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감독 "12·12 사태, 역사에 패배자로 기록될 것"
황정민 "대머리 가발? 두렵지 않았다"
영화 '비트'(1997) '감기'(2013) '아수라'(2016) 등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이 12.12 군사반란을 모티브로 한 '서울의 봄'으로 돌아온다.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사건을 스크린에 옮긴 김 감독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서울의 봄' 언론시사회에서 "그 시대를 돌아보고 생각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영화를 보고 궁금증이 생긴다면, 실제 역사에 관심을 갖고 찾아봐 달라"고 당부했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12일, 전두환·노태우 등이 주동하고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가 중심이 되어 신군부 세력이 일으킨 12·12 군사반란을 모티브로 삼았다.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다.
사건 당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거주하던 김성수 감독은 19살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1979년 12월12일 육군참모총창이 납치될 때 집에서 총격 소리를 들었다. 그때는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굉장히 오래 꼭꼭 숨겨졌다. 30대 중반이 돼서야 알게 됐는데, 당혹스럽고 놀랐다. 어떻게 이토록 쉽게 우리나라 군부가 하룻밤 사이에 무너졌을까. 그런 의구심과 놀람이 들었다"고 말했다.
영화로 만든 건 부채감에서다. 김 감독은 "총소리를 들은 겨울밤으로부터 44년이 지났는데, '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 그것이 마음속에 의구심으로 남았다"며 "일종의 화두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 사건이 한국 현대사에 운명적 전환점이 됐다. 어찌 보면 오래된 숙제를 영화로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또 "제가 80학번인데 제 80년대, 20대는 절망감과 패배감, 최루탄 연기에 갇혀서 흘러갔다는 아쉬움도 든다. 그런 관점으로 제가 생각하는 그들의 모습을 이야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시로 돌아가서 제가 기억하는 그때의 상황을 재현했다. 거기에 휩쓸렸던 사람들이 어떤 결정과 판단을 내렸나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상력을 가미해서 극화시켰지만, 관객을 그 순간에 밀어 넣고 싶었다. 그 상황을 경험해보도록 하고 싶었다"고 했다.
다만 사건을 재현하는 데 목표를 두지는 않았다고 강조한 김 감독은 "군사반란을 일으킨 신군부 세력, 전두광과 그 패거리에게 끝까지 맞섰던 사람들이 끝까지 맞섰기에 이후에 내란죄, 반란죄가 입증됐다. 아무도 맞서지 않았다면 역사에 그들이 승리자로 영원히 기억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인생의 숙제를 감독은 또 "전두광을 악마로 그리고 싶지는 않았다"면서도 "그 사람들이 12.12 그날을 승리의 역사로 기념하고 축하연을 하는 게 너무 보기 싫었다"고 했다. 이어 "영화에서라도 그들이 승리라고 말하는 건, 아주 잠깐 누릴 수밖에 없는 승리라고 말하고 싶었다. 결국 역사의 패배자로 기록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인생의 숙제를 풀어낸 작품"이라고 했다.
배우 황정민이 신군부의 핵심 인물인 전두광을 연기하고, 군인정신에 충실했던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역은 정우성이 맡았다. 이성민은 참모총장 정상호로, 김성균이 헌병감 김준엽으로 각각 분한다. 9사단장 노태건 역에 박해준이 연기한다.
영화 '비트'·'아수라'에 이어 김성수 감독과 '서울의 봄'으로 재회한 정우성은 "감독님은 '이 영화 때문에 앞으로 작품을 못 할 수도 있다',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더는 영화를 못 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치열하게 대한다"고 전했다.
황정민은 "영화를 보고 나서 가슴에서 소용돌이가 쳤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작년 7월에 영화를 찍고 개봉을 1년 넘게 기다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영화로 인해 관객들이 극장에 많이 찾아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대머리 분장이 염려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가발 분장이 두렵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수리남' '아수라' 등에서 악역을 많이 했지만, 전두광은 굉장히 다르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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