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이야기-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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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타래에서 실을 뽑으며 노래를 부르곤 하셨다.
나는 그 노래를 기억해본다.
무언가 허술해졌고 그만큼 불룩해지고 할머니의 노래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그런 노래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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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타래에서 실을 뽑으며 노래를 부르곤 하셨다. 나는 그 노래를 기억해본다. 그러면 할머니는 지긋이 바라보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어가는 실. 슬슬 풀려가는 실. 친친 감기는 실. 무언가 허술해졌고 그만큼 불룩해지고 할머니의 노래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그저 옮겨갈 뿐. 그 얇고 가는 사이. 아가. 할머니의 목소리를 들은 것만 같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본다. 창밖에는 늙은 나무가 있고 그것은 아슬하게 서 있다. 가을이 되면 저 위태로운 각도의 잎들을 모두 벗고 중심의 방향을 드러낼 것이다. 그때쯤. 그렇구나. 할머니의 목소리를 들은 것만 같다. 그런 노래였나. 그랬구나. 머리를 만져주는.
-유희경 시집 ‘겨울밤 토끼 걱정’ 중
실타래에서 실을 뽑아내던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야기에 대해 생각한다. 실은 이쪽에서 저쪽으로 오가고, 할머니의 노래는 끝나지 않을 것처럼 이어지고, 나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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