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장관 "노란봉투법, 산업현장 혼란 빠질 것"…대통령 거부권 건의 시사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에 대해 “노동조합의 불법행위에 특혜를 줘 산업현장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으로 시사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긴급 브리핑을 열고 “오늘 노란봉투법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점에 대해 노동정책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비통한 심정을 억누르기 어렵다”며 “그간 수없이 법리적 문제와 현장에 미칠 악영향, 소수 강성노조를 위한 특혜 등 여러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표명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개정안이 시행되면 무엇인지도 알 수 없는 ‘실질적 지배력’이 미친다는 이유만으로 무분별하게 교섭을 요구하고, 폭력적인 파업이 공공연해질 우려가 있다. 불법행위는 그 책임을 면제받게 될 것”이라며 “산업현장이 초토화되고 일자리는 사라지게 되며, 국가 경쟁력은 추락하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기적 노사관계 정상화’ 전망에 “무책임한 말”
일각에선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중단기적인 혼란과 시행착오를 거치면, 장기적으로 정상적인 노사 관계가 자리 잡아 갈등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하지만 이 장관은 “이 무슨 근거 없는 무책임한 말이냐”며 “글로벌 경쟁이 격화돼 촌각을 다투는 엄중한 상황에서 어떻게 시행착오와 혼란을 감수할 수 있나. 그 사이 노사 관계는 갈등과 파탄에 이르게 되고,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는 ‘억울한 불법자’만 양산하고 국민은 극심한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정의에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추가했다. 하청업체 직원도 원청업체를 사용자로 삼아 파업 등 쟁의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이 장관은 “무분별한 단체교섭과 잦은 쟁의행위 발생으로 산업현장에 극심한 갈등을 초래하고, 일하고 싶어하는 근로자의 권리도 침해하게 될 것”이라며 “노사관계의 극심한 갈등과 혼란에서 촉발된 불확실성 증대는 투자를 확대하고 고용을 늘리려는 기업의 의지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노란봉투법으로 노동쟁의에 나설 수 있는 요건이 넓어진 데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그간 행정 또는 사법절차로 해결해 오던 해고·복직 등의 권리분쟁에 관한 사항도 쟁의행위의 대상으로 확대되는 것은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라며 “법원이나 노동위원회를 통해 정당한 해고로 인정받았던 사안에 대해서도,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돌입할 수 있게 된다. 파업과 실력행사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관행이 고착화되고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는 더욱 요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그는 “노조법을 집행하는 장관으로서 법리상 문제, 현장 노사관계의 부정적 영향 등 산업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오히려 전체 국민과 노동자의 권익향상을 저해할 것이 자명한 개정안을 외면할 수 없다”며 “법률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 일제히 ‘환영’…“즉각 시행하라”
노동계는 즉각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노총은 “이번 노조법 개정으로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다단계 원·하청 관계에서 더 이상 진짜 사장을 찾기 위해 비상식적인 숨바꼭질을 하지 않게 됐다”며 “진짜 사장이 교섭함으로써 불필요한 쟁의행위와 노사갈등도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과 거리가 멀었던 노조법이 제자리를 찾기까지 20년이 걸렸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해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즉각 공포하고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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