 언론사에 기고한 김 교수의 글을 ‘허위사실 유포‘라며 징계심의를 요청한 적이 있다. 당시 김 교수는 코로나19 병상 부족 문제와 관련해 ”대구ㆍ경북 병상이 부족한 이유는 즉각 동원할 수 있는 공공병원 병상은 적었던 반면, 대부분의 병상을 보유한 민간병원은 병상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중앙정부는 민간병원을 동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의협이 실제 징계를 내린 사례도 있다. 의약분업 당시인 2001년 당시 서울의대 김용익 교수와 울산의대 조홍준 교수에 대해 각각 2년과 1년의 회원 자격 정지를 결정했다. 당시 의협은 “이들은 실패한 의약분업을 입안하고 추진하면서 깊이 관여해 국민들에 큰 피해를 입혔다”며 “이에 의사들의 주체가 되는 의협이 징계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와 조 교수는 의협의 징계에 불복, 회원권리정지처분 무효확인 소송과 명예훼손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두 교수의 징계가 무효라고 판단했고, 의협이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상고심에서도 대법원은 의협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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