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돌아가신 지 한 달, '기억'을 생각합니다

김종섭 2023. 11. 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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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빼빼로데이와 캐나다 리멤버런스 데이... 당신의 11월은 어떤 기억들로 남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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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섭 기자]

10월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10월은 올해도 예고 없이 퇴장했다. 사람들의 반팔차림은 어느덧 두툼한 옷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가슴 한쪽에는 빨간 양귀비 꽃(poppy)를 달고 있는 모습에서 나는 이제서야 11월이 왔음을 알게 되었다. 세월의 빠른 진화, 때론 허망할 정도로 빨리 세월이 흐른다는 걸 알게 된다. 

캐나다의 11월은 특별하다. 11월 11일은 리멤버런스 데이(Remembrance Day)이라는, 기억하는 날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날을 캐나다 정부는 국경일로 지정해 놓았다. 한국의 6월 6일 현충일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한국의 현충일 의미는 '자국의 자유'를 수호하다 순국한 선열의 넋을 추모하는 날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지만, 캐나다의 현충일은 자국의 분쟁이나 전쟁이 아닌 제1.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자유를 수호하다 순국한 영혼을 기억하는 날로 그 의미를 두고 있다. 
 
▲ 양귀비 꽃( Poppy ) 쇼핑몰 안에 Poppy Flower Pin를 배포및 판매를 하고 있다.
ⓒ 김종섭
빨간 핀을 왼쪽 가슴에 다는 캐나다의 11월 

해서 11월 한 달 동안 빨간 양귀비꽃 핀(Poppy Flower Pin)을 왼쪽 가슴에 달고 애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6월 6일 현충일 단 하루 동안 애도의 행사로 끝나는 한국의 현충일과는 사뭇 의미가 다를 수 있다.

군인 및 자원봉사들은 양귀비꽃 핀(Poppy Flower Pin)을 배포와 판매를 하고 있다. 일종에 무료로 양귀비꽃 핀을 배포하고 참여자들로부터 기부를 받는 형식이다. 

한편 한국의 11월 11일에는 캐나다의 행사 성격과는 달리 이색적인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빼빼로데이다. 연인과 친구에게 달콤한 사랑을 전달하는 날로 해마다 열리는 연례행사가 되어 오랜 시간이 지나갔다. 유례를 살펴보면 롯데제과가 빼빼로라는 제과를 출시하게 되면서부터이라고 전한다. 제품을 이용하여 빼빼로데이라는 상술을 활용하게 된 것이다. 

상술적 가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기 시작했고, 마침내 전국적으로 퍼지게 되었다. 그 후 11월 11일은 소비자들에게 빼빼로데이라는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날로 각인이 되면서 마케팅 전술은 대 성공을 얻어낸 사례가 되었다. 

또한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기도 하다. 빼빼로보다 늦게 농민의 날에 빼빼로 데이와 흡사한 방법으로 가래떡을 가지고 가래떡데이를 접목시켜 놓았다. 하지만. 가래떡데이는 젊은 세대에게 빼빼로데이만큼은 호응을 얻어내지 못한 것 같다. 어쩌면, 행사의 성격은 다르지만 연인이든, 친구이든 특별하게 그날을 기억하고자 하는 의미는 같은 느낌이다.

우리에게 남아있는 기억들
 
 추모와 기억(자료사진).
ⓒ 픽사베이
기억해야하는 일들은 개인적인 일상에서도 생겨났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지 이제 한 달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짧다면 짧은 그 기간,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내 기억 속에 혹시 어머님의 기억이 하나 둘 멀어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지난 한 달 동안의 '기억'이라는 여정을 뒤돌아보게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기억의 가치와 의미는 무엇일까, 누군가의 기억 속에 최종적으로 남게 되는 것들은 또한 무엇이 있을까, 여러 질문이 떠오르면서 갑작스러운 스스로의 질문에 당황하게 되기도 한다. 

기억은 그러했다. 누군가와 보낸 좋은 기억은 내 안에 오래도록 남았고, 추억이라는 성과물을 만들어 갔다. 반면, 비워야 할 안 좋은 기억이 오랜 시간 머물러 있기도 했다. 요즘 들어서는 기억해야 할 것들이 잊힐 때가 많이 생겨나곤 한다. 때론 기억하는 게 마땅한 기념비적인 행사까지도 생활에 치여 기억해 내지 못하거나, 또는 생략하고 지나가는 일이 부지기수이다. 

그렇다면 어떤 기억이 먼저가 되고 소중한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생겨난다. 정체성에 대한 견해가 세월에 반등되어 가는 느낌이다. 시대의 탈바꿈의 정서는 형식적까지 바꾸고 포장되어 가는 습성이 늘어만 가고 있다. 현실의 시간 앞에 짧은 만족이라는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자유롭게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11월 11일이 되기 전부터 가슴 한쪽에 빨간 양개비꽃을 달고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혼들을 위로하는 캐나다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마음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기억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한결같이 아름다운 것들만 기억하길 원한다. 어쩌면, 캐나다인들은 리멤버런스 데이(Remembrance Day)를 통해 누군가를 기억하고 위로하며 그 훈훈한 감정을 가슴에 담고 얼마 안 남은 한 해를 아름답게 떠나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우리만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한다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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