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히어로, 그가 마블을 구원하지 못한 이유

김동근 2023. 11. 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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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더 마블스>

[김동근 기자]

 
 영화 <더 마블스>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자신에게 엄청난 힘이 생기면 무엇을 하게 될까. 일단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이 우선이 될 것이다. 부작용도 생기는데, 그 힘을 통제할 수 있는 조직이나 개인이 없기 때문에 모든 일의 우선순위는 스스로의 판단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조금씩 생기는 오류와 오판이다. 절대적인 힘이 내 손안에 있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활용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마블의 히어로인 <캡틴 마블>은 의도치 않게 엄청난 에너지를 흡수하게 된 캐롤(브리 라슨)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캡틴 마블>에서의 캐롤은 가족문제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여러 상실감과 조직에 대한 배신감으로 힘들어하다 우연히 이 에너지를 얻었다. 거의 무적에 가까운 힘으로 그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복수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악당들과 대결을 벌인다. 그리고 우주로 나아가 우주에서 도움이 필요한 존재들을 위해 힘을 쓰기 시작한다.

과거의 잘못 때문에 괴로움을 느끼는 캡틴 마블

자신의 힘으로 우주의 여러 행성과 생명체들을 돕게 된 캡틴 마블의 행위는 모두에게 환영받을 수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을 하는 캡틴 마블의 모습이 후속편인 <더 마블스>에 담겼다.

이번 영화에선 크리족의 리더 다르-벤(자웨 애쉬튼)이 메인 빌런으로 등장한다. 과거 캡틴 마블은 AI의 지배를 받던 크리족을 해방시키기 위해 AI를 파괴했다. 하지만 크리족에게 캡틴 마블은 자신이 모시던 신과 같은 존재를 완전히 없애버린 파괴자와 같은 존재였다. 그러니까 캡틴 마블의 선한 의도가 완전한 악의로 탈바꿈한 것이다. 

크리족이 원하는 복수의 방향은 캡틴 마블과 가까운 행성이나 존재들이 있는 곳을 향한다. 그 작업을 위해 우주 여러 곳에 타임 포탈을 만들게 되는데 그 부작용으로 캡틴 마블-캐럴과 미즈 마블-카말라 칸(이만 벨라니) 그리고 모니카 램보(타요나 패리스)는 자신들의 능력을 쓸 때마다 위치가 바뀌게 된다.
 
 영화 <더 마블스>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더 마블스>는 이렇게 세 명의 히어로를 서로 연결시켜 일종의 제약을 만든다. 이것은 거의 무적에 가까운 능력을 가진 캡틴 마블에게 큰 장애물이 되는데, 세 명이 협업해 상황을 이겨내는 모습을 만들기 위함이다.

실제로 이야기의 초반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위치가 바뀌면서 벌어지는 액션장면은 꽤 신선하고 박진감 넘친다. 상황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고 정신없는 상황이 이어지는데 이것 자체로 각 인물들이 느끼는 혼란이 그대로 전달된다. 또한 새로운 히어로인 미즈 마블의 능력과 모니카의 능력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초반 액션 장면이 지나고 중후반부에 세 명의 히어로가 직접 만나서 벌이는 액션과 상황들은 대부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위치가 바뀌면서 잠깐의 긴장감을 만들지만 가장 강한 능력을 가진 캡틴 마블이 종횡무진 문제를 해결하면서 세 명의 힘이 균형있게 발휘되지 못한다.

특히나 영화의 빌런인 다르-벤은 마블 시리즈 중에서 가장 약하고 존재감이 없어 보인다. 그는 가지고 있는 팔찌 뱅글로 캡틴 마블의 힘을 흡수하여 복수를 감행하려 하지만 자신의 진짜 힘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한 채 화면에서 사라지고 만다.

새로운 히어로들의 등장과 신선한 초반 액션

영화에 등장하는 세 명의 히어로들의 존재감도 차이가 크다. 캡틴 마블은 여러 마블영화에 등장했지만 미즈 마블인 카말라 칸이나, 모니카 램보는 다소 생소한 캐릭터다. 카말라 칸은 디즈니+의 시리즈 <미즈 마블>에서 소개되었고 모니카 램보는 디즈니+의 시리즈 <완다비전>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그러니까 이전에 디즈니+를 구독하지 않았던 관객들에겐 낯선 캐릭터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또한, 영화 내내 이들의 존재감은 캡틴 마블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캡틴 마블 혼자서 다르-벤의 악행을 해결할 수 있는데, 왜 팀이 필요한지 영화는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다르-벤이 자신의 행성에 물이 필요하게 되자, 물을 빼앗아가기 위해 방문하는 행성이 있다. 바로 얀 왕자(박서준)가 다스리고 있는 행성이다. 이 행성에서 캡틴 마블은 얀 왕자와 혼인 서약을 맺은 것으로 나온다.

별도의 설명이 없기 때문에 노래로 대화하는 이 행성에서 벌어지는 일은 영화 전체의 서사에서 크게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배우 박서준의 존재감이 크게 부각되지 못하는 이유다. 
 
 영화 <더 마블스>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마블 영화 시리즈는 반등할 수 있을까

<더 마블스>는 마블 페이즈 5의 세 번째 작품이다. 신인 감독인 니아 다코스타에게 연출을 맡겨 반등하려했지만 성공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과거 마블 영화에서 느꼈던 기대감과 만족감이 사라지는 상황. 마블은 이후 현재 고수하는 시리즈와의 연계성과 매력 없는 새로운 캐릭터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물론 앞으로도 캡틴 마블은 절대적 힘을 가진 존재로서 마블 영화에 계속 등장하게 될 것이다. 여러 실패에도 불구하고 좋은 이야기와 완성도를 가진 마블 영화 속의 캡틴 마블을 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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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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