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는 모두의 미래… 글로벌 표준 됐다
제니퍼 D. 스쿠바 지음, 김병순 옮김
흐름출판, 348쪽, 2만2000원
‘80억 인류, 가보지 않은 미래’는 세계의 인구 추세를 분석하면서 인구를 통한 세계 읽기, 인구를 통한 미래 읽기를 제공한다. 미국 로즈 칼리지 정치학 종신교수이자 정치인구학 전문가인 제니퍼 D. 스쿠바가 지난해 발표한 책이다.
이 책에는 한국에 대한 언급이 적지 않다. 세계 인구학자들에게 한국의 인구 변동이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가히 충격적이다. 예상대로라면 2062년 한국의 중위연령은 62세가 넘는다. 이것은 인구의 거의 절반이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은퇴한 상태가 될 것임을 의미하는데, 심지어 중간 정도의 시나리오로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선진국이 된다.”
국내에서 인구 논의는 주로 저출산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이 책은 고령화 문제를 부각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나라인 동시에 가장 빠르게 고령화하는 나라다. 인구수가 주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인구 구조가 노인 중심으로 재구성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2050년까지 20세에서 69세까지의 연령대 사람들이 한국에서는 16.2%, 대만에서는 14.9%, 중국에서는 8.9% 줄어들 것이다. 만일 고령층에게 재정 지원과 조기 퇴직을 약속한 나라들이 기존의 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그 나라들은 경제 위기에 빠질 것이며 정부는 그들의 약속을 지키느라 심각한 난관에 직면할 것이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는 몇몇 국가들의 문제가 아니다. 저자는 “고령화는 이제 산업화 이후 국가들에서 표준이 됐다”고 선언한다. 1950년 선진국의 중위연령은 29세였는데, 2020년 42세가 됐고, 2035년이면 45세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선진국에서 인구는 고령화할 뿐만 아니라 감소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인구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늘어나는 인구의 98%는 나이지리아 같은 최빈개도국들에서 태어난다. UN은 금세기 말에 가면 선진국의 70%, 개발도상국의 65%가 인구 감소로 돌아설 것이라고 추산한다.
저자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위기로만 보진 않는다. 오히려 “정치인구통계학자의 관점에서 보면, 인구 고령화는 축하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고령화는 저출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대수명이 늘어난 덕분이기도 하다. 또 선진국 소비자의 감소는 지구와 미래 세대에게 긍정적일 수 있다. 저출산 패턴은 가족 구성원의 양보다 삶의 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쪽으로 사회를 진보시킬 수 있다.
저자는 “고령화가 나쁘다는 전제는 성급한 결론”이라며 “고령화는 모두의 미래”라고 주장한다. 고령화가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혁신을 불가능하게 하며, 노인들의 정치 장악을 강화할 것이라는 걱정에 대해서도 다르게 생각할 여지가 있다. 65세 이상이라고 해서 모두 경제적인 부양이 필요하다고 보는 건 오류다. 또 이전보다 건강해진 노인들은 더 오래 일할 수 있고, 거대한 소비자 집단으로 개발될 여지도 있다.
그럼에도 인구수는 여전히 국력의 핵심 지표이고, 인구 변동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가장 큰 힘 중 하나다. 책은 세계 곳곳에서 인구 구성의 변화가 초래하는 문제들을 주로 정치적 측면에서 조명한다. ‘아랍의 봄’ 혁명은 중동 지역 내 청년 인구 증가와 관련돼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 이면에도 인구 문제가 있다. 1991년부터 2011년까지 20년 동안 영국 인구 가운데 비백인 비율이 7%에서 14%로 2배 이상 높아졌고, 여기에 2015년 유럽연합 국경에 망명신청자들이 몰려들자 인구 변화에 대한 영국인들의 공포가 고조된 것이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극우 민족주의가 세를 얻고, 정체성 정치가 부상하는 것도 인구 구성의 변화를 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저자는 출산율을 급격히 끌어올리거나 이주를 대거 허용하는 방식으로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해결하자는 건 현실성이 약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여성 고용 확대, 은퇴 연령 상향, 연금 제도 개혁, 돌봄 등을 손질하는 게 더 유효하다고 얘기한다.
“모든 연령층의 여성들을 더 많이 노동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나이 든 노동자들이 더 오래 노동 시장에 남을 수 있게 하는 정책들은 이 두 집단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은 사회에서 노동력의 규모를 극적으로 늘릴 수 있다.”
특히 늘어나는 노인 인구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출산이 더 위축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장기적인 요양 시설이 거의 없고 국가 재정 지원이 적은 나라들에서 가정은 노인들을 보살피느라 중압감에 시달리고 더 나아가 출산율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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