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내 약으론 못 잡는 빈대…美살충제, 정부 주내 긴급승인
정부가 다음 주부터 시작하는 빈대 집중 방제 기간에 미국에서 사용 중인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를 사용할 계획이다. 아직 긴급 승인 절차를 밟는 중인 만큼, 안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허가한 방역 업체만 우선 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살충제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인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9일 “늦어도 이번 주말 내로 살충제 승인을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집중 방제를 시작하는 13일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 중이다”고 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빈대 방제에 피레스로이드 계열 살충제를 사용했지만, 대부분 빈대가 이 성분에 내성을 가지고 있어 방제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빈대 방제를 위해 여러 제제의 살충제를 검토하고 있지만, 우선은 긴급 방제를 위해 미국에서 사용하는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를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니코틴 계열의 신경 독소로 벌레를 잡는 이 제제는 그동안 농약으로 널리 쓰였다. 다만 이번 긴급 승인에서는 안전성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가정용 살충제 허가는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美살충제 이미 저항성 보고 있어…“의존 금물”
새로 도입될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도 만능은 아니다. 이미 미국에서 써온 만큼 저항성 보고가 나오고 있다. 뉴저지 주립대학교 곤충학과 연구진은 미국서 채집된 13개의 빈대 개체군 가운데 1개의 개체군이 네오니코티네이드 계열 살충제 강한 저항성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를 올해 1월 발표했다. 다른 살충제보다는 낫지만 네오니코티노이드에 저항성을 가진 개체도 이미 존재한다는 의미다.
김주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열대의학교실 교수는 “물론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는 미국에서 방제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사용 시간이 길어지면서 저항성 보고도 나오고 있다”며 “어떤 살충제도 의존할 수 없고, 새 살충제 도입 시 저항성이 어디서 얼마나 발생하는지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며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빈대와의 전쟁 뛰어든 정부, 저항성 연구 시작
질병관리청은 9일 오후 다시 배포한 『빈대 정보집』개정판에서 가정에서 빈대를 발견할 경우 물리적 방제를 기반으로 화학적 방제(환경부 허가 살충제)를 병행하라고 권했다. 질병청은 특히 화학적 방제와 관련해 “살충제를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잘못된 방법으로 사용하면 인체와 환경에 위험할 수 있고, (빈대에) 저항성을 유발하므로 용법·용량과 주의사항을 지켜 꼭 필요한 곳에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정집에서 빈대가 나올 경우 지자체에 연락하면 된다. 지자체 콜센터를 통해 가정집 빈대 출몰 신고가 들어오면 정부가 전문 방역업체를 보내 긴급 승인된 살균제 등을 동원해 방역을 진행할 계획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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