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국회 통과에 재계 일제 반발…대통령 거부권 촉구(종합)
노동계 입장 일방 수용한 민주당 비난 "역사적 책임 져야"
경제 6단체, 13일 공동 기자회견 열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키로
9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2‧3조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의결되자 재계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그동안 재계는 사용자의 범위와 노동쟁의의 개념을 확대하고,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이 통과될 경우 산업생태계가 붕괴되고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여러 차례 입법 중단을 요청했었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의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 움직임에 국민의힘은 당초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를 준비했었으나, 이날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면서 막판 취소했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은 보고 후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하며,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과반수(150명) 찬성으로 의결돼 원내 과반인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할 경우 24시간이 지나도록 본회의가 계속돼 민주당이 탄핵소추안 표결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필리버스터를 취소한 것이다.
결국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노란봉투법을 단독 의결했다. 노란봉투법은 174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찬성 173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여당의 저지 시도가 무산되고 노란봉투법이 쉽게 국회를 통과하자 재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법안 통과가 경제, 산업계에 미칠 파장을 경고하고 법안 단독 의결을 주도한 민주당을 비난하는 한편,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요청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그동안 경영계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가 수십년간 쌓아온 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이 나라의 기업과 경제가 무너질 것임을 수차례 호소한바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안 처리를 강행한 야당은 반드시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경총은 “국내의 자동차 산업, 조선업, 건설업 등은 협력업체와의 수많은 협업체계로 구성돼 있다”면서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고,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상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개정안은 노조법상 다수의 형사처벌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추상적 개념으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있어, 우리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노동쟁의 개념 확대와 손해배상 책임 제한으로 산업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와 불법행위로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국내기업들의 투자뿐만 아니라, 해외기업들의 직접투자에도 큰 타격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총은 “이제 이 법안이 가져올 산업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파국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의 거부권 밖에 없다”면서 “부디 우리 기업들이 이땅에서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거부권을 행사해 주길 건의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계도 강하게 반발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입장문을 통해 “야당이 노동계의 일방적인 의견만을 수용해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노조법 개정으로 인한 사용자 개념의 무분별한 확대로 원청기업은 국내 협력업체와 거래를 단절하거나 해외 이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국내 중소 협력업체 도산으로 이어져 국내 산업 공동화 현상이 현실화되고, 결국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일자리 상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기중앙회는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하는 조항으로 인해 노조가 불법집회를 감행해도 기업은 방어 수단이 사라지게 돼 노동계로 기울어진 운동장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고, 이는 불법파업과 무리한 노사분규 확산으로 이어져 사회혼란과 불확실성 심화로 인해 국내 경제는 깊이 멍들어갈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결국, 노사분규와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는 기업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일하고 싶어하는 비조합원 근로자나 파업 불참 조합원들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고, 국가경쟁력은 심각하게 저하돼 국내 기업과 경제가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중기중앙회는 “마지막 기대를 걸고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법 질서가 훼손되지 않도록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바에 따라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도 잇달아 반발 입장을 밝혔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노란봉투법은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근간과 질서를 흔들고 오래동안 쌓아온 법률체계를 심각하게 훼손해 국내 산업생태계와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명약관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인 노동경쟁력이 노란봉투법 통과로 인해 더 후퇴할 가능성이 매우 커져, 결과적으로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 “지금이라도 노란봉투법이 중단되는 것이 마땅하며 경제계는 이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한경협 역시 사용자 개념 확대에 따른 산업생태계 붕괴 우려와 노동쟁의 범위 확대에 따른 빈번한 파업 가능성, 불법파업에 대한 손배소 제한에 따른 기업 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노란봉투법 통과의 파장이 주주나 근로자, 협력업체 등으로 전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경협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기업 경영의 어려움이 매우 가중되는 상황에서, 노사갈등과 파업을 조장해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후퇴시킬 수 있는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지길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무협은 “개정안은 사용자와 노동쟁의 개념의 무분별한 확대로 노사관계의 혼란을 야기하고, 노조의 불법행위로 인한 사용자측 피해에 대한 배상책임 면제로 노조의 불법행동을 조장함으로 현장의 갈등을 더욱 부추길 우려가 있다”면서 “이러한 입법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것으로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노란봉투법이 산업현장의 불법 쟁의행위를 면책함으로써 국내기업의 해외이전을 부추기고 기업경영을 더욱 위축시키는 도화선이 되고, 근로자들의 실직과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국내 제조업 기반 유지와 일자리 창출, 나아가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동 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재계는 마지막 남은 저지 수단인 대통령 거부권에 희망을 걸고 계속해서 노란봉투법의 악영향을 알려나간다는 방침이다. 경총과 대한상의 한경협, 중기중앙앙회, 무협, 중견련 등 경제 6단체는 오는 13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 개악을 규탄하는 한편,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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