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불법사금융, 약자 피 빠는 악질 범죄…평생 후회하게 하라"

현일훈, 김은지 2023. 11. 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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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9일 고금리 불법 사금융 문제에 대해 “약자의 피를 빠는 악질적 범죄자들은 자신이 저지른 죄를 평생 후회하도록 강력하게 처단하고, 필요하면 법 개정과 양형기준 상향도 추진해 달라”고 관계 당국에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금융감독원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불법 사금융 관련자들에 대해 “끝까지 처단하고, 이들의 불법 이익을 남김없이 박탈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문했다. 윤 대통령 테이블 위에는 ‘불법 사금융 뿌리 뽑겠습니다’라고 적힌 명패가 놓여 있었다.

윤 대통령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먼저 불법 사채업자로부터 빚 독촉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세 모녀 사건을 언급하며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고리 사채와 불법 채권추심을 “정말 악독한 범죄”라고 규정한 윤 대통령은 “민생 약탈 범죄로부터 서민과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 책무”라며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하고, 피해 구제가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사금융에 대한 신고가 12만여건에 달했다. 특히 최근 들어 온라인을 통한 불법 금융 광고가 퍼지고 그 수법 역시 교묘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특히 사회 경험이 없는 청소년도 피해자가 되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했다. 먼저 “팬 카페나 게임 커뮤니티에서 대리 입금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10만원의 소액을 빌려주고 수고비·지각비라는 갖은 명목으로 연 5000% 이상의 높은 이자를 요구하며 협박, 폭행 같은 불법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옷 가게를 운영하던 30대 여성이 지인의 연락처를 담보로 100만원을 빌렸다가 연 5200%의 살인적 금리를 요구받고 성폭력을 당한 사건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범죄는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짓밟고, 인권을 말살하고, 가정과 사회를 무너뜨리는 아주 악랄한 암적 존재”라며 “이런 것을 방치하고 완전히 퇴출시키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가 자유민주주의 사회라고 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지난해 10월에도 불법 사금융에 대해 “정부는 무관용의 원칙으로 강력히 단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하며 이 문제를 직접 챙겨왔다.

이날도 윤 대통령은 “불법 사채업자의 범죄수익은 차명 재산까지 모조리 추적해 환수하고, 특히 국세청은 광범위하고 강력한 세무조사로 불법 사금융으로 얻은 수익을 단 1원도 은닉할 수 없도록 조치해 달라”고 했다. 아울러 “환수된 범죄수익을 피해자 구제에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비롯해 피해자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배상받을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함께 강구해 달라”고 당부했다.

마무리 발언에서는 더 구체적으로 관계 당국을 특정해 관련 당부를 했다. 금감원과 국무조정실, 법무부 등 정책당국에는 “서민과 불법 사금융과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서민생계금융을 확대하고 개인파산 및 신용회복 절차를 정비하라”고 지시했다. 또 관계기관 간 ‘팀플레이’로 불법 사채업자에 대한 정보공유 네트워크 구축을 주문했다. 대검찰청에는 불법 사금융 관련 형사사건의 유형별 선고형량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중형이 선고되도록 양형 자료를 보완하라고 했다. 국세청에는 철저한 세무조사를 거듭 강조하면서 “환수한 불법 자산을 전액 국고에 귀속시키라”고 했다.

채권 추심 방법에 대해서도 “법이 정한 추심 방법을 넘어선 대부계약은 효력이 없다. 이자뿐 아니라 원금까지 그 자체가 무효”라고 했다. 끝으로 윤 대통령은 “사금융 피해가 너무 심해 노예화, 인질화까지 벌어지는 등 집단화·구조화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자유와 인권 등 근본적인 헌법 가치가 훼손돼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직접 관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이날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불법 사금융 실태 및 범정부 태스크포스(TF) 추진 현황에 대해 발표했고, 피해자와 상담 인력도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전달했다. 간담회에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유의동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창기 국세청장, 윤희근 경찰청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박세현 대검찰청 형사부장 등이 자리했다. 불법 사금융 피해자 및 피해자 상담 인력, 경찰청 수사관 등 현장 관계자 20여명도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9일 제61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소방대원 가족들의 손을 잡고 서울 용산어린이공원 잔디마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는 김건희 여사와 함께 용산 어린이정원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61주년 소방의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순직한 고 허승민 소방위·심문규 소방장의 자녀들과 손을 잡고 입장한 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여러분의 노고에 늘 감사드린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의 생명을 지키다 희생한 순직 소방공무원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의 안전만을 생각해달라”며 “정부는 여러분에게 주어진 사명에 전념하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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