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곳간에 돈이 없다” 돌봄·교육 사회서비스 축소 아우성
정부가 내년 긴축 재정에 나서면서 교육, 청소년, 연구개발(R&D)에 이어 외국인지원 관련 예산 등 여러 방면에서 예산 삭감에 난처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2024년도 정부 예산은 총지출 656조9000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올해 본예산보다 2.8% 늘어난 것으로,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로 최소 증가 폭이다.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도 경상 성장률(4.9%)에 크게 못 미친다.
내년도 총수입은 총지출보다 45조원가량 부족한 612조1000억원 규모다. 역대급 ‘세수 펑크’ 속에 나라 살림의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면서 각종 지원제도에 들어가는 예산도 쪼그라들었다. 예산안은 다음 달 확정되지만 이미 예산이 삭감된 분야에서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과학계는 내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이 올해보다 약 3조4000억원 줄어든 21조5000억원으로 책정됐다. 대통령은 “R&D 예산은 2019년부터 3년간 20조원 수준에서 30조원까지 양적으로 10조원이나 대폭 증가했으나 미래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 질적인 개선과 지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밝혔다. 과학계는 즉각 반대했다.
청소년 지원 예산도 전액 삭감되면서 지방자치단체 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여성가족부가 올해 편성했던 청소년 지원 예산 38억2500만원은 전액 삭감됐다. 특히 여성가족부가 22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운영해 온 ‘청소년안전망팀’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되면서 고위험 청소년을 위한 사회 보호망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소년안전망팀 사업은 2020년부터 여가부가 각 지자체와 함께 자살·자해 위험성이 높거나 가출, 학대, 학교 부적응 등으로 위기에 처한 청소년에게 상담과 보호, 자립 지원 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유·초·중등 교육예산은 7조원가량 삭감된 73조7406억원에 그쳤다. 교원 노조는 “정부가 약속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예산 삭감이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정부의 내국세 감소는 부자 감세와 규제 완화라는 경제 정책 무능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원인”이라며 “그 세금 감소분을 고스란히 교육과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것으로 대체했다”고 비판했다.
사회서비스원 지원 항목(올해 148억3400만원) 역시 모두 삭감했다.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사회서비스원은 상담·돌봄·재활·역량개발 등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립준비청년을 돕고 긴급돌봄을 제공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심할 때는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회서비스에서 아동, 노인, 장애인에게 긴급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한국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의 예산 71억800만원도 모두 없앴다. 센터는 외국인의 고충 상담과 한국어 교육, 생활·법률·직업 관련 정보 등을 제공하며 한국 적응을 도왔다. 대신 센터가 하던 역할을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직접 수행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외국인들의 혼선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폐지 결정은 정부가 외국인력을 늘리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나왔다.
이처럼 사회 곳곳에서 필요한 서비스가 축소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나라 곳간에 돈이 없다’는 한탄이 부처 일선에서 나온다. 올해도 세금은 정부가 예산을 짤 때 예상했던 것보다 59조원 넘게 덜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사상 최대 규모의 세수결손인 셈이다.
정부의 세수 확보가 줄어든 탓으로 법인세 인하가 지목됐다. 지난해 법인세율은 과세표준 구간별 1%포인트씩 인하됐다. 그러나 정부는 법인세 인하의 효과는 미미하다고 해명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법인세 인하 효과는 올해 거의 나타나지 않았고, 세수 감소의 영향은 소득세와 종부세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제계는 지난해 소폭 인하에 그친 법인세 감세를 다시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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