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 할리우드 배우노조 파업, 118일 만에 종료
[윤현 기자]
▲ 미국 할리우드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파업 종료를 보도하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 |
ⓒ 로스앤젤레스타임스 |
할리우드 배우들의 파업이 역대 최장 기록을 남기고 약 4개월 만에 종료됐다.
16만 명의 할리우드 배우·방송인이 가입한 노동조합(SAG-AFTRA)은 현지시각 8일 성명을 통해 "오늘 118일간의 파업을 끝내는 영화·TV 제작자연맹(AMPTP)과의 잠정 합의를 승인했다"라며 "파업은 9일 오전 0시 1분에 공식적으로 종료된다"라고 발표했다.
다만 이 합의안은 노조 이사회와 조합원의 비준을 거쳐야 하므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노조 협상위원인 샨 샤르마는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합의안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할리우드리포터>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배우들의 최저 임금을 7% 인상하고, 스트리밍 플랫폼의 재상영 분배금과 건강·연금보험에 대한 기여금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 파업 종료를 선언하는 미국 할리우드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소셜미디어 계정 |
ⓒ SAG-AFTRA |
이보다 먼저 5월부터 파업에 들어간 미국작가조합(WGA)과 함께 할리우드 배우·작가 노조가 동반 파업에 들어간 것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인 1960년 이후 63년 만이다.
배우들은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시청자들이 작품을 볼 때마다 작가·배우들에게 지급되는 재상영 분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또한 배우들의 이미지나 목소리가 AI 생성 이미지에 무단으로 사용될 것을 우려하면서 이에 대한 방지 대책도 요구했다. 이 밖에도 건강·연금보험 강화와 배우들에게 불합리한 오디션 관행 개선도 촉구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넷플릭스,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등 대형 제작사들 경영진이 자주 참여한 것은 파업의 심각성과 복잡한 이해관계를 보여준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협상은 지지부진했고, 파업이 100일을 넘기면서 일거리가 줄어든 조합원들의 위기감이 커졌고, 제작사들은 내년에도 새 작품 제작 계획이 모두 무산될 것이라며 노조 측을 압박했다.
▲ 미국 할리우드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파업 종료를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
ⓒ 뉴욕타임스 |
가장 큰 걸림돌은 AI 생성 이미지의 사용권 문제였다. 제작사들은 배우들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한번 스크리닝하면 AI로 변형해서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배우들은 이를 반대했다.
이날 노조 측은 AI 생성 이미지에 대한 합의도 이뤄졌다고 밝혔으나, 역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할리우드리포터>는 앞서 작가 노조가 제작사들로부터 AI 생성으로 대본을 제작할 수 없으며, 부분적으로 의존하더라도 작가들이 공로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얻어냈다며 배우 노조도 비슷한 합의를 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노조 측은 이번 합의안에 대해 "우리가 요구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나타낸다"라며 "이를 통해 지난 40년 동안 최저 임금이 가장 많이 인상된 것을 포함해 노조 역사상 가장 큰 계약상 이득을 얻었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우리는 배우들이 지속 가능한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합의에 도달했다"라며 "현재와 미래의 수천 명 배우들이 이 합의로부터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연대하며 (조합원) 여러분이 필요할 때 항상 곁에 있을 것"이라며 "이번 파업 기간에 보여준 여러분의 헌신과 연대에 감사하고, 파업을 통해 처우가 개선된 것은 여러분 덕분"이라고 맺었다.
경제 연구 기관 밀컨연구소의 한 분석가는 이번 파업이 캘리포니아에만 60억 달러(약 7조8천504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끼친 것으로 추산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합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속화된 스트리밍 혁명으로 크게 변화한 할리우드를 안정화하는 의미있는 조치"라면서도 "앞으로 양측은 다시 협력하는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할리우드 제작사들은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힘이 세진 노동력과 맞서 싸워야 할 것"이라며 최근 들어 할리우드에서 새로운 노조가 앞다퉈 결성되고 있는 흐름을 전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베트남 돌아가서 한국 회사 취직하려고... 불법? 다 해요"
- 민주당, 이동관·손준성·이정섭 탄핵소추안 발의
- "페미니스트는 맞아야 한다"고 했는데 무차별 폭행?
- 내손으로 쓸고 닦던 A380... 김계월의 마지막 인천공항 출근
- 이종찬 "뉴라이트, 너무 설쳐... 윤 대통령 정신 바짝 차려라"
- "대통령실 연루설 점점 커진다"... 채상병 사건 국정조사 압박
- 대법, '작업중지권 징계는 부당' 첫 판결... "거부할 권리를 보편적 권리로"
- 국민의힘 혁신위 "용산 출신 공천 배려 없다" 공개 경고
- '허위 미투 주장' 시인 박진성 항소심서 실형 받고 법정구속
- 산비탈 고교 건물 외벽에 3900만 원짜리 전광판 설치... 왜?