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학생의 첫 소설, 20개국에 팔려… “도자기 소재 신선”

김남중 2023. 11. 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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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공방의 계절
연소민 지음, 모요사, 303쪽, 1만6000원
연소민 작가는 20대 대학생으로 방송작가로 일했으며 지난해 소설가로 데뷔했다. 출판사 투고로 출간한 첫 소설 ‘공방의 계절’이 해외 20개국에 판매됐다. 한세희 제공


20대 대학생이 쓴 첫 소설이 세계 20개국에 팔렸다. 이름이 알려진 작가도 아니고,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도 아닌데 해외 출판사들이 판권을 사겠다며 몰려들고 있다. 지난 3월 출간된 연소민(23)의 장편소설 ‘공방의 계절’이 이 이례적인 사태의 주인공이다.

9일 모요사 출판사에 따르면, ‘공방의 계절’은 지난 8월 태국의 난미북스와 처음으로 해외 판권 계약을 했다. 오랜 전통을 가진 영국의 출판에이전시 PFD와 영미권 판권 독점계약을 체결한 것은 9월이었다. 이후 2주 만에 영국 바이킹 출판사를 비롯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덴마크, 러시아 등 14개국에서 이 소설의 판권을 구매했다. 10월에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서 2개국이 추가로 판권을 샀고, 10월 말에는 정보라 작가의 ‘저주 토끼’를 출간한 미국 출판사 알곤퀸과 계약을 했다. 이달 들어서도 오퍼가 이어져 대만과 인도네시아가 수출국에 추가됐다.


20개국에서 판권 계약으로 받은 선인세는 35만달러(약 4억5000만원)를 훨씬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킹 출판사는 ‘공방의 계절’ 영국판을 내년 가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BTS의 책 ‘비욘드 더 스토리’ 영문판 제작에 참가한 클레어 리처즈가 번역자로 결정됐다.

손경여 모요사 기획실장은 “한국 신인작가의 첫 소설이 이렇게 큰 관심을 받는 것이 놀랍다”면서 “에이전시나 해외 출판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도자기라는 소재가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불편한 편의점’ 같은 한국의 힐링 소설들이 수출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국내에서의 인기가 밑바탕이 되어 해외에서 주목한 경우”라며 “‘공방의 계절’은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은 것도 아닌데 아주 짧은 기간에 많은 나라에 수출됐다”고 덧붙였다.

이 소설은 방송작가 일을 하다 완전히 탈진한 서른 살 여성 ‘정민’이 우연히 동네 공방에서 도자기를 만들게 되면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이야기다. 주인공 정민의 번아웃과 상처, 고립 등은 이 시대 젊은이들의 어떤 상태를 잘 포착하고 있다. 치유의 방법으로 도예라는 조용하고 느린 수작업과 공방이라는 작고 느슨한 공동체를 설정한 점이 흥미롭다. 공방 주인 ‘조희’는 처음 도자기 작업을 하는 정민에게 “흙은 언제든 고칠 수 있다”면서 “자, 이제 마음껏 실패해 봐요”라고 말한다.

공방에 드나드는 인물들도 각자 상처와 고민을 안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직업과 진로에 대한 회의, 취업, 입시, 부모와의 갈등…. 많은 사람들이 겪는 문제들이다. 그 문제들 앞에서 관계를 끊고 자기 방으로 숨어버리거나 마음을 닫고 연극적인 포즈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소설은 작은 관계와 호의들이 사람을 치유한다는 걸 보여준다. 도자기를 빚는 작업은 이들의 마음이 풀어지고 깨지고 새로 조형되는 과정과 절묘하게 겹쳐진다.

바이킹 출판사의 로자 시렌버그 편집장은 “연소민은 까칠한 시선과 따뜻한 마음으로 번아웃으로 소진된 독자들이 평화로운 해결책을 찾아가는, 너무나 공감할 수 있는 여정으로 이끈다. 새로운 친구들과 도자기라는 오래된 손작업이 결합된 공동체는 그 여정에서 절실한 위안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이 소설은 작가의 체험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연소민은 대학에 다니면서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그러다가 몸이 안 좋아져 쉬게 되었는데, 그때 집 근처에 있는 도자기 공방을 발견했다. 그는 “도자기를 만들면서 일기처럼 썼던 글들을 모아 두 달 만에 소설을 완성했다”며 “이 소설을 출판사에 투고해 첫 책을 출판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출간된 그의 책은 5000부 가량 판매됐다.

연소민은 자신의 소설에 대해서 “힐링 소설이면서 성장 소설”이라며 “정민이라는 한 인물을 깊게 다루려고 했다. 또 무언가를 새로 배우는 일을 통해 자신을 깨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소민은 지난해 한국소설신인상을 받으며 대학생, 방송작가에 소설가라는 직업을 추가하게 됐다. 그는 요즘 새로운 소설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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